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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반도체 뇌종양 직원, 산재 인정"…대법, 파기환송

등록 2017-11-14 11:16:15   최종수정 2017-11-21 08: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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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와 뇌종양 인과관계 인정 여지"
1심서 원고 승소했으나 2심은 패소

 【서울=뉴시스】강진아 기자 = 대법원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가 퇴사한 지 7년 후에 뇌종양 진단을 받고 사망한 직원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하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14일 고(故) 이윤정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씨는 사업장에서 약 6년2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발암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며 "발암물질의 측정수치가 노출기준 범위 안에 있다고 해도 여러 유해인자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주·야간 교대근무 등 작업환경의 유해요소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 건강상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역학조사를 했을 당시 이씨가 근무한 때부터 이미 여러 해가 지나 발암물질에 대한 노출 수준이 측정되지 않았고 그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이씨는 입사 전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뇌종양 관련 병력이나 가족력이 전혀 없는데 퇴직 후 우리나라 평균 발병 연령보다 훨씬 빠른 만 30세 무렵에 뇌종양이 발병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업장과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 뇌종양 발병률이 한국인 전체 평균 발병률이나 이씨와 유사한 연령대의 평균 발병률보다 유달리 높다면 이는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한 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교모세포종은 빠른 성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종양이 빠른 속도로 성장·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할 뿐 발암물질에 노출된 후 뇌종양 발병까지 이르는 속도 역시 빠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가 퇴직 후 7년이 지난 다음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는 점만으로 업무와 뇌종양 발병 사이에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반도체 온양공장에서 6년여간 일하다가 2003년 퇴직했고, 7년이 지난 2010년 5월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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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씨는 뇌종양이 산업재해라고 보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질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거절했다.

 이에 이씨는 "근무 당시 유해물질에 노출됐고 주·야간 교대근무와 높은 노동강도로 뇌종양이 발병했다"며 2011년 이 소송을 냈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12년 5월 이씨는 결국 사망했다.

 1심은 이씨에게 발병한 뇌종양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해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 화학물질과 주·야간 교대근무 및 연장근무 등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에 지속적·복합적으로 노출됐다"며 "질병의 발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며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벤젠 등의 검출량에 비춰 뇌종양이 유발됐다고 보기 어렵고 유해인자가 공기를 통해 이씨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은 낮다"며 "이씨가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입사 때부터 퇴사까지 특별한 이상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퇴직 후 약 7년만에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며 "연장근무 등이 뇌종양을 유발했다고 볼 근거가 없는 등 뇌종양이 업무로 인해 발병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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