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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빠르트망' 김소진 "지금 너무 좋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등록 2017-10-15 09:41:42   최종수정 2017-10-23 09: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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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소진, 연극 '라빠르트망' 알리스 역. 2017.10.1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배우 김소진의 이름을 배우 오지호·발레리나 김주원 사이에서 발견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연극 '라빠르트망'(연출 고선웅·각색 오세혁)에서 두 사람의 스타성에 눌리지 않고 무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김소진은 오는 18일부터 11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라빠르트망'에서 '알리스'를 연기한다.

연극 '라빠르트망'은 모니카 벨루치와 뱅상 카셀이 주연한 영화 '라빠르망'(1996·감독 질 미무니)을 고선웅 연출을 비롯 한국 창작진이 연극으로 옮기는 것이다.

연극의 제목은 '아파트'라는 뜻의 원어 발음을 살려 '라빠르망'이 아닌 '라빠르트망(L'appartement)'이라고 표기했다.

약혼반지를 사려던 날 옛 연인 리자(김주원)의 흔적을 쫓게 된 막스(오지호). 그녀를 찾아 헤매는 동안 두 사람을 중심으로 얽혀있던 관계들이 하나씩 드러난다. 알리스는 사건을 푸는 열쇠를 가진 인물로 복잡다단한 캐릭터다.

김소진의 존재감을 통해 시너지가 날 만한 인물이다. 김소진은 영화 '더 킹'(2016)에서 당찬 검사 역을 맡아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의 영화부문 '여자조연상'을 받았고, 최근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나옥분(나문희)·문정심(손숙)을 돕는 '금주'를 맡아 절제된 연기로 호평 받았다.
 
김소진은 이미 연극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배우다. 중앙대 연극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과정을 밟고 '양덕원 이야기' '거기'로 유명한 극단 차이무에 몸 담고 있다. 연극 '프라이드' '거기' '만추'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등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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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소진, 연극 '라빠르트망' 알리스 역. 2017.10.1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오랜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연기 내공이 영화에서 빛을 발해 의기양양도 할 법하지만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고 고민이 많아졌다는 김소진을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향후 연기를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고민이라는 그녀의 속내가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와 만나 더 믿음직스러웠다.

Q. 알리스로 인해 리자와 막스의 사랑이 계속 엇갈린다. 리자를 동경하는 동시에 질투하고 막스를 짝사랑해 두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는데 씨를 뿌리는 캐릭터다. 알리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

A. "알리스는 이해해나가는 과정까지 흥미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다. 처음에는 '사랑에 빠지면 다 해결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정리가 쉽지 않더라. 이야기 안에서 어디로 튈지 모르겠는 알리스의 선택과 행동이 매력적으로 끌렸다. 그런 복잡한 여러 겹의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 찾아가는 과정이다.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한 다른 감정들을 꺼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인물이 좀 더 입체적으로 보였으면 하는 거다. 연출님도 말씀하셨다. 단순히 영화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순간들의 감정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확대하고 증폭시킬 수 있느냐 고민 중이시라고. 영화 자체로 머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극적인 언어로 풍요롭게 무대가 채워질 거다."

Q. 고선웅 연출과는 처음 작업이다.

A. "영화를 봤기 때문에 오히려 나를 막고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연출님이 잘 깨 주신다. 연출님 작업들을 보면, 내가 해온 작품들하고는 조금 결이 다르다. 그게 좋았다. 내게는 익숙하지 않고 불편할 수 있는 부분들이지만 기존의 내 것을 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즐기고 있다. 연출님의 것들을 온전히 경험해보면은 제게 터닝 포인트가 생길 것 같다."

Q. 현재 최고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전성기라 할 수 있는데, 터닝 포인트를 찾다니 의외다.

A. "스스로에게 연기적인 고민이 찾아왔다. 지금까지 무겁고 사연 있는 인물들을 많이 연기해왔다. 어떤 순간에 내게 있던 감성들, 할 수 있는 표현들 그리고 연기가 반복되는 것 같더라. 이번 작품으로 그런 꽉 막혀 있던 부분이 '뻥'하고 뚫렸으면 한다. 내 경계를 넘을 수 있는 키(Key)는 무엇일까 찾고 있다. 조금은 새롭고 다르게 인물들을 만나고 싶은데 때로는 '내가 갖고 있는 것이 이것밖에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뭐가 계속 부족한 것 같고 자신도 없어지고 한다. 그런 생각이 나를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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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소진, 연극 '라빠르트망' 알리스 역. 2017.10.15.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Q. 영화 '더킹'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A. "더킹'은 정말 내가 혼자 한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 (칭찬을 들을 때마다) 부끄럽다. 감독님의 조언이 있었고 함께 하는 배우들의 에너지 덕분에 가능했다."

Q. 연극 '라빠르트망'에서 춤도 선보인다. 힘들지 않나?

A. "주원 언니가 막스와 사랑에 빠졌을 때 추는 춤을 마지막에 알리스와 막스가 똑같이 재현하라고 감독님이 말씀하셔서 놀랐다. 최고 발레리나의 춤을 재현하라고 하시다니.(웃음) 한동작 한동작이 어렵다. 근데 언니는 거꾸로 대사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시더라. 그렇게 언니와 공감하며 소통하고 있다."

Q. 이 작품이 끝났을 때 어떻게 달라져 있었으면 하나?

A. "자신감과 용기가 많이 생겼으면 한다. 앞으로 연기 생활에 대해 안개가 낀 이 모호한 순간들이 쓱 지나가고,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서 뭐든지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 너무 좋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연극을 잘 끝나고 나서 이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는 상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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