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개신교계가 꺼리는 3가지 이유
김 부장은 “우리 교회들은 대부분 영세해 소득세 납부 결정 당시 내부 반발도 거의 없는 편이었다”며 겸연쩍게 웃는다. 그는 개신교 측이 과세에 반발해온 배경에 대해 종단 소속 목사들의 소득이 타 종교에 비해 많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교회 살림살이가 상대적으로 풍족한 데다, 목사들도 가정을 꾸리다 보니 정기적으로 수취하는 돈의 비중이 타종교에 비해 높고, 세금도 많을 수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불교계 신문에서 20여 년간 기자로 근무해온 신두영(49·가명)씨는 불교계가 종교인 과세를 수용한 배경도 비슷한 맥락에서 설명했다. 승려들은 태고종, 진각종 등 결혼을 허용하는 일부 종단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부양 가족이 없고, 사찰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다보니 식비와 주거비 등 생활비가 거의 들지 않아 과세 대상인 소득의 비중이 개신교에 비해 매우 낮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씨는 “스님들은 대부분 비과세 대상”이라며 “속세의 기준으로 저소득층”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과세 대상) 소득이 얼마 안 되는데, 소득세를 매긴다고 해서 굳이 반대할 이유가 있는가”라며 "(다만) 김영란법처럼 시행 과정에서 구체적 사례를 놓고 부딪칠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님들도 세금을 납부하고 의료보험 혜택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종교인 소득 과세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세 유예를 요구해온 보수 개신교계가 '보완이 잘 이뤄진다면'이라는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불교, 가톨릭 등 주요 종단 대부분은 '종교인도 납세의 의무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일찌감치 과세를 받아들였지만, 개신교는 내년부터 법대로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사실상 반대해왔다. 개신교측은 원론적으로 종교인 소득 과세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과세 대상 소득의 범위를 놓고 세정 당국과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해왔다. 종교 단체가 종교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돈 가운데 어떤 항목을 소득으로 분류해 세금을 매길 수 있는 지를 놓고 정부와 개신교측이 전선을 형성한 채 뜨거운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정부가 개신교 측에 제시한 세부 과세 기준안은 종교인들의 지출 명세를 모두 40여개 항목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생활비 ▲상여금 ▲격려금 ▲이사비 ▲목회 활동비 ▲선교비 ▲사역 지원금 ▲연구비 ▲수련회 지원비 ▲전도 심방비 ▲도서비 ▲교육비▲차량 유지비▲건강 관리비 ▲수양비 ▲접대비 ▲주례비 ▲강의료 등이 모두 포함된다. 논란의 핵심은 40여개 항목 가운데 세금을 물지 않는 비과세 소득의 범위다. 어디까지를 소득으로 간주해 세금을 물리거나 물리지 않을 것인지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것이다. 종교인들이 통상 목회 활동을 위해 지출한 돈은 ‘종교인 회계’가 아닌 ‘종교 단체 회계’로 분류돼 소득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그 경계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항목이 담임목사가 쓰는 판공비격인 ‘목회 활동비’다. 정부안에 따르면 이 자금은 목회 활동을 위해 사용했다는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소득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영수증을 증빙하기 힘든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교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목회 활동비’는 결국 담임목사의 손을 잠시 거쳐서 이동하는 교회 공금이지 개인 소득이 아닌데,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뜻이다. 과세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소득세 부과에 합의한 타 종단에서도 시행과정에서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진단도 고개를 든다. 불교 신도들이 도력이 높은 스님을 초빙해 설법을 들은 뒤 각출해 제공하는 거마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지, 방장 스님들이 사찰의 승려들을 상대로 부정기적으로 주는 용돈의 성격은 어떻게 볼 수 있는 지 등을 놓고 논쟁이 점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개신교 측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소득세 과세 세부안을 다듬는 등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견해를 고수해온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신교-정부의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시행을 2년 더 유예해 달라는 의견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개신교단이 종교인 과세에 거부반응을 보여온 이면에는 진보 정부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촛불 정국’을 등에 업고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가 세무 조사를 빌미로 보수적 개신교단을 손 보려고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을 기치로 내건 현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통해 최저 임금상향조정, 공무원 증원 등 중점사업에 소요되는 재원도 일부 확보하고, 보수 개신교 진영에 멍에도 채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가능성을 배제하지않고 있다는 뜻이다. 명성교회 등 일부 대형교회의 교회 세습·비자금 조성 논쟁 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점도 개신교단의 불안한 기류를 부채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 종단 일부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세무조사 배제를 국세청 훈령에 명문화해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 공무원이 종교 단체를 방문해 과세 자료를 요구하거나 조사하면 종교분립의 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소리의 이면에서 적폐청산의 거센 흐름에 휩쓸려 떠내려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엿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신교 일부 인사들은 정부와 개신교 양자 소통창구를 만들어 탈세 제보가 들어오면 이곳에서 1차 조사를 하자는 목소리를 내왔다. 개신교단이 세무조사에 유독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이면에는 교단의 원죄 또한 한몫을 하고 있다. 개신교측은 그동안 진보정부와 각을 세워왔다. 노무현 정부가 대표적 개혁입법으로 밀어붙인 사학법 개정 당시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이 삭발투쟁까지 벌이는 등 반대운동을 펼쳤다. 아울러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지난 2007년에는 장로 대통령 대망론을 퍼뜨리는 등 노골적인 집단 행동을 했고, 대형교회 일부는 작년 이후 태극기 집회의 배후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500년전 부패한 가톨릭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던 개신교가 한국에서는 기득권 세력의 일부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교세가 가파르게 신장되고, 교회가 기업형 조직으로 성장하면서 보수색 또한 짙어졌다는 평가다. 교회 세습 논란을 빚고 있는 명성교회의 김삼환 목사도 앞서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주일예배 설교에서 “무슨 누구 책임, 이런 식으로 수습하지 말고 온 나라가 다시 한 번 반성하고 애통해하고 눈물 흘리고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야 되는 것입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개신교는 앞서 지난 2000년대 초에는 ‘애국 기독교’라는 슬로건을 내건 채 반 종북 세력 집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미국 사회의 도덕적 타락을 질타하며 거대한 보수주의 흐름을 이끌어온 미국 개신교계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종교인 소득세 논란은 특히 일부 대형교회들의 교회 세습 문제와 맞물려 개신교 개혁의 공론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해왔다. 물론 개신교 단체 중에는 소득세 과세를 일찌감치 수용한 곳들도 일부 있다. 세계 최대의 개신교 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는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이밖에 천주교와 대한성공회 등도 교단 차원에서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일부 침례교회도 소득세를 내고 있다. 이밖에 통일교 측도 지난 2012년 이후 소득세를 내고 있다고 교단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기재부는 전체 종교인 23만여명 중 실제 세금을 내는 경우는 20% 수준인 4만~5만명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세수도 100억원 가량을 더 거둬들이는 데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