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정책 부담 탓?…재계 하반기 채용 대체로 '깜깜이'
통신, 정규직전환 이슈에 신규채용 시장 어려움 예상 반도체·저비용항공 등은 업황 호조에 채용규모 늘려 【서울=뉴시스】산업부 = 대기업들이 신규 채용 계획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새정부 출범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란 등 친노동계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대내외 경영환경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와 저비용항공(LCC)업계 등은 채용규모를 늘리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신규 채용 계획에 대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함께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구체적 계획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새정부가 내세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간당 최저 임금 1만원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관련 정책이 채용 등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으로 각 계열사별로 공채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하반기 신규 채용의 경우 지난해는 9월에 실시됐지만 올해는 변화가 예상되면서 일정에 다소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하반기부터는 계열사별로 필요에 따라 채용하는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규모가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계열사들은 더 이상 그룹의 지휘를 받지 않게 되면서 채용에도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통신업계는 최근 협력업체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이슈와 맞물리면서 신규채용 시장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올 하반기 채용 계획 역시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를 설립해 103개 협력업체 홈센터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초고속인터넷, 인터넷TV 설치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들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탓에 신규채용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협력업체로부터 재하청 받아 근로하는 '개인도급기사' 들을 협력업체 소속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원청의 직접고용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LG유플러스 차원에서의 정규직 전환이나 신규채용 효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나마 이동통신 3사 가운데 KT정도만 신규채용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은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준으로 모집할 예정이다. KT는 지난해 하반기 그룹 전체에서 400여명을 신규 채용한 바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정책에 기여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다만 최근 발표된 통신비 정책 등이 통신업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신규채용에도 일정부분 영향이 닿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동통신 대리점 업주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조선, 철강, 해운업 분야에서도 하반기 채용과 관련해서는 아직 뚜렷한 윤곽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계의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최근 가장 큰 걱정은 지난해 수주절벽의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삼성중공업 등은 직원들의 유·무급 휴직을 추진하거나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사도 일감이 떨어져 작업을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업체별로 수주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이렇자 신규 채용 계획마저 세우지 못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하반기 채용에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정부의 일자리 대책이 어떻게 추진되는 지 여부 등을 지켜본 뒤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화학 업계에서는 그룹 차원에서의 공채외에 계열사별 채용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반도체와 자동차, 항공업계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은 이미 올해에만 3번째 채용을 실시했다. 상반기 대졸 공채 당시에는 예년보다 1.5배 많은 인원을 뽑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기존의 사업부에서 이를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을 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추가 채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올해 3번째 대졸 신입 및 경력사원 채용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채용과 별도로 하반기 공채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메모리반도체 시장 호황으로 설비와 인력 양쪽에서 관련기업들의 선제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3년동안 3만6000명을 신규채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에만 1만여명 채용에 나섰다. 다만 최근 판매실적 부진에 처한 상황에서 채용규모를 늘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르노삼성차는 일자리 창출 정책에 발맞춰 연구소, 관리직 부문에서 하반기 12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79명 채용 등 올해 총 200여명을 채용하게 된다. 이는 최근 5년 만에 최대 인원이다. 쌍용차는 상반기 G4렉스턴 출시를 앞두고 생산 인력 확보를 위해 과거 구조조정으로 떠났던 60여명을 복직시킨 바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저비용 항공사(LCC)를 중심으로 활발한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LCC 업체들은 하반기 신규 항공기 도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 도입으로 인한 승무원, 정비사 등을 하반기 채용으로 뽑겠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약 200여명의 정규직을 하반기에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에어서울은 상반기 100여명의 승무원과 정비사를 채용했으며 하반기에도 추가적인 채용을 계획 중이다. 티웨이항공도 100여명의 채용 계획이 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대내외 여건 악화로 주요 대기업 중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곳이 많이 증가한 상태다"면서 "다만 우리나라 수출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세계 경기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하반기에는 대기업들의 신규채용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