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부는 건설 한류⑦]싱가포르 안전기준된 'GS건설 안전학교' 가보니…
【싱가포르=뉴시스】이승주 기자 =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몸이 아래로 축 쳐졌다. 오래지 않아 약 3.5m높이에 매달려 있던 몸은 양쪽 허벅지부터 저려왔다. 순간 겁이 나 소리를 질렀다. 그 때였다. 밑에서 지켜보고 있던 싱가포르 현지 안전 교육담당관이 소리쳤다. "그렇게 가만 있다가는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사망해요. 공중에서 자전거 타듯 계속 다리를 돌리세요!" 지난 19일 본 기자는 싱가포르에 있는 GS건설의 안전혁신학교(GS Safety Innovation School)를 찾았다. GS건설은 지난해 3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이 발주한 빌딩형 차량기지 공사 T301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현장사무실 옆에 안전학교를 마련했다. T301프로젝트는 싱가포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기지를 짓는 공사다. 32만㎡부지에 지어지는 초대형공사로 공사액도 14억6000만 달러(한화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 공사가 이처럼 대규모로 이뤄지다 보니 무엇보다 안전에 만전을 기울여야 했다. 정재학 GS건설 T301현장소장은 "대형 프로젝트 현장이다보니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학교는) 현장에 가기 전 꼭 거쳐야 하는 곳이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공사현장 취재에 앞서 이곳 교육을 몸소 체험해봤다. 안전교육을 맡고 있는 현지인 모하메드 알리가 기자의 몸에 직접 안전장비를 채워줬다. 그리고 줄에 매단 뒤 버튼을 눌렀다. 3m 넘는 높이까지 몸이 떠올랐을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멈춰섰다. 교육이라지만 줄 하나에 의지한 채 높은 곳에 매달리자 공포감이 엄습했다. 더 놀라운 것은 오래지않아 안전대를 찬 양쪽 허벅지부터 몸이 저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당황해 소리지르는 기자에게 알리는 침착하게 설명했다. "사고를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추락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다행히 우리 현장직원들은 이런 안전장치를 차고 있기 때문에 사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줄에 매달려 있다고 안심하기는 일러요. 구급차만 도착하면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밧줄과 양 다리를 압박하고 있는 이 안전장치에 눌려 구급차가 도착하기도 전 뇌에 피가 통하지 않아 사망할 수 있거든요." 알리 안전교육관은 내게 자전거를 타듯 계속 발을 굴리라고 지시했다. 두려움을 이겨내고 침착하게 발을 열심히 굴렸다. 조금씩 온몸에 피가 도는 느낌이었다. 그는 "위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이같은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합니다. 만약의 사고에서 최대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곳 학교에는 공사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고의 경우의 수를 재현해놨다. 갑자기 추락하거나 후진하던 중장비와 벽 사이에 몸이 끼었을 때 어떻게 대비해야 할 지 몸소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몸으로 경험한 배움은 더 크게 다가왔다. 건물 2층 높이에서 아래로 추락하던 순간의 기억이 몸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만약의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머리가 아닌, 몸에 새길 수 있었다. 정 소장은 "현장에서 주의해야 할 수칙을 글로 일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현장 직원이라면 누구나 주기적으로 이곳에 와서 위험에 처했을 때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몸에 익힐 수 있도록 훈련을 의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에 벌어질 수 있는 사고만 대비하지 않았다. 허리나 다리에 무리를 입지 않으면서 무거운 자재를 들어올리는 법도 배웠다. 폐쇄된 공간에서 공기가 탁해졌을 때, 갑자기 전류에 노출됐을 때, 동료가 쓰러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하나씩 알아갔다. 이같은 교육 시스템은 발주처의 마음을 움직였다. 발주처 관계자는 이곳을 둘러본 뒤 앞으로 LTA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를 수주하려면 이같은 안전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문서화했다. 내년부터 LTA공사를 수주하려는 모든 기업은 GS건설 안전학교와 똑같은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데이비드 김 GS건설 T301현장 상무는 "이 스쿨은 국내에 GS건설이 도입한 안전학교를 현지화한 것입니다. 싱가포르는 해외 어느 국가보다 공사현장의 안전을 중시합니다. 그런 싱가포르에서 우리 교육 시스템이 이곳 건설현장의 안전기준이 됐다는 것은 의미가 크지요"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지난 2015년 9월 싱가포르 육상교통청이 주관하는 안전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T301사업은 갈길이 멀다. 착공한지 오래지않아 공정률이 10% 미만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아직 터닦기 작업이 한창이다. 정 소장은 "오는 2024년 2월 준공을 목표로 총 95개월이나 걸리는 긴 공사입니다. 부지 중 일부는 매립지여서 지반이 약해요. 기반을 탄탄히 하는 작업을 신중히 진행 중입니다. 장기간 소요되는 공사이다보니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 중요합니다. 오는 2024년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에 최선을 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301프로젝트는 싱가포르 남동부 창이공항 인근에 싱가포르 지하철 3개 노선인 다운타운라인, 톰슨이스트코스트라인, 이스트웨스트라인의 지하철 차량을 보관하는 주차시설을 짓는 공사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 지하철 차량기지와 지상 4층 규모 버스 차량기지로 구성된다. 이는 총 985개 지하철 차량과 815대 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볼 수 없는 빌딩형 차량기지로, 길이 1.45㎞에 달하는 연결 터널공사도 포함한다. GS건설은 3D설계 모델링인 BIM 공법 등을 제시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