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히딩크는 움직였다, 이제는 협회의 차례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유럽 주재 국내 특파원들과 만난 그는 어떤 식으로든 한국 축구에 기여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국민이 그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히딩크 감독 역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히딩크와 한국의 연이 시작된 2000년 말, 그의 입지는 생각처럼 탄탄하지 않았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히딩크 감독은 이후 레알 마드리드와 레알 베티스(이상 스페인)에서 성적 부진에 시달렸다. 입지가 좁아진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1승도 하지 못했던 한국의 월드컵 4강을 지휘하면서 자신을 향한 평가를 180도 바꿨다. 이를 바탕으로 히딩크 감독은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 호주, 러시아, 첼시(잉글랜드)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이 구체적인 직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이 사령탑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70세가 넘은 나이로 지도자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이끌고 16강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낸다면 그만큼 아름다운 마무리도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위기로 볼 때 히딩크 감독의 바람이 이뤄지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감독의 발언이 전해지자 대한축구협회는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한국축구와 우리 축구대표팀에 대한 히딩크 감독의 관심과 사랑에 감사드린다.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과를 거두는데 히딩크 감독이 많은 도움을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기술위원회 및 신태용 감독과 협의해 히딩크 감독에게 조언을 구할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지 요청하겠다"며 러시아월드컵을 이끌 수장이 신태용 감독이라는 것을 은연 중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발언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감독을 바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금은 신태용 감독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시기"라며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히딩크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니 월드컵 때 해설을 하신다더라. 히딩크 감독도 감독을 맡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면서 "기술고문 등으로 모셔서 어려울 때 자문을 구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제는 대한축구협회가 응답할 차례다. 어떤 식으로든 빨리 공식적으로 교통정리에 나서는 것이 협회나 히딩크 감독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