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이룰까, 가족을 지킬까···‘위시 어폰’
“어떤 사람이 비싼 차를 갖고 싶어서 ‘눈먼 돈 좀 생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얼마 뒤 기도한 것처럼 수천만원이 생겼다. 그런데 그 돈이 어디서 생겼느냐가 문제였다. 바로 그 사람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받게 된 보험금과 손해배상금이었다.” 이 말을 듣고 난 뒤 함부로 허황한 꿈을 꾸는 것을 삼가게 됐다. 바로 ‘노력 없이 뜻을 이룬다면 그만큼 소중한 것을 잃고 만다’는 교훈 때문이다. 이런 소중하지만, 누구나 간과하기 쉬운 진리를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가 있다. 지난 7월20일 개봉한 호러 ‘위시 어폰’(감독 존 R. 레오네티)이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10여 년 전 어머니가 의문의 자살을 한 뒤, 고물 수집상을 하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 10대 소녀 ‘클레어’(조이 킹). 그는 어려운 가정 형편과 트라우마 속에서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어느날 한 저택에서 고물을 수집하다 중국풍 뮤직박스를 발견한 아버지는 마침 생일을 맞은 클레어에게 이를 선물한다. 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클레어는 뮤직박스를 살펴보다 중국어로 ‘소원 7개를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음을 알게 된다. 정말 믿거나 말거나 하며 그는 첫 번째 소원을 말한다. 학교에서 그를 늘 놀리고 괴롭히는 미녀 동급생의 몸이 썩어버리라는, 그야말로 황당한 소원이었다. 신기하게도 이 소원은 곧 이뤄진다. 미녀 동급생이 갑자기 얼굴과 다리 등에서 피부 괴사가 일어나 휴학을 하게 된 것. 마사지숍에서 피부병에 걸린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클레어는 소원을 이룬 것 같아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이날 그의 소중한 반려견이 갑자기 죽는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것은 안타까웠지만, 소원이 이뤄진 것이 즐거웠던 클레어는 반신반의하며 두 번째 소원을 말한다. 이 소원 역시 신기하게도 현실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클레어에게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다.” 맞다. 이 영화는 소원을 이뤄주는 대신 희생을 강요하는 ‘악마의 거래’ 이야기다. “소원 7개를 이뤄준다”는 유혹은 아주 간단한 중국어로, 그것도 뮤직박스 한복판의 아주 잘 보이는 곳에 쓰여있어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소원을 이루려면 대신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은 아무나 읽을 수 없도록 고대 중국어로 쓰인 채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었다. 하지만 소원 2~3개가 차례로 이뤄질 때 덩달아 주변 사람의 희생이 지속하면 고대 중국어는커녕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그 인과관계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실제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소원 말하기를 그만 멈추고, 뮤직박스를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잘 모셔두면 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묘미는 거기에 있다. 바라던 것, 꿈꾸던 것이 하나둘 이뤄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이를 멈춘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영화에서 클레어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도 “한 번만” “이번만” “끝으로” 등을 되뇌며 소원을 말하고 또 말한다. 아니,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 파멸은 점점 더 다가온다. 여기서 처음으로 돌아가자. “얻는 것이 있다면 잃을 것이다”가 이 영화가 말하는 얘기다. 그렇다면 뒤집어서 생각하면 어떨까. “잃는 것이 있다면 얻을 것이다.” 지금 뜬구름 잡는 듯한 소원을 빌면서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보다 그 소원을 내가 이루기 위해 공부하고, 일하며, 노력하자. 그렇다면 정말 소중한 것을 지키면서도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깟 돈보다, 지위보다 가족이, 친구가 더 소중하다. 돈은 조금이라도 벌면 되고, 지위는 열심히 일해서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올라가면 된다. 한 가지 더. 열심히 사는데도 현재 내 상황이 썩 좋지 않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내 소원이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