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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상조 공정위원장 "재벌개혁, 법 앞에 평등하다는 단순한 명제"

등록 2017-12-03 10:04:00   최종수정 2017-12-12 08: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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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03. [email protected]
"5대그룹 변화가 우리나라 기업 전체 모멘텀 될 것"
"공정위원장 3년하길 기대…임기 중 변화 만든다"
"재벌개혁 로드맵 발표만 안 했다…全부처 포함"
"전속고발권 문제, 숙고 필요…큰 비용 야기할 수도"
 李총리 경고성 발언에 "응당 해야할 말씀"

【세종=뉴시스】대담 곽경호 경제부장 · 정리 박상영 이윤희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재벌개혁의 핵심은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단순한 명제를 국민이 신뢰하고, 기업들이 따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법을 어긴 재벌들을 모조리 고발하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내놓은데 대한 배경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공정거래조정원에서 뉴시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법을 위반하면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한다는 기조에는 모든 분들이 동의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어느 정부가 안 그랬다고 말하겠느냐만은,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했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개혁의 출발점으로 5대그룹을 잡은 것에 대해 "개혁을 시작하기 위한 첫 도미노"라며 "5대그룹의 변화가 우리나라 기업 전체로 확산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5대 그룹은 구멍가게가 아니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내년 상반기 중 5대그룹에 대해 국민들이 일정 정도 평가할 것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최근 한국경제 어떻게 바라보나.

"정책 부서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 내년 하반기부터는 한국경제 상황이 굉장히 불확실해 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 경제상황이 악화된다면 개혁의 속도 같은 것도 다시 생각해봐야할 만큼, 경제상황이 모든 경제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선거 전 후보시절 대통령께 보고드릴 일이 있었다. 올해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경제정책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임기 5년의 성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드렸다. 올해 3.2% 성장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적표이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우려처럼 대외 환경이나 국내 부실기업, 가계부채 등에 대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지 못하면 우려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도 분명하다."

-재벌들이 법 위반하면 "다 고발하겠다"고 했다. 

"법을 위반하면 엄정한 처벌이 이뤄져야한다는 기조는 모든 분들이 다 동의한다. 공정위 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그러한 기조 하에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재벌개혁을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순환출자나 금산분리 등 새로운 법 제도 도입을 중심으로 생각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저는 개혁의 대부분은 현행 법률의 엄격한 집행과 예측가능한 집행에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을 견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전금지 위주의 규제를 도입하거나, 새정부 취임 6개월 내에 이러한 일을 해야한다는 방식이 개혁을 실패로 이끄는 가장 위험한 함정이다. 예를 들어 제가 취임한 후 순환출자나 금산분리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는 발언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재벌개혁의 핵심은 법 위반에 대해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하다는, ‘equl justice under law'라는 단순한 명제를 국민이 신뢰하고, 기업들이 이를 따르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의 발언이었다."

-공정거래법 상 기준을 엄격하게 들이댄다고 한 것은 전 정권도 마찬가지인데.

"과거 어느 정부가 안 그랬다고 말하겠는가. 그러나 결과론적으로 법 앞에서의 만인의 평등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신뢰하지 못했기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 연장선이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다. 전속고발권이 도입된 이유는 분명하다. 경쟁법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 우리 법체계도 그렇게 돼 있지만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의 취지에 맞게 고발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폐지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유통3법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전제조건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공정하고 엄정히 행사하는 것이다. 특히 법인 고발 상황까지 갔다면 위반 행위를 실제 결정하고 집행한 자연인도 포함돼야한다. 임원 뿐 아니라 중요 역할을 한 실무자까지 포함돼야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했다. 당연한 것을 그동안 공정위가 못해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것이 개혁의 핵심이다." 

-나머지 전속고발권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전속고발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앞으로도 많이 숙고하고, 국회서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한다. 이 모든 개선노력의 기본은 공정위가 고발권을 공정하고 엄정히 행사하데서 시작한다. 이 전제자 충족되지 않으면 전속고발권을 푸는 것이 이 사회와 경제에 큰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 공정위가 고발권을 엄정히 행사하고, 재벌도 법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라는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그 비용을 가장 줄이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유통업계에서 내놓은 자율방안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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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03. [email protected]
"솔직히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들고 왔다. 과연 업계에서 어느 정도나 들고 올 수 있을까, 속으로 조마조마했는데 생각했던 것은 거의 다 채워왔다. 물론 앞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아주 긍정적인 출발점이다. 가맹 분야의 자정실천안도 느낌도 똑같았다. 가맹이든 유통이든 고심해 만든 부분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이어서 하도급 분야와 재벌개혁도 있지만 개혁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뤄지겠나. 일단 변화를 시작하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완벽하거나, 모든 것을 딱딱한 법률에 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5대 그룹의 자발적 개혁 소식은 아직 잘 들려오지 않는다. 어떤 부분이 불만족 스럽나.

"불만족이란 단어는 곤란하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조직역량이든 지배구조든 5대 그룹이 제일 낫다. 중소·중견기업은 모범적인데 5대 그룹은 엉망이라는 평가에서 시작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럼에도 5대 그룹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360만개의 기업을 공정위 역량으로 다 모니터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도경제학파의 도미노이론이 있다. 개혁을 시작하기 위한 첫 도미노를 어떻게 선택하느냐가 개혁의 전략이다. 5대 그룹을 말하는 것은, 그들의 변화가 우리나라 기업전체로 확산되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5대그룹의 변화에 대해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5대 그룹은 구멍가게가 아니다. 변화를 일으키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새정부가 시작한지 이제 반년 밖에 안됐다. 많은 분들이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반년은 변화의 준비기간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 중에 5대그룹에 대해 국민들이 일정 정도 평가할 것이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큰 항공모함이기 때문에 방향을 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개별 기업마다 사정도 다르다. 삼성 다르고 현대차 다르고 엘지 다르고 SK 다르다. LG의 경우 지배구조 측면에서 크게 문제될 만한 것은 많지 않다. 11월초 뵀을 때 일주일 뒤 LG상사를 지주회사에 포함시키는 것 보고 빠르다 느꼈지만 LG는 그런 정도의 작업으로도 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삼성 현대차는 훨씬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 그래서 저는 공정위원장 일을 3년 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다. 제가 공정위원장으로 3년 일하는 동안 변화를 만들어내겠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한진 소송에서 패소한 뒤 주춤해지는 것 아닌가.

"아니다. 기업집단국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 조금더 기다려 보라. 공정위의 기업조사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경쟁법은 경쟁제한을 입증해야 하기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 검찰이나 국세청과 달리 공정위는 강제조사권이 없다. 조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가 취임한 이후 거론 된 것이 하림과 대림이다. 조사를 마치고 전원회의에 안건상정하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린다. 공정위는 원래 이렇게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개혁의지가 절대 약화된게 아니다."

-모비스 동의의결 신청을 기각했다. 전원회의 때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했다.

"동의의결 제도는 우리사회가, 특히 공정위가 발전시켜야할 굉장히 중요한 제도다. 공정위가 과징금 메기고 고발해봐야 피해자 보상되는게 아니다. 피해구제는 본인이 소송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생각하면 동의의결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속히 하고, 행위가 재발되지 않도록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8월30일 첫 번째 동의의결안을 봤을 때 심판정에서 피해구제를 을보고 갑한테 신고하라면 제대로 되겠느냐고 했다. 또한 모비스가 연매출 5~50억되는 대리점한테 3개월 치를 담보받는 관행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상생협력에서의 개선책으로 두 가지를 이야기 한 것이다. 그런데 두 달 후에 딱 이 두개 방안만 들고 왔다. 동의의결 제도의 취지를 조금 더 숙고해 피해구제를 어떻게, 재발방지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상상력과 감수성을 발휘했으면 했다. 현대모비스 정도 기업이라면 한국사회에 메시지를 전달할 안을 갖고 오기를 기대했다. 근데 딱 지적한 것만 들고왔다. 그래서 참 아쉬웠다. 기업도, 법률적 조언하는 법무법인도 동의의결 제도와 사안에 있어서 사회변화에 대한 감수성, 그거를 개선해나가는 방안에 대한 상상력을 좀 더 키워야겠다는 아쉬움을 가졌다."

-모비스의 동의의결 기각이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나 S&P코리아, 이통3사에 했던 동의의결처럼 과거 사례로 본다면 이 정도 수정안까지 냈으면 받는게 맞다고 볼 수도 있다. 과거 환경이라면 첫 번째 방안만으로도 받아졌을지 모른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세계경제가 바뀌고 한국경제가 바뀌었다. 변화된 사회에서 과거의 기준으로 기대했다면 기업과 법무법인의 감수성 부족이다.
 현대모비스에 가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가혹했다고 느낀다면, 김상조를 잘 몰랐던 것이고, 현대차그룹이 김상조를 몰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10년 이상 저를 만났으면서 제가 어떤 식의 생각을 가진지 예측 못 했다면 그건 현대차의 잘못이다. 안타까웠다. 이번 동의의결에서 현대모비스가 조금 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면, 우리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케이스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가 있었다."

-대기업 공익재단 조사는 어떻게 진행하나.

"6개월씩 걸리는 작업이다. 기초준비 작업 중이다."

-논란이 된 ‘재벌 혼내주기’ 발언에 이낙연 총리가 경고성 발언을 했다.

"총리께서 저에게 직접 말씀을 하신 적은 없지만, 꼭 말씀을 하셔야 그걸 느끼는 것은 아니다. 총리께서 응당 하셔야 할 말씀을 했다고 생각한다. 제가 아직 공직에 완전히 적응을 못한 부분에 대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부 내 그런 분위기가 재벌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정위를 비롯해 지금 경제부처가 추진하고 있는 공정경제를 향한 개혁의 속도에 대한 이견이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대통령을 포함해 지금 정부에서 이하는 모든 분들이 공정경제를 위한 개혁에의 의지 만큼은 추호도 변함이 없다.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 정부에 있는 분들은 과거 어느 정부보다 부처간 칸막이를 덜어내고 정책적으로 협조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재벌개혁이 공정위로만 수렴되고, 정부 차원의 로드맵이 안 보인다.

"로드맵이 없을 리가 있겠나. 있다. 발표를 안 했을 뿐이다. 그것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접근법다. 기업의 영업기밀처럼 정부정책도 영업기밀이 있다. 많은 아이템이 있는데, 그에 대한 타이밍과 속도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정책의 핵심이다. 이를 시간 순대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정책의 예측가능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정책을 사용하느냐는 경제 상황과 다른 정책과 패키지로 판단돼야한다. 재벌개혁 만을 위해 정책 아이템을 스케쥴로 풀어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재벌개혁 경제로드맵은 분명히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무얼 했겠나. 공정위나 금융위, 다른부처, 청와대 정책실 등 다 협의하고 있다. 그에 대한 기본방향은 당연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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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03. [email protected]
-공정위는  그렇지만 다른 부처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6개월 내에 재벌개혁을 완성해야한다는 것만큼 잘못된 관념이 재벌개혁의 주무부처가 공정위라는 인식이다. 잘못된 생각이다. 예를 들어 금산분리는 금융위가 할 일이고 공정위는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지배구조 개선도 공정위가 법률적 수단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법무부의 상법이나 스튜어드십으로 기본진행이 되고, 공정위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다. 저를 포함한 새 정부의 경제부처 장관들은 경제개혁을 위해 여러부처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에 확고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로드맵은 공정위 뿐 아니라 전체 다른부처가 포함된 것이다."

-동일인 지정 개선을 검토한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3장의 기본이 대기업 집단 지정이다. 그걸 지정해야 무슨 정책이든 적용대상이 정해진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운영을 위해 동일인을 지정해야하고 그 특수관계 범위를 잡아야 한다. 그동안 너무 경직적이었다. 동일인의 정의자체가 법과 시행령에 정의규정은 있지만 딱히 마땅치 않다. 결국 동일인 지정은 지배라는 개념에 현실과 관행을 어떻게 반영할지의 문제인데 그에 대해 경직적이었던 부분이 분명 있었다. 동일인이 지정되면 자연인의 경우 6촌 이내 등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경직적인 부분도 있다. 친인척이 아니라 임원이 주식을 소유한 회사도 계열사로 딸려들어오는 부분도 있다. 사내 집행임원이면 모르겠지만 비상임임원이나 비상임이사까지 포함된다. 어떤 회사가 그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진 기업인을 데려오고 싶어도 사외이사가 주식 많이 가진 회사도 계열사가 되니깐, 사외이사로 기업인을 모시지 못한다. 사외이사 취지를 생각하면 넌센스에 가까운 상황이다. 이를 어떻게 분리할지 전반적으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두 가지가 조심스럽다. 공정위 규정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법적인 부분이 있다. 국회 법안과 규정을 협의해야한다. 또 이 제도는 자주 변경할 수 없다. 집행은 1년에 딱 한번, 5월1일 대기업집단 지정 때 한번이다. 이를 바꾸면 예측가능성이 깨진다. 내년 5월1일 대기업 집단 지정 때까지 판단하려 준비하고 있다."

-최근 혁신성장전략회의가 열렸지만, 일각에서는 재벌과 혁신은 양립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국경제의 미래가 없는 것이다. 혁신은 스타트업이 활발히 만들어지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지만, 모든 혁신이 새로운 기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기업이 혁신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세상의 많은 혁신은 기존 기업에서 나온다. 그런 혁신 능력을 가진 것이 한국의 대기업과 재벌이다. 재벌을 배제한 혁신성장은 가능하지 않다. 일정부분은 중소기업에서, 일정부분은 대기업에서 양자혁신이 평평한 운동장 위에서 동등히 이뤄지는게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혁신의 인센티브를 만들어줘야한다. 슘퍼터 경제발전이론의 한 이야기인데, 그 방법은 IPO와 M&A다. 스타트업이 혁신을 하면 IPO를 통해 성과를 회수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는 기존 대기업에서 M&A 방식으로 이뤄진다."

-M&A 활성화를 위해 기술탈취 근절이 선행돼야 할텐데.

"잘못된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도록 만들어야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이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다. 홍종학 장관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 기술탈취에 관해 특허청, 산자부, 중기부 등의 실무협의체가 이미 있다. 필요성을 높이고 제도적 개선도 있어야한다. 최근 공정위 기술유용 근절 TF가 정식발족됐다. 기술 탈취 문제는 무조건 본부 TF로 가져와 조사한다. 5개 분야, 25명 전문연구자로 구성된 기술심사주문위원회도 구성됐다. 문제는 공정위가 하려면 하도급 관계가 성립해야한다. 그런데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는 기술유용이 있다. 그래서 중기부가 포괄범위가 더 넓고 협업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특허청이 가진다. 유관기관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기술탈취 신고건수가 좀 늘었나.

"신고건수 자체가 많지 않다. 기술탈취는 거래관계가 이어지는 동안은 신고하기 어렵다. 거래관계가 끊어진 뒤에는 신고가 들어와도 구제가 어렵다. 그런 문제가 있다. 대책 중 하나는 신고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직권조사로 옮겨가는 것이다. 하도급거래 서면 실태조사에 기술탈취에 관한 설문을 따로 넣었다. 이상징후가  폭착된 분야는 직권조사하겠다. 갈 길이 멀다. 성과내기가 쉽지가 않다. 기술탈취 부분은 재벌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문제만큼이나 어렵다."

-최근 대기업 주식현황 공개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조금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보고서를 발전시켜야한다. 공정위에서 만드는 많은 보고서가 있다. 기업집단 현황 조사부터 시작해 내부거래 주식소유, 지주회사 등 주기별로 나온다. 매년 1년치 데이터가 늘어난다. 공정위 만큼 기업에 관한 로데이터를 축적한 곳이 없다. 우리가 가진 기업 로데이트를 좀더 유의미한 정보로 가공해 이해관계자나 시장에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주식소유 현황 등에 관한 공정위의 보고서를 좀더 유의미한 보고서로 발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가 가진 기업정보를 좀 더 유의미한 정보로 바꾸자는 욕심이 있다."

-반년이 지나 전초전이 끝난 셈이다. 내년엔 어떤 기조로 나서나.

"단기 과제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다 말씀드렸다. 내년 상반기에는 지금까지 말씀 드린 과제를 현실 속에서 일관되게 집행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그리고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 환경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2년차 중기과제는 그 이후로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않는 것은 내년 5월 이후 한국사회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지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과제로 이해해도 되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기간별로 구분했지만, 단기 과제는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미 확보돼 있고 공정위의 행정력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중기 과제는 사회적 공론장은 만들어져 있지만, 재정·법률적 수단이 추가돼야하는 과제들이다. 장기는 사회적 공감대 확보부터 필요한 과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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