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대책]실수요자들, 집 지금 살까 vs 내년에 살까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음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집을 구입하려는 계획을 세운 사람들도 내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면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 서둘러 집을 사기엔 이르다는 생각이다. 반면 내년부터는 대출 규제가 강화돼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것이 우려되면서 자금 동원 능력이 부족한 실수요자들은 대출 규제가 적용되기 전인 올해 안으로 집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4일 내년부터 신(新)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과 총체적 상환능력심사(DSR·Debt Service Ratio)가 도입되는 '가계 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 역시 기존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따라 다주택자, 복수 대출자 위주의 규제가 주를 이뤘다. 실수요자들의 경우는 크게 영향을 받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실제 서민이나 실수요자들은 강서구 등 투기지역에서 주담대를 빌린다면 다주택자에 비해 10%포인트 완화된 50%의 LTV·DTI 비율이 적용된다. 무주택자나 신혼부부, 생애최초 내집마련 구매자의 경우 어느 정도 여유 자금이 있다면 집을 구매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과거에는 실수요자들의 경우 자기 자본이 많지 않아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LTV)이 70% 수준이라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손쉽게 주택 구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의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과 이번 10·24 가계부채 대책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자기 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번 신DTI의 경우는 기존 DTI보다 소득을 상세하게 평가하고, 부채 원리금의 경우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원금까지 포함시킨다. 신 DTI가 적용되면 두 건의 주담대를 합산해 DTI를 계산하기 때문에 추가 대출이 사실상 어려워져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추가 대출이 어려운 다주택자들이 입주 잔금을 치르기 힘들고 세금의 압박이 커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전세로 내놓거나 처분하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대출 규제로 거래가 줄어들면 집값 역시 일부 조정을 보여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22일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총 1976건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거래 건수(1만2878건)의 5분의 1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대출 한도가 줄어들었으니 아무래도 거래량 줄어들면서 가격은 조정 받을 것"이라면서 "지방이나 5대 광역시의 경우 입주 물량이 많아지면 역 전세난도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다주택자들이 잔금을 자기 돈으로 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전세 물량도 늘어날 것"이면서 "기존 다주택자들도 내년 양도세 중과 이전에 주택 수를 줄여야 해 집을 내놓은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내년에 신 DTI 적용할 때 자금 여력 있는 실수요자는 다주택자들이 물건을 내놓을 수 있어 그때 매입 하는 편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도 적용돼 자금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은 올해 안으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는 게 유리하다. DSR은 주담대뿐 아니라 신용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반영한다. 또 차주의 장래소득까지 예상해 대출을 심사, 연소득에 비해 갚아야 할 금융권 부채가 많을수록 추가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전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 대출을 받아야하는 등 자금이 부족한 수요자의 경우는 규제 적용 전에 주택을 사는게 좋다. 권 학회장은 "현재 실수요자의 경우 전세금이 집값의 70~80% 정도 있으면 올해 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편이 좋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기 수요로 가는 게 낫다"고 전했다. 반면 신규 분양을 노리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경우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가 축소되면서 분양 단지의 사업성과 현재 자금 계획을 꼼꼼히 따져 분양을 받아야한다는 분석이다. 내년 1월부터는 HUG 중도금대출 보증한도를 수도권 광역시 세종시는 6억에서 5억원으로, 기타지역은 3억원을 유지하는 등 하향조정한다. 중도금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보증기관인 HUG와 주택금융공사의 보증비율을 기존 90%에서 내년 1월부터는 80%로 추가로 축소한다. 이에 향후 은행들은 건설사 재무구조나 분양 단지들의 사업성을 더 꼼꼼히 보고 대출을 해줄 수밖에 없게 됐다. 사업성이 낮은 단지는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제2금융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청약자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실장은 "여유 자금이 있는 소비자는 사업성이 좋은 즉 입지가 뛰어난 사업지에 청약을 넣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입지가 다소 떨어져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에 청약을 넣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은 이자 부담까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한편 무엇보다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들은 무리한 대출보다는 상환 능력을 감안해 주택을 구매해야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전반적으로 대출의 문턱이 높아지는 만큼 부동산 구입시 자기자본비중을 종전보다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출금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과도한 대출보다 적정대출을 통한 알뜰 구매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