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 '1987'…하정우라서 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흔히 '스타'를 말하고 '대세'를 논하지만, 현재 영화계에서 감히 그를 두고 누구를 말할 수 있을까. 스타 중 스타, 대세 가운데 대세, 그는 하정우다. 그가 스타이고, 대세인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번 겨울 시즌이다. 극장가 최고 대목 중 하나인 이 시즌에 하정우가 주연한 한국 영화 두 편이 일주일 차이를 두고 나란히 개봉한다. '신과 함께-죄와 벌'과 '1987'이다. 장르도, 표현 방식도, 주제 의식도 서로 다른 영화들이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수밖에 없는 이를 영회를 모두 보겠다는 관객이 있다면 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하정우 영화'여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두 영화가 서로 맞붙는 상황을)원하지 않았지만, 발버둥 치지 않았어요. 이 또한 나의 운명이구나 했어요..."라고 너스레를 떤다. 부담스러운 상황을 특유의 쾌활함으로 긍정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던가. 1978년생으로 내년에 우리 나이 마흔한 살, 만 나이 마흔 살을 맞는 하정우는 "내년 월드 나이로 마흔 살을 앞두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두 영화가 서로 다른 영화임을 강조한다. "결이 다르고, 눈물의 질이 다르고, 세대층도 다르다." 은근히 두 영화를 관객이 모두 봐줬으면 하는 눈치다, '눈물'에 관해 하정우는 "두 영화의 공통점은 마지막에 감정이 폭발해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눈물의 진원지가 다른 것 같다"며 "'신과 함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구나 다 느끼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정서에서 오는 눈물이라면, '1987'은 감사함의 눈물이 아닌가 싶다"고 짚었다.
이미 수년 전부터 들어오는 책(시나리오)이 차고도 넘치는 하정우가 이들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역시 '의리'였다. '신과 함께'를 연출, 제작한 김용화 감독은 2008년 '추격자'(감독 나홍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주목받은 하정우에게 '스타'로 올라설 발판을 만들어준 은인이다. 2009년 '국가대표'에서 감독과 주연으로 710만 관객을 합작했다. "김 감독이 '미스터 고'(2013년 7월17일 개봉)가 잘 안 됐을 때 저는 '더 테러 라이브'(2013년 7월31일 개봉)로 흥행했거든요. 그때 위로를 하려고 김 감독을 만나 '다음 작품 들어갈 때 아무 역할이나 써주세요. 고릴라만 아니면 돼요'라고 했죠. 그래서 받은 책이 '신과 함께'였어요." '1987'은 주연배우 김윤석은 '추격자'는 물론 '황해'(감독 나홍진) 등에서 고락을 함께한 선배다. 하정우가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로서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게 잡아준 최고의 파트너"라고 일컬을 정도다. "지난해 가을 '신과 함께'를 찍던 중 '1987'에 가장 먼저 캐스팅된 (김)윤석이 형에게 출연 권유를 받은 뒤, 이태원의 한 막걸릿집에서 장준환 감독도 만나고, (강)동원이도 불러들이고 해서 함께 술을 마시며 얼렁뚱땅 출연하게 됐다."
하정우는 '신과 함께' '1987' 두 영화가 나란히 흥행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의 두 영화 동시 관람 패키지 상품 제안에 투자·배급사가 달라 불가능할 것을 잘 알면서도 "제 그림으로 패키지를 만들어 볼까요"라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내놓을 정도다.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지적에 "내년 여름에 어쩌면 '신과 함께 2부'와 얼마 전 촬영을 마친 'PMC'가 또 맞붙는 상황이 올지 모르는데 그때는 시도해봐야겠네요"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 했다. 'PMC'는 560만 관객을 함께 모은 '더 테러 라이브' 김병우 감독과 하정우가 다시 의기투합한 신작이다. 내년 여름 개봉을 목표로 한다. 현재 후반 작업 중인 '신과 함께 2부'가 예정대로 내년 여름 개봉하면 '하정우 대 하정우'가 또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정우가 '스타'이자 '대세'라서 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은 올 겨울로 끝이 아닌 셈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