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로맨틱 끝판왕' 유럽 가볼까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 노란 들녘과 울긋불긋한 산···. 가을에는 어느 곳을 여행해도 아름답고 낭만적이다. 그래도 이 계절을 더욱 로맨틱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을 꼽는다면 누구나 주저하지 않고 "유럽"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대도시에 가든, 한적한 시골 마을에 들르든 향긋한 와인과 입에서 살살 녹는 미식, 예술 작품 같은 건축물과 탐스러운 소품 등등 모든 것을 눈에 담고 싶은 곳, 머릿속에 넣고 싶은 것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또한 '문화 사대주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눈이 가고, 마음이 향하는 것을···. 오스트리아 비엔나(빈), 프랑스, 핀란드 관광청에서 '올가을 여행 테마'를 각각 추천받았다.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관광청은 올가을 테마로 '와인'과 '예술'을 앞세운다. 비엔나관광청에 따르면, 무려 2000년 전부터 와인을 즐겨온 도시답게 빈의 가을은 와인을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어 특별하다. 빈은 주요 와인 생산 재배지를 가진 세계 유일의 대도시다. 와인 레스토랑과 호텔 90여 곳에 달한다. 실제 다뉴브강과 빈 숲은 최고급 포도와 와인을 생산하기에 최적의 기후 조건을 이룬다. 카렌베르크, 누스버그 등 빈 인근 200만 평이 넘는 포도밭에서 농장주 150여 명을 비롯한 전문 인력이 연간 총 40만 시간 동안 정성 들여 빈 대표 와인을 생산한다. 빈에서는 매년 가을 포도 수확이 끝나면 와인 축제 '와인 하이킹 데이'가 열린다. 세계 각국 여행객이 축제에 맞춰 빈을 찾아 양질의 와인을 맛보거나 빈 도심을 여유롭게 거닐며 경관을 즐긴다. 올해는 오는 30일~10월1일(현지시간) 거행한다. 축제가 끝난 다음 빈을 찾게 됐다고 아쉬워하지 말라. ‘올해의 빈티지’가 첫선을 보이는 매년 11월11일 전후로 빈 곳곳이 작은 와인 축제장으로 탈바꿈한다. '영 비에니즈(Young Viennese; 빈 거주 젊은이)'들은 투어가이드를 자처해 여행객들을 시내의 호이리게(Heurig; 새 포도주 시음장), 빈 교외의 와이너리로 이끈다.
올가을은 빈이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임을 과시하는 계절이다. 미술·디자인 관련 행사 10여 개가 열린다. 오는 10월7일 개최되는 ‘미술관의 밤(Long Night of Museums)’이 대표적이다. 이날 오후 6시부터 8일 오전 1시까지 티켓 한 장으로 빈 도심의 미술관, 갤러리, 문화 공간 등 100여 곳에서 각종 미술디자인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행사 티켓으로 특별 셔틀버스, 대중교통 수단 등 무료 탑승도 가능하다. 미술이 그 정도인데 ‘음악의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조국인 오스트리아에서 ‘음악’은 말할 것도 없다. 매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크고 작은 오페라단, 발레단 60여 개가 총 300회 이상 공연을 펼친다. 대부분 공연이 전석 매진될 정도로 인기 높다.
◇프랑스 관광청 프랑스 관광청은 올가을 테마로 '미식'과 '쇼핑'을 추천한다. 미식은 오는 22~24일 프랑스 전역에서 열리는 '제7회 프랑스 식도락 축제(Fête de la Gastronomie)'가 그 자리다. 프랑스 음식 문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이를 만끽할 수 있도록 지난 2011년 시작해 매년 열린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와 농업식품산림부가 후원한다. 지난해 방문객 약 250만 명, 업계 관계자 약 30만 명이 1만500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드러내듯 현지에서도 대표적인 미식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 기간 셰프, 식품 전문가, 생산자, 음식 애호가, 여행업계 관계자 등과 대중이 서로 노하우를 나누는 교류의 장이 마련된다. 요리 시연회, 요리 대회, 각종 시식회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제공된다. 올해 주제는 '식재료의 모든 것(Au Coeur du Produit)'이다. 방문객은 프랑스 자연에서 채취한 다양한 재료를 비롯해 재료 선택, 제조 과정의 시작과 끝 등을 좀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생-모르-데-포세 지역에서 열리는 '푸드 트럭 페스티벌', 그르노블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대규모로 펼쳐지는 '푸드 페스티벌' 등이 있다.
'쇼핑'으로는 파리에서 최근 '핫 플레이스'로 급부상한 피갈 지구(Quartier Pigalle) 방문을 꼽는다. '부르주아-보헤미안(bourgeois-bohemian)'의 줄임말인 '보보(bobo)' 스타일로 뜨는 지역이다. 파리 9구와 18구 사이에 위치한 이 지구는 과거 클럽과 카바레가 즐비한 홍등가였으나 최근 수년 사이 파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쇼핑 거리 중 하나로 탈바꿈했다. 피갈 지구에서도 더욱 역동적인 곳이 ‘소피(So-Pi, South of Pigalle의 줄임말)’라 불리는 남쪽 지역이다. 보보 스타일 쇼핑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작&샘(Zac&Sam)’ ‘쉐젤(Chezel)’ ‘레트로 시크(Rétro Chic)’ 등 빈티지 숍이 모여있다. 그뿐만 아니라 신발·가방 디자이너 카린 아라비앙 등 인기 디자이너 부티크도 자리한다. 독특한 스타일의 미니 콘셉트 스토어도 많다. 파리지앵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독특한 제품들을 판매해 인기 높은 곳들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인테리어 제품과 선물용품을 파는 '플라스 A(Place A)', 액세서리와 의류·문구 등을 판매하는 '세트 생크(Sept Cinq)' 등 편집숍이 특히 유명하다.
◇핀란드 관광청 핀란드는 '눈과 얼음의 땅', 북유럽 국가답게 가을이 좀 더 짧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값진 계절이다. 핀란드 관광청은 '버섯'과 '디자인' 그리고 '라이딩(자전거 타기)'를 올가을 테마로 꼽는다. 버섯을 첫손에 꼽은 이유는 1000종 넘는 식용버섯을 채취하는 나라이고, 그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식용버섯이 대부분 초가을 집중적으로 채집돼서다. 핀란드의 버섯은 특히 필수 무기질, 단백질, 비타민, 섬유소 등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버섯은 살구버섯, 산새버섯, 무당버섯 등이다. 핀란드에서는 누구나 숲에서 야생 베리와 버섯을 채집할 수 있다. 실제 이 기간 야생 숲에는 핀란드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버섯 채집에 열중하고, 각 레스토랑에서는 다채로운 최고급 버섯요리를 판다. 디자인은 최근 '북유럽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더욱 빼놓을 수 없는 테마다. 마침 오는 17일까지 북유럽 최고의 디자인 축제로 일컬어지는 '헬싱키 디자인 위크 2017'가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다. 건축, 패션, 음식, 그래픽, 산업, 인테리어, 서비스, 도시 계획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전공자나 업계 종사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부터 일반 시민이나 어린이가 참여하는 프로그램까지 약 250여 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장소도 박물관에서부터 시장, 세미나실까지 다양한 곳에서 열려 그야말로 축제다. 지난해에는 약 16만 명이 참여했다.
라이딩은 요즘 핀란드에서 각광받는 가을 여행 테마다. 여행지로 우시마주 동부를 추천한다. 영주의 성부터 철공소까지 명승지로 가득해 핀란드의 역사를 이해하기에 좋다. 게다가 차 대신 자전거로 여행하면 '천둥의 신'으로 알려진 '토르'와 '반지의 제왕' 속 '호빗' 등 전설이 깃든 북유럽 대자연 속으로 좀 더 깊게 스며들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