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 "위안부 할머니 응원···내 몫 하고 싶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공무원으로 변신한 이제훈(33)은 "남겨진 사람으로서 내 몫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작은 씨앗이 되는 영화"라며 "그래서 동참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다. 시장 한 곳에서 수선집을 하며 혼자 사는 할머니 나옥분(나문희)은 갖가지 민원을 시도 때도 없이 넣는 거로 유명한 인물. 그런 그가 민원 담당 창구 공무원 민재에게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줄거리만 보면 세대를 뛰어넘은 교감을 담는 평범한 휴먼코미디물처럼 보이지만, '아이 캔 스피크'는 그보다 더 강력한 한방을 가진 작품이다. 중후반부 나옥분의 과거가 밝혀지는 순간이 그 한방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영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용기를 그린 작품이고, 나옥분이라는 인물은 반인륜적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시나리오를 읽다가 놀랐어요. 전혀 예상 못 한 전개였거든요." 이제훈은 "흥미로웠던 건 영화가 이 소재로 자극적으로 활용해 관객을 힘들게하거나 괴롭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며 "그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나아가 용기를 준다는 게 깊이 와닿았다"고 했다. 당시 이제훈은 다소 지쳐있었다. 지난해 영화와 드라마를 한 편 씩 했고('시그널'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 올해도 이미 영화와 드라마를 한 편 씩 한 상태였다('박열' '내일 그대와'). 그러나 그는 대본을 다 읽은 후 '이 작품은 해야 한다'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작게 나마 그분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일에 이 영화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려서다. 그는 "민재는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담은 인물"이라며 "할머니가 겪은 일에 대해 알고 진심으로 미안해 하고 도우려 한다. 관객 또한 민재를 통해 느끼는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이 사람들로 하여금 응원의 마음을 갖게 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게 하며 함께 연대하게 할 수 있게 한다면 좋겠어요." 우연찮게도 이제훈은 전쟁을 일으킨 나라로써 사죄와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는 일본을 강하게 비판하는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게 됐다. '아이 캔 스피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번도 사과하지 않은 일본 정부의 졸렬한 태도를 비판한다며, 전작인 '박열'은 당당한 독립운동가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의 발가벗긴다. 그는 "대한민국 배우로서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를 이야기하는 작품들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영광이며 감사한 일"이라며 "그런 작품들에 매번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훈은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제 인생이 영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인생입니다. 제가 봤던 영화들이 저를 만들었어요. 저만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가 주는 작은 영향들이 모여 어떤 계기를 만들어가는 것이겠죠. 저한테서 연기를 떼놓으면 절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어요. 저의 전부나 다름없는 연기, 그리고 영화로 좋은 영향을 주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