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성원 교수 "한미FTA는 정치적 문제…우리가 먼저 양보해야"
"트럼프 한미FTA 개정, 미국인 보라고 하는 것" "美내 한국 고용창출 효과 큰데 정작 미국인 몰라…홍보 부족" "中, 북한 패로 美 갖고 놀아…절대 北문제 해결 안해" "한은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정부 정책과 반대"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한미FTA는 '경제'보다는 '정치'의 문제다.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안보인 만큼 경제 부분에서는 미국에 통 큰 양보를 해야 한다." 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석좌교수는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세계경제연구원(원장 송경진) 주최로 열린 '미국경제 현황과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및 한미FTA 개정' 강연회 후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보면 결국 한국, 일본 정부와 얘기하는 것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인들에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한국에 와서도 강성 발언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내야 하는 성과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북핵, 하나는 미국 무역적자 해결"이라며 "경제학자들이 아무리 트럼프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무역적자가 너무 많고 한국은 흑자가 많으므로 조정을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것을 원한다"며 "한국에서 제일 중요한 건 안보이므로 돈 때문에 미국과 싸움이 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 분야에서 한국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까지 왔는데 뭘 줘야할 것"이라며 "한국에서 무역흑자를 줄이고, 미국 수입을 늘리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미국에서 원하는 건은 무역적자를 줄이는 것, 명확하므로 한국에서 먼저 해주면 미국 쪽에서도 한국에서 원하는 것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타협 과정에서 따지고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싸우게 될 수 있는데, 그럼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기존의 한미FTA 큰 틀은 유지하되 뭘 더 얹어주는 식으로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호주에서 LNG를 사는 것을 미국에서 산다든지, 비행기를 에어버스를 사지 않고 보잉을 산다든지 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농산물의 경우 미국 농민들이 불평을 많이 한다. 한국에서 핑계를 대고 미국 농산물을 사지 않으려 한다고 생각한다"며 "육류 관세도 24%인데 조정을 해서 미국산 고기를 많이 사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미국에서 또 많이 제기되는 문제가 미국 버스가 한국 기준보다 10㎝ 더 크다는 이유로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데, 미국인들은 한국 길이 그렇게 좁은 거냐고 푸념한다"며 "그런 소소한 부분들을 조정해 불만을 없애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한미FTA로 인한 미국 내 고용창출 효과 등 긍정적인 면을 두고 한국 정부가 제대로 홍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예를 들면 현대나 기아가 미국 내에서 자동차를 많이 생각하고 있고 고용도 창출하고 있는데 미국인들은 잘 모른다"며 "나도 이번에 강연을 준비하면서 알았을 정도다. 나도 모르는데 보통 미국인들이 알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동차 만드는 사람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말만 듣고 한국 때문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게 아니지 않느냐. 한국이 지원한 미국 내 고용창출을 보면 2015년 35만8000개다. 이는 2009년보다 24%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3불 정책'(미국 미사일방어체계참여·사드추가배치·한미일군사동맹 부정)에 대해서도 미국 내 부정적 기류가 있다고 전했다. 손 교수는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안 간다. 한국에서 제일 중요한 게 북핵 문제이고, 그럼 미국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데 3불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며 "미국인, 특히 정치가들은 이해 못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이 해결 의지가 없으며, 한국은 미국과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미국 대선 당시야 중국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지금은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 때문에 미국은 중국이 필요하다. 중국도 그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엔 협상 국면에 있어서는 중국인들이 미국인들보다 잘 하기도 하고, 유리한 고지에 있다"며 "트럼프 주변은 대부분 새로운 사람들이고 기존의 전문가가 없다. 하지만 중국은 기존에 계속 하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갖고 놀고 있다. 북한 상황은 굉장히 중국에 좋은 패"라며 "중국이 정말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북한 리스크가 있는 게 더 좋으므로 해결할 생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손 교수는 "한국 경제가 3분기에 좀 잘됐다고 하는데, 내수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수출이 좋았던 것"이라며 "결국 반도체 때문이었는데 반도체는 역사적으로 보면 잘될 땐 잘되고 안될 땐 안되는, 기복이 심하다"고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면 반도체 값은 수요 보다는 공급 때문에 하락하는데 지난 몇 년간 반도체가 잘 되니까 일본 등에서 공장을 많이 짓고 있다"며 "나중에 반도체 값은 폭락할 것이고, 그럼 우리 무역흑자도 어려워질 텐데 지금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호조가 계속 된다고 보면 안 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창출 등 경기부양 정책을 쓰고 있는데 한은에서 금리를 올리면 엇박자 아니냐"며 "지난 2년 동안에는 경제가 좋지 않아서 한은에서 금리를 내렸으면 효과가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의 장점은 금방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재정정책은 국회 등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느냐"며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심리적 효과가 중요한다. 한은에서 아직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와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를 받고 웰스파고 은행 수석 부행장, 미 백악관 대통령 경제자문회의 선임 경제학자로 활약했다. 2006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최고 이코노미스트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