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스민 연꽃우물의 숭고함, 성남훈 '연화지정(蓮花之井)' 사진집 출간
2009 월드프레스포토(WPP) 포트레이트 부문 수상작 '연화지정' 시리즈 수록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나를 비추고 위로하고 이끄는 뺨, 눈빛은 물론 누구에게나 꽃이다. 그래서 시는 거리에 사는데 어떤 시는 허술한 집 앞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고 자기들 왔던 곳(고향이나 현장 같은)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몸에 묻어서 여기저기로 계속 퍼지는 데, 그게 우리에게 조금 묻었다.’
사진을 볼 때면 ‘우리에게 조금 묻’기도 하던 그 ‘어떤 시’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수년 전 전시 이후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전을 통해서나 만날 수 있었던 ‘연화지정’을 접할 길이 드디어 넓어진 셈이다. 2009년 세계적 권위의 월드프레스포토(wpp) 포트레이트 부문 수상작이기도 ‘연화지정’은 다큐멘터리사진가로서 독보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특유의 ‘서정성’으로 사진애호가를 포함한 다양한 층의 사랑을 받는 작가 성남훈의 사진 시리즈 중에서도 그 서정성이 가장 뛰어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10년 간격을 둔 이 수상 이력은 세계 여러 나라의 분쟁 지역 현장과 유민들, 아시아 여성들을 ‘문제적 시각’에서 기록해온 다큐멘터리사진가 성남훈의 활동상을 방증한다. 사진집에는 월드프레스포토 수상작 포함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포트레이트 14점이 담겼다. 또한 기존 전시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 외에 근경과 원경으로 포착한 연화지정 시리즈 70여 점이 완결판 형태로 수록됐다. 사진집 디자인은 류가헌의 아트디렉터이자 디자이너인 아네스박이 디자인 요소를 절제한 총 160여 장의 지면에 시선과 심상의 흐름에 따라 넘침 없이 담는 방식으로 편집했다. 바느질 수제본 형식의 양장에 다시 사진집 케이스로 감싸 ‘연화지정’에 대한 아카이브 류가헌의 헌사를 대신했다.
사진가 성남훈은 작업 노트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산다는 일. 과중한 도시의 삶 속에서 미처 자신이 누구인지 물을 겨를도 없이 살아가는 속인들의 삶의 속도가 이곳에서는 무상하기만 하다. 황, 적, 녹, 황, 백 오색의 타루초. 그 상징인 우주의 다섯 가지 원소 물, 하늘, 불, 바람, 땅 중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 답을 얻기 위해 이들은 참선하고 자기보다 몇 배 큰 등짐을 울러 멘다. 손수 옮긴 널빤지로 한 몸 뉘울 움막을 짓고 밤새 언 물로 몸을 씻는다. 거기에서 종교성을 넘어선 어떤 숭고를 본다.
지난 12일부터 10월 1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진위주 류가헌 전시 1관에서는 ‘연화지정’ 오리지널 프린트 일부와 함께 사진집 출간 기념전이 열린다. 소량이지만, 3m가 넘는 파노라마 대작을 포함한 연화지정 포트레이트 전량(14점)이 모두 전시된다. 한편에서는 ‘연화지정’의 인쇄 과정이 동영상으로 선보여진다. 사진집 출간 기념 ‘연화지정’ 오리지널 프린트가 포함된 특별 한정판도 만날 수 있다. 사진집은 오는 19일 오후 7시 류가헌에서 열리는 오프닝 행사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사진집은 전시장에서 직접 사거나 류가헌 블로그에서 구매 신청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