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연기 돌파구 필요했다"···영화 VIP '살인마' 변신
■시나리오 읽고 박훈정 감독 찾아가 출연 요청 순정만화 '만찢남' 이미지 탈피···'사이코패스' 役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전 제 작품을 정말 여러 번 봐요. 항상 틀어놓고 있는 거죠. 그렇게 계속 보다 보면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제 연기를 보게 됩니다. 어느 순간까지는 제 연기가 계속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어떤 지점에 오니까 더이상 제 연기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거죠. 다 똑같아 보였어요." 배우 이종석(28)은 "많이 괴로웠다"고 했다. "연차가 쌓이고,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하다보니 (연기) 기술은 좋아졌죠. '이런 감정은 이렇게 표현하면 된다'라는 게 생긴 겁니다.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연기에 관한 물음들이 생겼어요. 돌파구가 필요했던 거죠." 20대 남자 배우 중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인정받은 배우를 꼽으라면 이종석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 출연 이후 그는 승승장구했다. '학교 2013'(2013)을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닥터 이방인'(2014) '피노키오'(2014) 'W'(2016)를 모두 성공시켰다. '관상'(2013) '피끓는 청춘'(2014) 등 영화에서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TV에 나오는 제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좋았어요. 그 쾌감이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였죠.(웃음) 근데 어느 순간 제가 너무 치열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잘하고 싶은데, 잘 안되니까 자괴감이 들잖아요. 이걸 뚫고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닥터 이방인'을 할 때 즈음 슬럼프가 왔다고 했다. 5회부터 연기가 맘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연기에 관한 칭찬을 가장 많이 받을 때였는데, 이종석은 신나서 연기하지 못했다. "송강호 선배님이 우연히 그 드라마를 보셨나 봐요. 7회 정도 방송 나간 뒤에 문자를 보내주셨어요. '연기가 아주 좋다. 그렇게 해나가면 돼'라는 내용이었죠. 오직 그거 하나로 버텼어요." 그렇게 몇 년을 보내고 만난 작품이 '브이아이피'(감독 박훈정)다. 지난해 드라마 촬영 중에 시나리오를 읽었다. 이종석은 박훈정 감독을 직접 찾아가 이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고른 역할은 사이코패스 살인마 '김광일'이다. 그는 취미로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의 힘을 잘 알기에 살인을 해도 벌을 받지 않는다는 걸 이용하는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관객은 그의 행태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이종석의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빼어난 외모를 바탕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인물들을 주로 연기했다. 실제로 순정만화 속 주인공을 연기하기도 했다. 김광일은 그가 20대 동안 공들여 쌓은 '좋은 이미지'를 단번에 무너뜨리는 캐릭터다. "연기를 계속하려면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제가 원래 굉장히 내성적이에요. 학교에서 발표하면 손도 못 들 정도였으니까요. 배우 생활하면서 많이 나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죠. 이런 제 성격과 완전히 반대편에 있는 인물을 골랐습니다. 공감할 수도 없고, 공감해서도 안 되는 그런 인물이요." 캐릭터만 바뀐 게 아니다. 연기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그는 자신의 기존 연기 스타일에 관해 "나를 많이 괴롭히는 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는 많은 걸 내려놓고 편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어떤 장면에서는 기본적인 준비만 한 채 현장에 나가 본능에 따라,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했다. "그냥 물어봤어요. 감독에게, 선배들에게, 어떻게 하면 되냐고요. 몸을 맡긴 거죠.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연기할 땐 오히려 전작들을 할 때보다 상대적으로 편했습니다." 영화는 23일 개봉한다. 앞서 열린 언론시사회 후 이종석의 연기에 관한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성공적인 연기 변신이라는 평이 대부분이다. "아직 개봉 전이니까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는 알 수 없지만, 기분은 좋아요. 그래도 칭찬이 더 많은 것 같아서요. 제가 제 연기를 만족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그래도 애썼다고 저한테 말해주고 싶어요. 진심으로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