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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균형외교, 성공의 방정식은⓶]봉영식 박사 “文정부 통장잔고 부족, 이상과 현실 조화 이뤄야"

등록 2017-11-12 08:30:00   최종수정 2017-11-14 08: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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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위원(박사)이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봉영식 연세대 통일 연구원 전문위원(박사)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미국의 꿈을 주제로 사자후를 토하던 아메리칸 대학 교수, 국내의 대표적인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의 외교안보센터장을 지낸 대표적인 외교안보 전문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지난 7일 오전, 뉴시스는 연세대에서 봉 박사를 만나 지난 대선에서 신고립주의의 기치를 들고 승리했지만,  '통상', '안보' 카드로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며 아시아로 다시 회귀하는 트럼프 방한의 의미,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미중 양국 사이에서 풀어야 할 과제, 한반도에서 고조되는 전쟁위기론의 실체,  진보정부 균형외교의 성공조건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만 해도 일자리 등 미국 내부 이슈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집권 이후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전략'을 더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 5개국 순방도 이런 차원이 아닌가.

 “그 진단에 대해 십분 동의한다.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 2.0'이라고 해야 할까. 2.0이라면 피벗 투 아시아의 두 배, 아니면 곱하기 둘이라고 해야 할까.(웃음)  피벗 투 아시아를 거칠게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베이징 현지에서 만난 중국의 한 외교관도 기자에게 트럼프가 오바마 대통령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더라. 그동안 무슨 일이 있던 건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건 ‘미국 우선주의’는 결국 ‘신 고립주의’가 아니었다. 우리는 대선기간 중 정부 측에 그런 분석을 전달했다. (외부세계에 관심을 끊어내고 내치에 주력하는) 고립주의가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그러니까 힘을 쓰겠다는 거였다. 미국의 일방주의라는 진단이 적절하다. 거기가 나온 이슈가 무역, 안보 그런 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서둘러 사드 합의문을 발표한 것도 전쟁을 불사하는 듯한 미국의 호전적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도 일각에서는 고개를 든다.

 “저도 그런 면이 작용했다고 본다.  중국이 설정한 한반도 문제 레드라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의 하나는 이른바 ‘3NO' 다. 북한 정권의 붕괴에 반대하고, 한반도에서의 핵 확산에 반대하며,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 재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 째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줄이는 조치를 중국이 취한 것으로 본다.”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기사가 요즘처럼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끄는 때도 없다. 여전히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느 나라도 대한민국 동의 없이는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군사행동을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그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나. 북한의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이제는 국제안보이슈, 지역안보이슈라기 보다는 미국의 생존을 위협하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글로벌 테러리즘처럼 그렇게 생각하는 기류가 자리를 잡았다. 그렇다면 국가생존과 안보 차원에서 위협이 더 커지기 전에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강박과 공감대가 미국 내에서 너무 강하게 있다. 1979년 이후 가장 힘겨운 상황이 아닐까 싶다‘

-한미 관계가 박정희 대통령과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한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힘겨운 시기를 맞고 있다는 건가.

“지난 1979년 서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과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정상회담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박대통령은 ‘닉슨 쇼크’를 겪었는데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이 떠나면 안보 공백이 너무 크다는 우려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이 이 정상회담에서 30분 동안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자, 카터 대통령은 회담에 배석한 사이러스 밴스 국무장관에게 메모 하나를 건넸다. 그 내용은 이 사람(박정희 대통령)이 2분 안에 말을 멈추지 않는다면 여기서 나가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인권외교로 널리 알려진) 카터 대통령은 당시 박정희 정부의 핵무기 개발 의혹에 대응해 주한미군 철수 카드로 압박하던 상황이었다. “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 만나 '디스 맨(this man)'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네오콘들의 압박을 받지 않았나.

"디스 맨 해프닝은 부풀려진 면이 있다.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이고, 퍼스널 하다는 특징을 감안했여야 한다. 물론 회담 결과는 엉망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하다.

 “안타깝다. 요즘 대한민국 대통령이 참 어려운 때다, 대통령하기 힘든 때다. 옵션이 너무 없다. 지난 2009년 이전처럼 한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라도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북한에 메시지를 전한다든지, 공조까지는 안 간다고 해도 북한의 행동을 제어 한다든가. 그런데 지금은 중국도 이러한 대응을 못하고 있다. 뼈와 뼈라면 중간에 연골이 없이 북한과 미국이 바로 부딪치는 형국이다.”


-어디서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인가.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앞서 박근혜 정부가 협력국가로서 대한민국의 공신력과 외교자산을 다 써버린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한국과 뭘 같이 하겠다는 그런 인센티브가 (주변국들 사이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것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비유하자면, 지금 문재인 정부의 통장 잔고에 남은 돈이 거의 없는 격이다. 지금 쓸 돈이 없다. 그렇다고 당장 대출을 받자니 이자가 너무 높다. 그것을 다시 쌓아야 한다. 쓰기는 쉽지만 다시 벌기는 결코 수월하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통장 잔고’를 다 써버려 현 정부가 쪼들린다는 얘긴데. 전임 정부가 어디에 뭘, 어떤 식으로 탕진했다는 뜻인가.

“지난 2015년 아베정부와 위안부 문제 타결을 선언해 놓고도 그 다음에 소녀상이 다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2014년) 서울대에 와서 강의까지 했고, 박 대통령도  2015년 천안문 성루에 올랐다. 하지만 다시 사드 배치 결정을 했다. 일본도 중국도 한국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참여, 불참 여부와 상관없는 정책을 짜는 것이 안전하다는 기조가 생겼다. 되돌아보면, 박근혜 정부가 어디에 서있었는 지 아무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 스스로도 잘 몰랐을  거 같다”


 -맹자는 ‘항산이 있어야 항심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가 ‘항심’을 유지하기는 힘겨운 상황인데, ‘균형 외교’를 통해 외교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가 대놓고 균형자론을 주장하는 것 같지는 않다.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거나 운전석에 앉아야 한다는 정도가 아닌가. 하지만 문 대통령이 베를린 G20(주요 20개 나라) 정상회담에 다녀오고,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한 이후에 ‘한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안타깝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자각을 한 것이고, 저는 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본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건 자조섞인 표현 아닌가.

 “달력을 넘기다 보니 12월20일이 공휴일이더라. 무슨 날인지 기억을 더듬다 보니 대통령 선거일이었다. 5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는 엄중한 상황을 맞았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참여정부나, DJ 정부 때 로드맵을 계속 고집하는 그런 경향이 보인다.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한 이후에 베를린 선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꿈과 비전이 원대하고 맞는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다는 아니다. 현실을 직시해야 올바른 방향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도덕주의, 이상주의의 틀에서 벗어나 비로소 국제정치의 민낯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역대 진보정부가 내세운 이상적인 통일관과 세계관. 그리고 보수정권의 강점인 정확한 현실 인식을 조화할 수 있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 그 조화가 사실 어려운 숙제다. 한국이 지닌 대외 외교 자산이 소진된 상황이어서 굉장히 안 좋은 조건에서 시작하지만, 그 조화를 이룰 수 밖에 없고. 또 이뤄야 한다는 자각이 있는 것 같아서 그 점에서는 반가운 마음이다. ”

 
-하지만 헨리 키신저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미중간 ‘빅딜론’이 자꾸 조명을 받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키신저가 총기를 잃었다고 혹평을 했지만. 이 얘기가 자꾸 나온다.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게 지난 2006년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때였다. 당시 미국에서 백악관 관리를 했던 분에게 들은일화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뉴스를 텔레비전으로 보면서 ‘we got to do something(우리가 이제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부시행정부는 이후 (강경파) 딕 체니랑 반대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 발언이 시사하는 것은 이렇다. 한국정부가 전쟁 방지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이러한 노력은 분명히 계속 해야 한다. 하지만 결국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는 강대국들이 그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쥐고 있다.“


-강대국들의 문제이니 두 손을 놓고 있어야 한다는 건가. 우리 정부는 지금부터 뭘 고민해야 하나.

 “그 질문은 사실 어제도 받았다. 대답을 못하겠더라.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의할 때 학생이 어려운 질문을 하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웃음). (어렵더라도) 위축되지 말라(Don't panic)는 애기를 해주고 싶다. 공포에 사로잡히면 자꾸 센 이야기를, 그것도 명확하게 하게 된다. ‘그 어느 나라도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국내외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얘기는 그냥 핫라인으로 그냥 하면 된다고 본다. 대국민 메시지는 다른 식으로 했어야 한다.”


-왜 공포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하는가.

“중국과 미국이 키신저 외교에 따라 동서 데탕트를 이끌었지만, 당시는 지금보다 환경이 명확하고 쉬웠다. 소련이라는 엄청난 공동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빅딜이 된 거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대약진운동과 문화 대혁명으로 아사자가 대거 나왔다. 공산당의 영도력이 흔들리며 정통성을 유지하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정권의 위기였다. 그래서 등소평이 등장해서 새로운 것을 내세운 것이다. 개혁개방해서 잘살게 해주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중국과 미국이 오늘날 협력도 하고 얼굴도 붉히지만 북한이 냉전시대 소련과 같은 무게감이 있는 공동의 적은 아니다. 중국도 등소평 때와는 달리 시한에 쫓겨 (빅딜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현재 북한을 놓고 빅딜을 하기에는 예전보다 셈이 너무 복잡하다는 뜻이다. 키신저 박사가 그 당시 했던 것처럼 양국이 주거니 받거니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빅딜에 대해 너무 우려할 것은 없다.  아직은 숨 쉴 공간은 있다. 가장 어려울 때 기억할 룰 넘버원은 ‘정신 줄을 놓지 말라(Don't Panic)’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한국을 배제한채 빅딜을 하기에는 구조적 제약이 있다는 뜻인 것 같다. 진보정부 중에는 성공한 사례도, 그렇지 못한 사례도 있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멀리 해야 하는가.

 “김대중 정부가 성공한 것은 이상의 추구와 현실의 분석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김대중 -오부치 선언도 이런 맥락속에서 나온 것이다.  생각해 보라.  그때 한일 관계가 얼마나 긍정적인 쪽으로 바뀌었나. 한국도 IMF위기를 조기에 극복했고. 남북관계도 새로운 물꼬를 텄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도 비록 어려운 상황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진보 정부는) 그런 성공 케이스가 있다. ”


-DJ정부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를 보수층은 받아들이지 않을듯하다.

“(저는)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 극우보수 분들이 걱정하는 게 실현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공산화되지 않았다. 이 분들이 2000년 정상회담 이후에 우리나라에 빨갱이들이 들어온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때 북한이 열렸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환상이 사라졌다. 이제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안다. 왜 북한이 사실상 망했는지, 북한이 현재 어떤지 그 실체를 모두 안다.  북한을 얼마나 두려워해야하는지 알고, 얼마나 끌어안아야 하는지 그 선이 잘 정해진 결과다. 우리사회에 극단적 해석이 자리 잡을 여지가 줄어들었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동북아 균형자론’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문재인 정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참여정부에 뿌리를 두고 있고, 사람들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동북아균형자론은) 반응이 좋지 않으니 (참여정부도) 금방 철회하지 않았는가. 요이치 후나바시 책(김정일 최후의 도박)을 보니 상세히 기록을 했더라. 사람들이 잘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들도) 그동안 많은 경험을 축적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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