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규모 신축빌라, 지진위험 '경고등'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포항지진이 한반도를 강타하자 서울 역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낡은주택 밀집촌에 최근 우후죽순 공급된 신축빌라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3년 부동산 활황세를 타고 서울 외곽지역의 낡은 주택가 사이에 3~4층 높이의 소규모 빌라가 상당수 공급됐다. 최근 지어진 신축빌라 대다수는 내진설계 적용 의무대상에 빠져있다. 또한 아파트와 달리 신축빌라는 시공자나 감리업자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다. 게다가 1층을 얇은 기둥 네개만으로 떠받친 필로티구조로 설계돼 지진에 더욱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신축빌라가 서울의 낡은 주택촌 사이에 위치해, 지진 발생 시 다른 건물에 2차 피해를 입힐 수 있어 위험이 더욱 크다. ◇내진설계 제외, 시공자 불분명
최근 공급과잉 우려에도 우후죽순 지어졌던 신축빌라 대다수가 3~4층 높이에 20가구 미만 규모다. 골목 사이에 지어진 소규모 공동주택이다보니 대다수가 내진설계 적용 의무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이들 소규모 빌라는 건축주가 직접 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실시공에 노출되기 쉽다. 건물주가 지자체에 본인이 직접 시공하겠다고 신고한 뒤, 막상 시공은 1인사업자나 영세한 시공사에게 싼 가격에 맡기는 일이 허다하다는 지적이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은 "탈세를 노리고 영세한 업자에게 시공을 맡기면서도 본인이 직접 시공했다고 신고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신축빌라 80~90%가 그렇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시공자가 불분명할 경우 부실시공 확률이 클 수밖에 없다"며 "건물이 무너져도 향후 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공비 아끼려다…'필로티 주차장' 위험 키워 신축빌라의 필로티 구조 설계도 지진피해 위험을 키우고 있다. 필로티 구조란 건물 1층을 주택으로 설계하는 대신, 건물 모퉁이에 기둥 네개만 세운채 1층 공간을 남겨두는 방식이다. 이 공간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지어진 신축빌라를 살펴본 결과 대다수가 이같은 필로티구조로 설계됐다. 최 연구위원은 "최근 신축빌라 분양주들이 시공비를 아끼려고 지하주차장이 아닌 필로티 설계로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그런 빌라에 내진설계를 적용하거나 필로티 구조를 튼튼하게 했을리 없지 않나. 지진위험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신축빌라, 지진위험에 무방비 노출
서울에는 지난 2~3년 이같은 신축빌라가 우후죽순 공급됐다. 부동산 업자들은 부동산활황세에 집값이 계속 오르자, 서울 외곽의 낡은 단독이나 다가구주택을 저렴하게 매입해 이를 빌라로 새로 지어 높은 가격에 매각해 이윤을 크게 남기는 식이었다. 당시 대출규제도 완화되자, 분양주들은 '2000~3000여만원만 들여 내 집을 마련하라'는 식의 대대적인 분양광고를 시작했다. 입주 시 소액만 내고, 남은 금액은 모두 대출을 받아 매달 대출금을 갚으라고 종용했다. 하필 전셋값이 집값 턱밑까지 오르자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사이에는 차라리 조금 더 대출을 받아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것이 낫겠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아파트로 갈아탈 형편이 되지 않는 서민들은 이같은 신축빌라를 찾았다. 이들 수요에 힘입어 가격도 크게 올랐다. 공급과잉 우려에도 남아있던 매물이 상당수 소진됐다.
이같은 신축빌라 세입자들은 자금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지진 발생시 더욱 피해를 크게 입을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통 빌라의 경우 시공자나 감리자 등이 불분명하다"며 "시공비를 아끼려고 날림 공사를 하더라도 일반인은 육안으로 부실시공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원종석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수도권 일대는 역사적으로 강진이 23차례 발생했다"며 "서울을 포함 수도권은 사회기반시설과 노후시설이 밀집돼있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가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