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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먹는법 새로 배울 필요 있다"...'식습관의 인문학'

등록 2017-12-10 11:20:28   최종수정 2017-12-18 10: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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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만약 어떤 사람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을 때 딱 한 가지 질문만 던져야 한다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당신의 유전자는 어떤 것입니까?'가 아니라, '어디 출신입니까?'이다. 만약 콘플레이크를 구하기 힘든 지역에서 살면서 콘플레이크를 좋아하는 소년은 자신의 부모를 짜증나게 하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체로 어린이는 자기 앞에 놓인 것을 먹고(특히 음식이 부족한 시절에는), 따라서 그것을 좋아하게 된다."(66쪽)

음식 작가·역사가인 비 윌슨이 쓴 '식습관의 인문학'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비 윌슨은 영국 케임브리지 세인트존스 칼리지에서 수년간 역사학 분야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부터 5년 동안 '뉴 스테이츠먼'에서 음식 평론가로 활동했다. 이후 12년째 잡지 '스텔라'에 '부엌의 사색가'라는 음식 칼럼을 기고중이며, 이 칼럼으로 영국 음식전문작가협회가 뽑은 '올해의 음식 저널리스트'에 3차례 선정됐다.

비 윌슨은 책에서 우리 인간이 본래 잡식동물임을 상기시킨다. 잡식 동물인 우리가 다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먹는 방식을 바꾸는 데 아주 뛰어나다는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처한 식품 환경, 즉 유혹적인 포장지에 싸인 값싼 고칼로리 식품이 사방에 널려 있는 환경은 일찍이 인류가 경험한 적이 없는 종류의 환경이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구석기 시대의 수렵채집인에게 필요했던 것과는 아주 다른 기술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에게 조금만 기회를 준다면, 우리에게 그런 기술들을 습득할 능력이 있다고 가정할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만약 좋아하는 것이 익숙함의 결과라면, 어린이는 많은 음식을 맛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좋아하는 음식의 범위가 처음에는 어른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부모가 이 일시적인 조심성을 영구적인 것으로 해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이것은 누구나 쉽게 저지르는 실수이다. 음식 선호를 습득하는 핵심 시기는 만 한 살부터 세 살까지의 유아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는 어린이의 생애에서 새로운 음식을 맛보는 걸 가장 싫어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모든 어린이는 어느 정도 새 음식 공포증을 겪는다."(78쪽)

"섭식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음식은 독이자 치료제인데, 이것은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음식은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며,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는 음식과 잘 조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섭식 장애는 금주가 치료법인 알코올 중독과는 아주 다르다. 섭식이 잘못 되었을 때, 그 해독제는 음식을 먹지 않는 삶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새로운 음식을 새로운 방식으로 먹을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이다."(363~364쪽)

저자는 식습관과 음식과 관련되어 우리가 이제까지 잘못 알고 이해하고 행해온 모든 과오와 착오, 오류들을 하나씩 짚어내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건강한 방법을 찾아간다.

이 과정에서 저자는 모유수유와 향미창의 문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단백질 공급량의 문제 등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가정·학교·사회 전체적으로 잘못 이해되고 시행되어왔던 문제들(유아식, 학교급식 등)을 영양학·유전학·심리학·역사 등 모든 분야를 종횡으로 활보하며 탐색해간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누구나 자신의 식습관을 개선할 수 있는 막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며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음식을 잘 먹는 법(이것은 식이 요법을 시작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은 누구나 터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음식을 먹는 법을 새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 중 가장 설득력이 강한 것은 음식에서 얻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주장일 것이다. 양분된 세계에서 내가 서 있는 이곳은 아주 즐겁고 행복하다. 당신도 이곳으로 합류하길 기대한다." 이충호 옮김, 508쪽, 문학동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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