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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에 관한 경과 보고서···'디엔드'

등록 2017-07-30 09:55:01   최종수정 2017-08-07 09: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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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어떤 사람들은 '초지능이 전체적으로 인간보다 능력이 뛰어나니 실수를 저지를 가능성도 적고 경계해야 하는 일을 더 명확히 구분해서 능수능란하게 대비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러한 설명이 지능과 사고 방지의 관계를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침팬지보다 실수를 덜 저지를까? 그렇지 않다. 지구 온난화, 생물 다양성 파괴 문제 모두 인간이 저지른 일이다. 인류는 지적 수준이 한참 못 미치는 존재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중대한 실수를 무수히 많이 저질러왔다."(137쪽)

미국 과학자 필 토레스가 쓴 '디 엔드'는 종말론에 관한 일종의 경과보고서에 해당하는 책으로 심층적인 과학적 지식을 다루는 동시에 인류의 사회적·역사적 의식을 담아냈다.

저자는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나 점차 확대되고 있는 거시적 위험이 얼마나 많은지 살폈다. 또 합성 생물학·혜성·가상현실까지 인류의 존재를 궁지로 몰 수 있는 포괄적인 요소와 잠재적 위험을 상세히 분석했다.

"주요 종교에서 세상의 끝을 어떻게 예상하는지 파악하지 않고서는 세상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현재까지 종말론에 열광한 사람들이 내놓은 예측은 전부 틀린 것으로 드러났고, 이를 토대로 세상에 조만간 종말이 찾아온다는 주장은 전부 잘못된(그리고 정신 나간) 생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검증된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이러한 결론은 옳지 않다. 1000명이나 되는 사람이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쳤지만 늑대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이 포악한 동물이 슬금슬금 우리 뒤에 다가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외침이 왜 나왔는지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즉 양팔을 마구 휘저으며 '종말이 임박했다'와 같은 이상한 소리를 외치는 사람들이 무엇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펼치는지가 핵심이다.(30쪽)

이 세계에서 소중하다 생각하는 것들의 존폐는 우리가 어떻게 실존하는 재앙에 대비하는지에 달려있다.

'위험'이란 무엇인가. 실존하는 위기의 대부분은 인류가 발생시킨 것들이다. 핵무기, 유행병, 나노 기술, 초지능, 로봇, 가상현실, 바이오 테러, 지구 온난화, 혜성 충돌, 화산 폭발, 태양의 죽음, 대멸종 등을 논한다.

알파고와 이세돌, 3D 프린터로 만든 총, 화성 탐사대, 극단적인 테러리스트. 과거의 위기가 전쟁이나 유행병에서 오는 물리적 위협과 공포였다면, 현재의 위기는 보다 정밀하고 기술적으로 고도화됐다. 전파 속도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저자는 "실존적 위기론자들이 갖추어야 할 지식은 과학과 기술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며 "종교의 기본적인 원리를 알고, 종교적 믿음으로 바라본 미래가 인류 역사 형성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왔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439쪽, 현암사,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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