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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공포, 지구촌 강타③]테러, 왜 자꾸 일어나나?

등록 2017-06-13 14: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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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런던브리지 테러범들이 테러에 사용한 승합차의 모습. 2017.06.10.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그들은 분주히 짐을 꾸렸다. 죄책감과 불안함으로 가득한 속내가 얼굴에 역력히 드러났다. 하지만, 자신들이 벌이려는 행동에 마침내 정당성을 부여했는지 표정은 이내 비장해졌다." 

 지난 2013년 4월15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보스턴 마라톤 대회 도중 일어난 폭탄 테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패트리어트 데이'(감독 피터 버그)에서 테러범 '타메르란'(티모 멜리키즈)과 조하르(알렉스 울프) 차르나예프 형제의 모습이었다.

 보스턴 테러는 1775년 독립전쟁의 첫 전투가 열린 날을 기념하는 미국의 '패트리어트 데이(애국자의 날)'에 일어났다. 어린이 등 3명이 죽고, 260여 명이 다쳤다.
 테러에 사용된 폭탄은 급조폭발물(IED) 중 하나인 압력솥 폭탄이었다. 6ℓ 솥 안에 장약과 쇠구슬, 금속조각 등을 가득 채워넣은 뒤 디지털 시계를 이용해 만든 뇌관을 뚜껑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범인들은 검은색 가방에 이를 넣어 결승선 근처 도로 위에 놓아둔 채 자리를 피해 자신들은 안전했다.
 테러를 일으킨 범인은 러시아 체첸공화국에서 온 이민 가정 출신 형제였다. 검거 과정에서 형 타메르란은 사살됐고 동생 조하르는 중상을 입고 체포됐다.
 영화는 테러 발생 직후 범인들을 추적하던 FBI와 보스턴 경찰이 이들이 거대도시 뉴욕에서 더 큰 규모의 후속 테러를 꾀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들을 체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담았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오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와 감독의 깊이 있는 연출, 그리고 주인공인 보스턴 경찰 ‘피터 샌더슨’을 열연한 베테랑 마크 월버그부터 테러범 타메르란으로 나온 신예 티모 멜리키즈까지 배우들의 열연으로 보스턴 테러 사건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했다.
 
 위에서 언급한 테러범 형제의 모습 역시 영화여서 실제와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IS가 테러 발생 직후 공개하는 테러범 관련 영상들 역시 선전용답게 과장된 것이 많으니 영화라고 판단하고 보면 당시의 테러범들의 심리 상태를 유추해보는 데 어려움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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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브리지에 테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다발이 놓여있다. 벽에는 '사랑이 테러리즘을 이긴다'는 의미의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 2017.6.5.
이 영화를 보면서 놀라웠던 것은 두 테러리스트가 평범한 20대 젊은이들이었다는 사실이다.
 
 실제 조하르는 2002년, 타메르란은 2003년 각각 미국으로 와서 10대 시절을 보냈다. 타메를란은 2년제 대학에 다니다 프로복서로 활동했다. 조하르는 명문 공립고인 린지 앤드 라틴 스쿨을 졸업했다.
 
 영화에서는 타메르란이 아내와 딸의 우유 구매를 두고 다투는 장면, 조하르가 도주 전 대학 기숙사 친구에게 마리화나를 선물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특히 조하르는 범행 전 친구들이 보스턴 마라톤 대회 구경을 갈지 모른다고 타메르란에게 토로하기도 했다.
 
 이들은 범행에 앞서 러시아 소셜미디어 `브이콘탁테'에 코란의 글귀를 인용해 "선행을 하라. 알라는 선행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막상 사건이 일어나자 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 코란 구절의 '선행'을 '지하드'로 오판해 테러를 자행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아주 평범한 글로 받아들여졌을 뿐이다.

 한 마디로 '옆집에 테러범이 산다' '내 친구가 테러범이다'인 셈이다. 이는 최근 영국에서 잇따른 테러 사건들의 범인들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발생한 영국 런던의 런던브릿지와 보로마켓 테러 사건의 범인 중 쿠람 버트(27)를 보자. 파키스탄 출신이긴 하지만 영국 시민권자다. 런던 동부 바킹 지역에서 수년간 거주했다. 지역 주민들은 함께 바비큐 파티도 했던 친절한 젊은이로 기억한다.
 
 물론 동네 어린이에게 이슬람교 개종을 권유하다 두 차례나 대테러 기관에 신고됐고, 지난해 영국 ‘채널4’가 방송한 다큐멘터리 ‘이웃에 사는 이슬람 전사들(The Jihadis Next Door)’에서 영국 내 무슬림 극단주의자로 등장해 다른 남성 6명과 런던의 리젠트 파크에서 검은색 IS 깃발을 펴놓고 경의를 표하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예비 테러리스트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웨스트민스트 브릿지 테러 사건의 범인 칼리드 마수르(52)도 마찬가지다. 영국 남부 켄트에서 태어나 수년간 웨스트미들랜즈에서 살있다. 주민들은 그를 "조용한 사람" 정도로 알고 있었다.
 
 남다른 점은 있었다. 그동안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해왔고, 과거 스스로 이슬람교로 개종했다. 폭력과 공격무기 소지, 공공질서 위반 등으러 수 차례 기소되기도 했다. 특히 몇 해 전에는 영국 정보기관 MI5가 이슬람 극단주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으로 그를 조사하기도 했다. 다만 핵심 관리 대상이 아닌 '주변부 인물(peripheral figure)'로 분류해 잠재적 테러리스트 명단 3000명에도 넣지 않았다. 위험성을 몰랐다는 얘기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처럼 선량한 이웃이 테러리스트로 돌변하는 일은 IS, 알카에다 등이 현재 처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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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 지난 3일 밤의 영국 런던 브리지 테러범으로 신원이 파악된 3인의 사진으로, 런던 경찰청은 6일 마지막 3번째 범인의 신상과 사진(오른쪽)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파키스탄 출생 영국인, 모로코-리비아 인, 모로코-이탈리아 인들인 3명은 모두 공격 당시 경찰에 사살됐다. 2017. 6. 6.  
즉, 이들 테리집단이 강대한 세력을 갖고 있던 시절에는 요원을 직접 보내 각종 테러를 자행했으나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 러시아 등 범세계가 대테러전에 뛰어들면서 이들이 제 목숨 지키기에도 벅차지자 '외로운 늑대'로 일컬어지는 자생적인 지하디스트들을 독려해 테러를 일으킨다는 분석이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반대세력에는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려 한다는 얘기다.
 자생적인 지하디스트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해소하는 데 반사회적 폭력을 사용하려 하고, 그에 대한 정당성을 IS 등 테러집단이 왜곡해 전파하는 극단적인 이슬람 교리에서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된 대상이 서방국가 등의 민간인, 즉 소프트타깃인 것은 공포를 극대화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자생적 지하디스트들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요원이 아니어서 좀 더 쉽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돼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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