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라' 박성현의 남다른 LPGA 투어 정복기
작년 국내 무대 평정 이어 미국 진출 첫해 상금왕+올해의 선수상 석권 【서울=뉴시스】 오종택 기자 = 박성현(24·KEB하나은행)이 미국 진출 첫 해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은 석권하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정복했다. 박성현은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6570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2017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를 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박성현은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확정하며 신인으로는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미 신인왕 트로피를 손에 넣은 박성현은 최종전까지 전관왕을 목표로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쳤다. 아쉽게 최저타수상인 베어트로피는 렉시 톰슨(미국)에게 내줬지만 충분히 자랑스럽고 눈부신 성적으로 루키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처음 골프를 시작한 박성현은 국가대표 고교시절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지만 드라이버 입스로 마음고생을 하며 힘든 시기를 겪었다. 2012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입회해 2014년부터 1부 투어에서 활약했지만 신인 시절에는 '신인 빅3'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에 밀려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5년 6월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은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본격적인 우승 사냥을 시작했다. 그해 3승을 거두며 상금 2위에 오른 박성현은 2016년 본격적인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다. KLPGA 투어 20개 대회에 출전해 7승과 함께 역대 최대인 13억3300만원의 상금을 쓸어 담으며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남달라'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박성현은 미국 진출 또한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해냈다. 지난해 11월 미국 진출을 선언한 박성현은 비회원 자격으로 LPGA 투어 우승을 했거나 퀄리파잉 스쿨을 거치지 않고 투어 회원 자격을 얻었다. 지난 시즌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내며 68만2000달러의 상금을 획득, 상금 순위 22위에 올랐다. 시드가 없어도 상금 순위 40위 안에 들 경우 다음 시즌 시드가 주어지는데 이 같은 방식으로 투어 시드를 획득한 것은 박성현이 처음이다.
박성현은 적응을 이유로 올 시즌 출발도 다른 선수들보다 늦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단한 기록을 써내려가며 '슈퍼루키'라는 또 하나의 별명을 얻었다. 초반 3개 대회를 건너뛰고 4번째 대회인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늦은 데뷔전을 치렀지만 3위에 오르며 '역시 박성현'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3월 'KIA 클래식'(공동 4위)과 4월 '텍사스 슛아웃'(4위)에서 톱5를 하며 적응을 마쳤다. 5월 '볼빅 챔피언십'에서는 준우승하며 첫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 여자 오픈'에서는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데뷔 첫 우승의 순간을 맞았다. 짜릿한 역전 우승과 함께 박성현이란 이름 석 자를 전 세계 골프팬에게 알렸다. 단 번에 90만 달러의 상금을 거둬들이며 각종 부문에서 선두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불과 한 달여 뒤인 8월 '캐나다 퍼시픽 여자 오픈'에서 또 다시 정상에 오르며 데뷔 시즌 2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10월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 끝에 아쉽게 준우승했지만 이 대회 이후 일찌감치 신인왕을 확정했다. 3주 전에는 신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또 하나의 기록을 남겼다. 일주일 뒤 펑샨샨(중국)에게 자리를 내주며 '1주 천하'로 끝났지만 얼마든지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위치다. 세계 여자골프는 유례없는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지난 6월 리디아 고(뉴질랜드)가 85주 만에 1위 자리에서 내려온 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2주), 유소연(19주), 박성현(1주), 펑샨샨까지 올해에만 5명의 선수가 1위에 올랐다. 다소 늦은 나이에 투어에 뛰어 들었지만 첫해부터 돌풍을 넘어 태풍급 활약을 펼친 박성현은 어느덧 '골프 여제'의 칭호가 어울리는 위치까지 올랐다.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장기 집권하는 동시에 진정한 여제로 거듭날 수 있을지 박성현의 행보에 세계 골프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