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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모셔라" 유통·레저 업계 팔 걷어붙여···왜?

등록 2017-08-17 06: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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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로비 앞에 선 테슬라 모델S 90D. (사진=파르나스 호텔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최근 정부의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속해서 증가해 지난 7월 약 1만5000대로 늘어났다. 정부는 오는 2020년 전기차가 25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국내 유통·레저 업계에서 '전기차 모시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최근 전국 한화리조트, 골프장, 더 플라자 호텔 등에 테슬라 전기 충전소를 설치했다.
 
설악 쏘라노, 용인 베잔송, 산정호수 안시, 대천 파로스, 해운대 티볼리 등 리조트, 제이드가든,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서울 중구 태평로 더 플라자 호텔 등 총 8개소의 주차장에 각각 이를 들였다. 충전기는 각 2~3개씩 모두 22개다.
 
이들 충전기는 테슬라 차량 전용 ‘데스티네이션 차저(Destination Charger)’다. 충전량은 16㎾/h로 완충까지 5~6시간 소요하는 일반 충전기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업장을 방문한 테슬라 운전자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은 지하 4층에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기인 '테슬라 슈퍼차저(Super Charger)' 5기를 설치했다.
 
이를 이용하면 모델S 90D 기준으로 불과 30분이면 완충해 최대 약 270㎞까지 주행할 수 있다.
 
역시 테슬라 운전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호텔 측에 따르면 슈퍼차저 설치 이후 월평균 10~20대가량 이를 이용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는 지하 2~4층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 총 90기를 설치했다. 건물 외부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를 통해 생산한 전력을 기존 전력망에 균형적으로 통합해 운용한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찾는 모든 전기차 이용자에게 무료로 완속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전국의 호텔과 리조트, 대형마트, 아울렛 등에 속속 전기차 충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충전소는 대부분 해당 업체가 설치 비용이나 전기료를 부담한다.
 
실제 롯데월드타워는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롯데월드타워를 소유한 롯데물산이 전기료를 부담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충전소 설치 비용은 테슬라가, 전기료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체들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비슷한 조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업체가 전기료 등을 부담하면서까지 전기차 모시기에 지극히 정성을 들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이미지 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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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6월말 458대였던 전기차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2017년 상반기(6월말 기준) 1만5869대를 기록했다[email protected]
지난 6월 현대모비스는 전국 28개 대학생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차량 구매 및 이용 형태, 자율주행차 인식도 등을 조사했다.
 
이 업체는 앞서 2012년부터 매년 잠재적인 자동차 소비 계층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자동차 인식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조사 결과, "친환경차 구매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학생 중 32%는 '전기차'를 선택해 2년 전보다 선호도가 10% 포인트 상승했다. '전기차=친환경' 이미지가 굳어지는 셈이다.
 
전기차의 친환경적이면서 스마트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이미지를 자사 주차 공간 내 충전소 설치 등 각종 배려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다음은 전기차 이용자의 높은 구매력이다.
 
전기차는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한국GM의 경차 '쉐보레 스파크'의 경우 가솔린 모델이 옵션에 따라 992만~1559만원인 데 반해 전기차인 '스파크 EV'는 3990만원이다. 스파크 가솔린 최상급 모델보다 스파크 전기차가 두 배 넘게 비싸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각 보조금을 지급해 전기차 보급을 돕고 있다.
 
하지만 '고성능 전기차'로 잘 알려진 미국 테슬라의 모델S 90D의 국내 판매가는 무려 1억2100만원에 달한다.
 
스파크 EV야 서민도 구매하지만, 테슬라는 보조금을 받아도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살 엄두를 내지 못 한다는 얘기다.
 
국내 첫 테슬라 매장이 경기 하남시의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에 들어선 것도 테슬라와 신세계 그룹 간 이해관계가 잘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BMW의 소형 전기차 i3 94Ah는 'i3 94Ah LUX'가 5950만원, 'i3 94Ah SOL+'가 6550만원이다.
 
역시 보조금을 받는다 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차인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전기차, 그중에서도 수입차 운전자가 적잖은 구매력을 가졌음은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다.
 
각 유통·레저업체가 이처럼 전기차 모시기에 나서면서 일반 운전자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주말이면 쇼핑몰이나 호텔, 리조트 등에 차들이 몰리는 탓에 주차 공간이 부족해 일반 차량은 빙빙 돌아야 하는데 전기차는 충전기 앞이 전용 충전소여서 주차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당수 업체가 홍보 효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전기차 충전소를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는 곳, 상대적으로 주차하고 실내로 들어가기에 좋은 위치에 만들어 놓다 보니 더욱 그렇다.
결국 전기차 충전소에 버젓이 주차한 일반 차량을 쉽게 볼 수 있다. 해당 업체를 이용하는 동안 충전을 하려고 한 전기차 운전자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최근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 따르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환경친화적 차량의 충전구역에 일반 차량을 주차하거나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위반한 것과 동일한 수준의 과태료가 부과할 수 있게 돼 상대적 불평등 논란이 더욱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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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6월말 458대였던 전기차는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에 따라 2017년 상반기(6월말 기준) 1만5869대를 기록했다[email protected]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각종 유해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최고의 친환경 차다”며 “정부와 지자체 등이 보조금 지급 등 각종 지원을 하면서까지 보급을 확대하려고 하는 이유다. 유통·레저 업계가 이에 힘을 보태는 것은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반 차량 운전자 중 일부는 전기차 운전자에 대해 보조금 지급부터 전용 충전, 주차까지 상대적 불평등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전기차가 늘어나야 우리가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불만을 느끼기보다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차는 화석 연료를 연소시켜 자동차 구동 에너지를 얻는 기존 자동차와 달리 전기에너지로부터 얻는 자동차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전혀 없으며, 소음이 아주 작다.
 
전기차는 1873년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제작됐으나 배터리의 무거운 중량, 충전 소요 시간 등 문제 때문에 실용화하지 못 하다 화석 연료 이용에 따른 지구 온난화 등 환경오염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다시 개발되기 시작해 이제는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미래 운송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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