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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부는 '분리독립' 바람…경제불평등으로 격화된 민족주의

등록 2017-11-05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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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스페인)=AP/뉴시스>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시위가 지난 10월 2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카탈루냐라고 쓰인 스카프를 들어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스페인 북부 카탈루냐 주(州)의 독립 열망이 결국 좌절됐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벨기에로 사실상 피신했고, 각료들은 결국 구속됐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지난 10월 27일 마드리드에 있는 헌법 155조 발동으로 중앙정부의 카탈루냐주 직접 통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카탈루냐 의회가 같은 날 독립을 선언했고, 스페인 의회도 중앙정부의 헌법 155조 발동 안 승인으로 맞대응했다. 중앙정부는 10월 30일 카탈루냐 자치정부 관계자들을 해임하고 오는 12월21일 조기 지방선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카탈루냐주 분리독립 운동은 역사적 뿌리가 깊다. 하지만 경제적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잘사는 동네가 상대적으로 못 사는 동네를 위해 돈을 내지 못하겠다"는 불만이라고 할 수있다. 카탈루냐주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마드리드가 우리를 강탈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에서 이전지출(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지출)보다 더 가져간다는 의미이다.
 
 바르셀로나가 있는 북부 카탈루냐주 주민들은 스페인 총인구의 16%를 차지하지만, 지역 경제는 1조 2000억 달러(약 1400조 2000억원) 규모로 스페인 경제의 약 5 분의 1을 차지한다. 또한 카탈루냐는 수도 마드리드보다 연간 세금을 120억 달러(약 13조 4000억원) 더 낸다는 점이다.
 
 유럽에서 잘사는 지역이 분리독립하려는 움직임은 카탈루냐 뿐만이 아니다. 한 예가 벨기에 북부 플랑드르이다. 이 곳은 국내총생산(GDP)이 유럽연합(EU)의 평균 1인당 GDP보다 120%나 높다.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도 비슷하다. 이 지역 경제 규모는 EU 회원국 상위 10위권에 든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가 속한 롬바르디아주, 베네치아와 베로나 등이 포함된 베네토주가 지난 10월 22일 주민투표를 통해 자치권 확대안을 가결했다.

  유럽의 일부 부자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생산력이 떨어지는 지방정부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해 오래 전부터 불만을 나타내왔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유럽을 휩쓸면서 더 강해졌다. 이는 오랫동안 내제됐던 민족주의 정서에 기름을 부었다.

 런던정치경제대학의 안드레스 르드리게스-포세 경제지리학 교수는 지난 1일 미국 시사월간 월간지 어틀랜틱에 “세계화와 함께, 독립운동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세계 곳곳에서 분리 독립 운동을 통해 경제이득이란 패(牌)가 자치권 획득이란 패(牌)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헝가리의 중부유럽대학의 예린 젠 국제관계학 교수도 르드리게스-포세 경제지리학 교수와 마찬가지로 독립운동이 사그라지지 않는  요소로 경제적 불평등을 꼽는다.결론적으로 지역 간 경제 불평등이 유럽의 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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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소=AP/뉴시스>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州)의 루카 자이아 주지사가 2지난 달 22일(현지시간) 트레비소에 있는 투표에서 자신의 투표용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 국가 내에서 가난한 지역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문제가 분리 독립의 동기가 되면, 앞으로 세계 전역에서 분리 독립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의 주민투표 결과는 경제적 갈등이 민족 정체성 문제로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반(反)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정당 북부동맹의 지역 담당 총무 파올로 그리몰디가 주민투표를 제안하면서 내걸었던 주장은 '롬바르디아주의 재정권한 확대요구'였다. 그는 주민투표 발의안에서 “롬바르디아주는 매년 국가 금고에 800억 유로를 제공하는 것에 지쳤다”라며 "롬바르디아주는 약탈하는 로마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독립에 관한 담론은 기업과 소비자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캐나다 퀘벡 주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퀘벡주에서 일부 정당들이 분리독립을 추진하려 하자 현지 주재 기업들이 본사를 이전하려고 했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했다.

 르드리게스-포세 교수는 어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카탈루냐주 교역의 상당 부분이 스페인· 유럽연합(EU)와 연관되어 있다”며 “카탈루냐가 독립하면 스페인은 하루 밤새 GDP의 20%를 잃을 수 있지만, 카탈루냐주 역시 위기의 정도에 따라서 급격하게 가난한 지역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로 비교적 원만하게 분리됐지만,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슬로바키아가 경제를 회복하는데 10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역도 분리독립할 경우 경제 회복에 이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를 회복하는 데 10년이 걸리는 것은 최상의 상황”이라며 “분리과정에서 갈등이 악화하면 회복 시간이 더 걸려서 한 세대가 걸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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