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우승 확정날 200번째 골, 영화 같은 '이동국의 하루'
후반 중반 전북 서포터스석에서 갑자기 환호성이 터졌다. 그라운드 한쪽에서 몸을 풀던 이동국이 트레이닝복을 벗고 교체 준비에 나섰다. 이동국의 등장에 팬들은 그의 응원가를 부르며 힘을 실어줬다. 이동국이 그라운드를 밟은 지 1분 만에 이승기의 추가골이 터졌다. 스코어는 2-0 전북의 리드. 두 골차와 제주 박진포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우위까지. 더 이상 전북의 우승을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유일한 관심사는 이동국의 득점 여부였다. 이동국은 앞선 경기까지 199골을 넣어 200골에 한 골만을 남긴 상태였다. 전북 선수들은 이동국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려 노력했다. 그라운드는 이동국을 위한 무대나 다름없었다. 후반 28분 왼발슛으로 감각을 조율한 이동국은 후반 33분 마침내 200번째 골을 신고했다. 로페즈의 크로스를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 제주의 골문을 열었다. 1983년 출범 이례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200골 고지가 마침내 점령된 순간이었다. 득점을 확인한 이동국은 유니폼 상의를 벗어 던진 채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과 이동국의 200번째 골까지 눈으로 확인한 서포터들은 더욱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의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동국은 그해 리그 24경기에 나서 11골을 넣었다. 이후 부상과 해외진출 등으로 기록 행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던 이동국은 2009년 전북 이적 후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해 22골로 완연한 부활을 알리더니 2012년에는 무려 26차례나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도 꾸준히 두 자릿 수 득점을 올리던 이동국은 기어코 최초의 200골 기록까지 품에 안았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유럽에서는 17세에 데뷔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만만치 않다. 군대도 가야한다. 200골은 앞으로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