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美 대신 이·팔 중재 자처…발빠르게 중동 패권 선점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18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정직한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사프론코프 부대사는 예루살렘 갈등이 심화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직접 협상의 필요성이 긴요해졌다며, 러시아는 양국 간 정상회담을 중재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예루살렘을 둘러싼 이-팔 갈등에서 중재자는 단연 미국이었다. 역대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과 동맹임에도 일방적으로 이스라엘 편을 들기 보다는 이-팔 사이 평화적인 '두 국가 해법'을 증진했다. 트럼프가 이달 초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포하면서 이-팔 평화 협상에서의 미국 역할도 사실상 사라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더 이상 미국을 중재자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른 국제사회 주체들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 선언이 이미 충분히 복잡한 이-팔 문제를 훨씬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속내는 따로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동 패권 다툼을 이어온 러시아로서는 이-팔 갈등에서 미국이 힘을 발휘할 여지가 축소된 지금이 역내 힘을 확장할 절호의 기회다. 리서치업체 TS롬바르드의 크리스토퍼 그랜빌 연구원은 "푸틴은 러시아가 중동 내 가장 중요한 외부 행위자라는 점을 확고히 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팔 협상에서의 입지를 키우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랜빌 연구원은 "미국이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라엘 같은 한 편과 운명을 같이 하는 반면 러시아는 양쪽 모두에 있는 서로 다른 국가, 행위자들과 건설적 접촉을 하기에 훨씬 나은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에서 내편네편이 확실한 미국과 달리 러시아는 미국과 가까운 사우디 아라비아는 물론 이란과도 비교적 좋은 사이를 유지 중이다. 이스라엘과도 정치 문화적 교류와 대테러 협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서도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평화회담을 이끌며 부분 휴전을 이끌어 냈다. 러시아가 지원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은 영토 대부분을 장악하고 국가 재건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