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예산안, 고성·막말 속 가까스로 통과
국회는 5일 오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었으나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로 한차례 정회 등 난항을 겪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9시께 본회의를 속개한다고 공지했으나 한국당은 의원총회가 길어지면서 1시간 가까이 늦춰졌다. 결국 정 의장은 오후 10시 한국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속개했고 내년도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상정했다. 10여분 후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에 입장해 정 의장 앞으로 몰려가 삿대질을 하며 "당장 본회의를 중지하라"며 고성을 질렀다. 정 의장은 "이게 무슨 짓인가. 오전 11시부터 기다리지 않았냐"면서 반박했다. 그러나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은 더욱 커졌고 급기야 "정세균 의장은 사퇴하라", "밀실야합 각성하라", "국민의당은 빠져라"라며 구호를 외쳤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소란 그만 피워라! 자리에 앉아라"하며 맞섰다.
장내 소란이 계속되자 정 의장은 결국 오후 10시30분께 정회를 선언했다. 이후 한국당은 30분 간 또 다시 의원총회를 한 뒤 속개한 본회의에는 비교적 차분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이 상정되자 이만희, 이철규, 김광림 등 한국당 의원 7명은 공무원 증원 등 주요 쟁점에 대한 반대토론을 신청해 1시간20분이 넘도록 발언을 이어갔다. 긴 토론 탓에 정 의장은 본회의 속개를 위해 차수를 변경했고, 6일 0시2분 재개됐다. 반대토론이 20분 더 이어진 뒤 예산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밀실야합 예산'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항의 표시를 한 뒤 표결을 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구태를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이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법정시한을 넘긴 것뿐만 아니라 고성과 막말이 난무하고 제1야당이 참석치 않은 가운데예산안이 통과됐다는 오점을 남겼다. 이에 정 의장은 마무리 발언에 "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국회가 지키지 못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우리 국회가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 없어야 한다"고 사과의 말을 남겼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