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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로정치' 시대 끝···'시진핑 독주' 시대 개막

등록 2017-08-27 07:33:21   최종수정 2017-08-27 07: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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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11월 6~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공 13기5중전회에서 덩샤오핑(가운데)을 비롯한 중공 원로들과 장쩌민 전 국가주석, 리펑 전 총리가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출처: 둬웨이 `
【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 전·현직 지도부가 중대 사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연례 비밀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원로들의 영향력이 사라진 것으로 평가되면서, 30년 가까이 이어져 내려오던  ‘원로정치’ 시대가 지나가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그 측근세력의 독주시대가 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는 시진핑 집권2기로 들어가는 전환점이자 차기 지도부 인사를 확정하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 대회)가 가을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최근 끝난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하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부 7인의 동정기사가 지난 3일부터 사라지고 중국 중앙(CC)TV가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이 지난 14일부터 지방시찰을 한다고 보도한 것을 비춰볼 때 이번회의는 8월 3~13일 개최됐던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다이허 회의는 마오쩌둥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온 중국 밀실정치의 상징이다. 매년 8월께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280㎞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휴양지인 베이다이허에서 현직 정치인과 전직 거물급 정치인, 이른바 원로들이 모두 모여 중국 정책과 지도부 인사 등을 결정하는 회의다.

 이  회의는 원로정치가 펼쳐지는 현장으로 중공 지도부 내 각 계파들이 세력다툼을 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장소가 돼왔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지난 1982년 1월 정치국 회의에서 '간부의 연소화'를 주장했고 그 5년 뒤에는 중앙고문위원회 주임을 맡으면서 자신도 정치권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는 사실상 원로정치가 개막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대만이나 홍콩, 해외에 서버를 둔 중화권 언론들은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가 기존 회의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원로정치가 분명하게 퇴색한 점이라고 최근 전했다.

대만 중화시보는 “올해 베이다이허회의가 폐막한 것은 19차 당대회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의미한다”면서 “18차당대회를 앞두고 장쩌민 전 주석을 포함한 원로들이 건재를 과시하던 모습과 달리 올해 베이다이허회의를 전후로는 지나치게 조용한데 이는 중국이 원로정치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올해 회의가 기존 회의와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원로들의 의견을 수렴해 차기 지도부 선정에 반영하는 전통이 사라졌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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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지난 2015년 9월3일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오른 장쩌민(江澤民 , 앞줄 왼쪽부터 두번째) 및 후진타오(胡錦濤, 앞줄 왼쪽부터 세번째) 전 국가주석이 시진핑(習近平, 앞줄 왼쪽) 국가주석 등 현 지도부와 함께 열병식을 참관하고 있다. 2015.09.03
중공 지도부는 통상 당 대회가 열리는 해의 베이다이허 회의 이전에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을 선정하기 위한 사전 투표를 실시하며, 이 결과를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논의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심지어 이 과정마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정치는 마오쩌둥 시대 관료 종신제를 폐기하고 은퇴한 정치원로들의 정치경험이 현직 지도부에 전달되는데 일부 도움이 됐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후진타오 전 주석이 지난 2012년 은퇴하면서 시 주석에게 공산당 총서기직과 함께 군 주석직도 동시에 물려준 것은 전임 장쩌민 주석을 포함한 원로들의 정치개입의 시달림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계 정설이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 정치사에서 원로정치는 주춧돌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면서 “특히 현대화 집정과 법치주의를 추진하는 5세대 시진핑 지도부는 원로들의 의견 제시를 용납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현실 정치에 간섭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올해 19차 당대회 전후로 정치원로들이 외부 행사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이는 단지 중공 내 단합과 ‘어른 공경’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일 뿐, 정치적으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은 이미 후진타오의 최측근 링지화를 부패혐의로 낙마시켰고 후진타오의 세력기반인 공청단파의 세력도 크게 약화시켰다. 따라서 후진타오 세력은 이번 베이다이허회의에서 큰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장쩌민은 심기가 불편해서인지 아예 이번 회의에 불참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시진핑의 1인 지배체제는 이번 회의를 통해 더욱 굳건히 확립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최근 당 지도사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 점에 비춰, 오는 19차 당 대회에서 공산당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당장(黨章)에 '시진핑 사상'이 명기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CMP는 전문가를 인용해 “시 주석의 지배적인 입지로 인해 원로들이 지도부 개편이나 개헌에 별다른 목소리를 못 낸다"면서 "시진핑의 행적으로 볼 때 그는 원로들의 목소리를 별로 듣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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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2017.03.05
원로정치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시진핑의 권력강화는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될 전망이다.

19차 당대회에서 시자쥔(習家軍·시진핑의 옛 부하 출신 인맥),  ‘즈장신쥔’(之江新軍·저장성 시절 형성된 시진핑 인맥)로 불리는 시진핑 친위 세력은 더 많은 실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시진핑은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개 직할 시 가운데 상하이를 제외한 3곳의 당 서기직에 핵심 측근을 배치했고, 또한 올해 1월부터 전국 31개 지방정부의 지도부 개편을 진행하면서 절반가량을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교체했다.

이밖에 그는 지난달 차세대 주자로 꼽히던 쑨정차이(孫政才·54) 충칭시 당위원회 서기를 해임하고, 자신의 핵심 측근인 천민얼(陳敏爾·57) 구이저우성 서기를 충칭시 서기로 임명했다.

아울러 군 서열 2, 3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자신의 측근인사로 채우고, 각 전구(戰區) 육군 소속의 집단군 군단장 및 정치위원에 대해 전원 교체가 사실상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원로정치 실종은 중국 지도부의 정치개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부작용도 우려된다. 그동안 원로정치는 집단지도체제를 보장해 개인의 장기독재를 막는 역할을 해왔다. 이밖에 제한적 민주제 요소도 포함됐다.

 그러나 원로정치 실종으로 시진핑이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면 중국은 위험한 '1인 독재'체계로 회귀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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