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달러선 넘은 국제유가, 더 오를까?…최대변수 '감산 연장'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오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를 앞두고 국제유가 추이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타고 2년 반만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어선 상태이다. 세계 경제가 장기 침체 국면을 벗어나고 있는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이 풀어놓은 유동성이 물가를 끌어올릴 조짐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 가능성,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사우디아라비아 정정불안 등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등 공급 측면의 요인들도 유가 상승세를 자극했다. 하지만 시장에 상방 압력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수요 증가세에 대한 예측이 과대평가됐다는 회의론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OPEC 총회에서 감산 연장안이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는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등 감산 합의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릴 여지도 크다. 유가가 일정 수준에 오르면 셰일 오일의 채산성이 높아져 미국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려 유가가 일정 수준에서 다시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 이유다. ◇美 생산 증가 전망에 상승세 꺾여 16일(현지시간) 주요 외신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년 전 배럴당 45 달러 수준에 머물던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세계 경기 회복세와 함께 올해 하반기 본격적으로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 9월 들어 배럴당 50 달러를 넘어선 브렌트유 가격은 이라크의 키르쿠크 점령과 이란 핵협정 파기 가능성 등 중동 지역 이슈가 부각되기 시작한 10월 말부터는 급등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10월 20일부터 보름 만에 가격이 10% 이상 올라 지난 6일에는 배럴당 64.27 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랜트유 가격이 60달러를 돌파한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도 지난 13일 배럴당 56.76 달러까지 상승했다. 한달 전과 비교해 가격이 10% 가량 올랐다. 중동 정세에 민감한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한달새 13% 이상 올라 지난 6일 배럴당 61.83 달러까지 상승했다. 중동지역 정세 불안 요인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연장 가능성, 세계 수요량 증가 전망 등이 유가 상승세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11월 중순부터는 상승세를 제약하는 요인들이 부각되고 있다. 유가가 셰일오일이 본격적으로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6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미국이 석유 생산을 늘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여기에 올해 이후 석유 수요 증가세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이 나오면서 65달러 선을 넘보던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IEA, 석유 수요 증가 둔화 전망…"유가 상승세 단기에 그칠 수도" 급격한 국제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IEA가 지난 14일 국제 유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부터다.IEA는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석유 수요가 각각 일평균 150만 배럴과 130만 배럴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에서 10만 배럴씩을 하향조정한 수치다. 아울러 온난한 기온으로 석유 소비가 줄어드는 반면 일부 생산국의 공급은 급격히 증가해 2018년 상반기 원유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2022년까지 강한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OPEC의 전망과 상반되는 주장이다. IEA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에서 60달러로 올랐다고 해서 시장이 '뉴노멀'을 찾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공급 부족과 중동 지역 긴장감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명된다면 시장 수급이 생각한 것만큼 빡빡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석유 생산이 증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게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미국 에너지 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미국 육상 석유 시추기 수는 전주보다 9개 증가한 738기로 집계됐다.석유 시추기는 향후 산유량을 가늠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통한다. 11월 미국의 시추기 수는 1년 전(452개)에 비하면 60% 이상 늘어났다. 이같은 이유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멈추고 50~60달러 선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밥 더들리 BP CEO는 "나는 항상 2020년까지 유가가 50에서 60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며 "지정학적 이벤트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이상 큰 폭의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OPEC 총회, 유가 방향성 분기점 될 듯 국제 유가 움직임에 영향을 줄 변수가 또하나 있다. 바로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여부이다. 지난해 11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는 2014년 이후 약세를 지속하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OPEC은 오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고 감산 재연장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국가들 뿐 아니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각료들도 참여한다. 산유국들은 지난해 11월 산유량을 1일 18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한 데 이어 지난 5월에는 감산 시한을 내년 3월까지로 연장했다. OPEC 회원국들은 1일 120만 배럴을, 비 OPEC 국가들은 55만8000배럴을 감축했다. 현재 산유국들은 유가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감산 시한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감축량은 현재 수준을 유지하되 감산 기간은 내년 말까지 9개월 추가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합의가 불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지만 결국에는 해를 넘기더라도 감산 연장이 이뤄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유가를 견인해야 한다는 OPEC 내부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국제 원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생산량을 줄이는 길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바르킨도 총장은 IEA의 보고서와는 달리 유가 상승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그는 "OPEC 월례 보고서는 2017년과 2018년 일일 원유 수요 증가량이 150만 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원유 재고량은 올해 들어서만 1억8000만 배럴 감소했다"며 "원유 시장의 리밸런싱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으며, 시장의 안정이 착실하게 되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