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단일부가세(GST) 시행 한 달···'메이크 인 인디아' 힘 받을까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인도의 단일부가가치세(단일 상품서비스세·GST·Goods and Services Tax)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GST 시행 전날인 6월 30일 인도의회가 마련한 특별회의에서 "이 새로운 세금제도가 500개의 세제를 하나로 통합해 무역 불균형을 없애고 수출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라며 "GST는 부당이득과 부패를 막는 간단하고 투명한 세제다. 이 세제가 정직한 사업 기회를 마련해 줄것이다"라고 말했다. 모디 총리가 말한 것처럼 인도는 7월 1일 전까지는 각 주(州)마다 세금체계가 모두 달랐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새로운 제조업 기지를 찾던 글로벌기업에게 인도는 매력적인 대안 중 하나였지만 큰 걸림돌이 바로 이 제각각인 세제였다. 모디 정부는 지역마다 제각각인 부가가치세(VAT)를 전국적으로 통일해, 모든 품목을 5%, 12%, 18%, 28%의 4가지 범주로 나누어 GST를 부가했다. 이번 세제개혁은 지난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다. ◇시행 한 달...곳곳에서 '혼란' GST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앞서 모디 총리의 수석 경제자문관인 아르빈드 수브라만니안은 GST 시행 전날 국회에서 "앞으로 1~2달 안에 GST 시행에 따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며 "처음 몇 차례는 혼란스럽고 불편함이 나타나겠지만 1~2달 후면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소규모 제조·판매업자들은 이전보다 세제가 더욱 복잡해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도 현지매체 더 타임스오브인디아(TOI)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할와(밀가루나 당근에 아몬드와 생강을 넣어 만든 남아시아 지역의 단 음식), 바르피(연유와 설탕으로 만든 디저트) 등 인도의 단 음식 제조·판매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GST에 따르면 아무것도 넣지 않은 플레인 바르피에는 5%가 과세되지만 그 위에 초콜릿을 올리면 28%가 과세 돼 세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플레인 바르피에 말린 과일이나 씨앗을 올리면 12%의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 진하고 달콤한 우유에 국수와 견과류, 과일, 아이스크림, 젤리 등을 넣어 차갑게 먹는 음식 팔루다의 경우도 최고 세율이 적용된다. 아무리 당뇨병 환자에게 적합하게 만들어진 과자, 껌도 합성감미료가 첨가돼 세금 18%가 부과된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인도의 디저트 제조·판매업자들은 다양성을 줄이고 안전한 길을 택하고 있는 추세다. 인도의 디저트 체인 KC다스 관계자는 "우리는 오직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바르피, 산데쉬(볶은 치즈도우에 토핑을 얹어내는 음식) 등 평범한 음식만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KC다스는 망고와 초콜릿을 얹은 산데쉬의 제조를 멈췄다. 일각에서는 더 낮은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이름 등을 바꾸는 등의 '꼼수'를 고려하고 있다. 과일 젤리나 무스, 페이스트리, 파이는 18%가 과세되기 때문에 몇몇 제조·판매업자들은 5%가 적용되는 것으로 이름을 바꾸거나 포장을 다시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가게 주인들은 서양디저트인 마카롱, 커스터드, 타르트, 케익 등이 18%를 적용받지 않기 위해 인도식으로 변형할 수 있다고 말했다. GTS의 영향은 소매업자들에게만 미친 것이 아니었다. 영국 생활용품업체 레킷벤키저는 인도에서 GTS와 최근 전 세계의 사이버공격 등이 2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쳐 '변동성'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레킷벤키저는 데톨, 이지오프뱅, 비트, 개비스콘, 스트랩실 등을 판매하는 회사다. 한국기업 옥시를 인수하면서 옥시레킷벤키저를 설립하기도 했다. 현지매체 이코노믹타임스(ET)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라케시 카푸어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GST 실행으로 인해 많은 고객들이 주문을 연기함에 따라 2분기 인도의 변동성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레킷벤키저는 "GST의 영향으로 연간 5000만파운드(약 730억 2650만원)의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리는 순수익에 대한 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다. GST가 수익에 미치는 지속적인 영향은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모디의 '메이크 인 인디아' 힘 받을까 시행 한달을 맞은 GST가 아직 인도사회에서 혼란을 빚고 있지만 결국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는 모디 총리의 '메이크 인 인디아'가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다졌다는 뜻이다. 모디 총리는 '기업하기 좋은 인도', '세계의 공장' 등 인도의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메이크 인 인디아' 캠패인을 벌여왔다. 현재 국민총생산(GDP)의 15% 수준인 제조업의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골자다. 인도 경제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25%로 높아지면 매년 1200만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가 생길 것이란 분석도 있었다. 이를 방증하듯 지난 1일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GST가 국내총생산(GDP) 성장과 세수증가를 이끌어 인도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윌리엄 포스터 무디스 국가위험관리 부대표는 "우리는 GST가 사업의 편리성을 개선하고, 시장을 통합하며, 외국 투자자에게 인도의 매력을 높이면서 생산성 향상과 GDP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무디스가 평가한 인도의 신용등급은 Baa3(긍정적)이지만 앞으로 GST의 정착 여부에 따라 상향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터 부대표는 "GTS가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기반에 의해 제한된 인도의 신용평가 등급에 긍정적 요인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면서도 "세금준수 및 행정개선을 통해 정부가 더 높은 세금 수입을 거둬들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전망뿐 아니라 실제 수치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현지매체 디 아시안에이지에 따르면 인도 해운도로교통부 장관 이틴 가드카리는 26일 "GST 시행으로 인해 물류 부문의 비용이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카리 장관은 "인도는 전역에 대형 물류단지를 설치하고 있는 중이다"라며 "이러한 물류단지는 대형 화물 수송을 중심으로 장거리 화물 이동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이는 화물 운송 비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많은 고용기회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GST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주마다 달랐던 복잡한 세금체계에 따른 서류작업에 할애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화물을 싣고 이동하던 대형트럭 등은 주가 바뀔 때마다 세금 관련 업무를 해야했기 때문에 이는 교통체증으로 이어졌다. 더욱이 미국의 트럭운전기사들이 연간 30만km를 달릴 때 인도의 트럭운전사들은 고작 5만~6만km 밖에 달릴 수 없었다. 낭비가 심했던 셈이다. 해운도로교통부에 따르면 GST 시행 이후 대형트럭의 운행 거리는 30% 늘어났다. GTS 시행 전 하루 평균 225km 달리던 대형트럭이 GST 시행 이후 300~325km를 달렸다. 장거리 대형트럭이 소비하는 시간도 20% 가량 줄어들었다. 해운도로교통부는 "앞으로 대형트럭에 대한 수요가 늘고, 화물 운송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글로벌기업의 성장 전망도 나왔다. 26일자 ET 보도에 따르면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 현대자동차는 GST 시행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인도 자동차 산업의 성장률은 2년 동안 약 8%에서 약 15%로 증거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 인도에서 소형차를 선보일 예정인 현대자동차는 2년 내에 소형차뿐 아니라 중형세단, 소형SUV차량 등 다양한 라인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