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산업/기업

재계, 중국사업 다시 본격 기지개…사드 완전 해빙 기대감

등록 2017-12-26 09:15:21   최종수정 2017-12-26 09:32:4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충칭(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중국을 국빈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충칭시 현대자동차 제5공장을 방문해 현지 생산된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7.1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중국 방문 이후 재계의 기대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미국의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졌던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 분위기가 완전히 해빙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주요 기업 집행 임원들이 이번 방중에 대거 동행, 현지에서 적극적인 설득 작업을 펼쳤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일부 대기업은 현지 사업 가속화와 함께 중국 기업과의 합작투자 추진을 발표하는 등 사드 이전으로 시계를 돌리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이번 방중 경제 사절단 규모는 모두 260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 기업별로는 대기업 35개사, 중견기업 29여개사, 중소기업 160여개사에서 대표이사 또는 집행임원을 파견해 현지 활동을 펼쳤다.

 특히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내 반감의 직격타를 입은 수출·관광 관련 기업이나 현지 투자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제조업 관계자들의 행보가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화장품·제조업 등 中 영향 기업들 대거 현지 활동

 먼저 중국 측 제재 조치로 악영향을 받은 유통·화장품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동행해 현지 설득 작업을 진행했다. 정택근(64) GS 부회장, 손경식(78) CJ 회장, 이원준(61) 롯데그룹 부회장, 서경배(54) 아모레퍼시픽 회장, 조원태(42) 대한항공 사장, 김수천(61)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 측과 사업 관련 현안이 있거나 현지에서 제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도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향후 투자 전략을 모색했다.

 먼저 정의선(47)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차세대 수소전기차와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신형 ix35 등 신제품을 직접 소개했다.

 또 16일 오후 문 대통령이 충칭에 있는 베이징현대5공장을 방문했을 때 안내에 나섰으며 협력사 간담회에도 동석해 기업인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

 특히 전자 계열사에서 중국 광저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조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LG그룹은 구본준(66) 부회장은 물론 이방수(59) LG디스플레이 부사장, 이혜웅(56) LG전자 부사장까지 동행했다.

 이외 윤부근(64)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인환(59) 포스코 사장, 구자열(64) LG 회장, 김도진(58) 중소기업은행장, 위성호(59) 신한은행장, 허인(56) KB국민은행장 등이 현지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단체 차원에서의 사절 활동도 다수 진행됐다. 대한상의는 중국 국제교류센터와 정기적인 재계 간담회 시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향후 양국 재계는 각 기업인 대표 10명, 외부 고위인사 3명, 경제전문가 1명이 참여하는 '한중 고위급 대화'를 구성해 연 1회 2일에 걸친 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무역협회는 현지에서 개최한 '한중 산업협력 충칭포럼'에서 한국 기업의 중국 인프라 사업 참여 필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역설했다.

 아울러 코트라(KOTRA)가 주최한 한·중 경제 무역 파트너십에서는 한국 기업 174개사, 중국 기업 751개사가 참여해 사업·수출·한류·사회공헌 등에 관한 상호 교류가 이뤄졌다.

associate_pic
【베이징(중국)=뉴시스】전진환 기자 = 중국을 국빈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각)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한중 청년의 힘찬 악수, 함께 만드는 번영의 미래'를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다. 2017.12.15. [email protected]

 ◇제재에도 발 빼기 어려워…해빙 분위기 긍정적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면서 장기간 글로벌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 낮은 임금과 거래선 등 영업상 유리한 환경인데다 기존에 구축한 설비와 인프라가 있어 제재 조치를 받더라도 기업인 입장에선 쉽게 발을 빼기가 어렵다.

 아울러 중국은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관광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실제로 한한령이 본격화된 이후 중구 명동 거리에 관광객 수가 가시적으로 줄어 주변 상인들의 볼멘소리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인 만큼 재계에서는 이번 방중을 기점으로 우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기조가 제재에서 협력으로 전환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크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 이후인 지난 3월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리는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국내 기업의 대중국 분야 실적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중순 이후 이뤄진 제재 영향으로 인해 중국 내 112개 점포 가운데 74점은 영업 정지, 13점은 임시 휴업 상태다.

 업계에서는 영업 정지 상태가 이어질 경우 올해 피해액이 1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9월께 중국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매장 처분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단체 관광 상품 판매 금지 조치가 이뤄지면서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238만명으로 지난해 595만명 대비 약 6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사드 관련 제재 조치 영향으로 현대차와 기아자동차의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2% 감소한 96만9553대에 그쳤다고 밝히고 있다.

 삼성SDI와 LG화학 등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는 중국공업화신식부에서 발표하는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에서 배제되거나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과정에서 강화된 기준을 적용 받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한한령이 뚜렷한 완화 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점은 재계 입장에선 긍정적인 신호다. 지난 10월31일 양국은 사드 합의를 발표했다. 11월에는 베이징과 산둥성에서 한국 단체 관광 상품에 대한 판매가 일부 해금됐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방중 이후 리커창 총리가 한국과의 경제 소통 창구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 사실상 사드 관련 재제 조치가 종료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방중 효과 극대화…현지 사업 박차·합작사 설립 등 추진

 재계에서는 이번 중국 방문을 계기로 해빙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한 후속 작업에도 나서고 있다.

associate_pic
【정저우=신화/뉴시스】 중국 허난성 정저우 인근 상추((商邱)에서 안후이성 허페이(合肥)를 거쳐 저장성 항저우(杭州)에 이르는 794㎞ 고속철 공사가 19일 한창 진행되고 있다. 2017. 12. 19.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어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하이닉스 시스템IC'와 중국 기업이 각 지분 50%를 출연해 합작사를 세우기로 결의했다.

 이는 방중 직후 이뤄진 조치로 합작사 설립 이후 양사는 수천억원대 규모 자금을 투입해 중국 장쑤성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공단에 파운드리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정부의 기술 유출 우려 검토가 조만간 끝나는 대로 중국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제조 공장 설립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 8.5세대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할 목적으로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약 5조7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세워 중국 현지에 대형 OLED 디스플레이 제조공장을 가동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웠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과 관련한 서비스 업계의 활동이 적극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중국 서비스 분야 가운데 42%는 한국에 개방되지 않은 상황이다. 항공 등 서비스 관련 업종 기업 일부는 기존 손실을 만회하는 동시에 향후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국이 진행 중인 대규모 인프라 국책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현지 기업과의 합작 등의 방식으로 참여하는 기업들도 증가할 전망이다.

 김영주(67) 무역협회장은 중국 충칭에서 "한국의 새로운 발전 정책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접목해 상호 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국내 기업의 중국 인프라 사업 진출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번 방중을 계기로 청와대와 재계 사이의 소통 창구가 부활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중국을 상대로 한 국내 기업의 대중 협상력을 강화하는데 긍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청와대는 삼성과 LG, 롯데, 포스코, GS 등 주요 대기업 집행임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청와대와 재계 사이의 의사소통은 주로 경제수석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소통 창구가 단절됐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제기된 바 있다.

 간담회는 사드 여파로 경색됐던 한·중 경제 정상화 논의를 설명하고, 재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과와 한·중 경제 정상화 결과에 기업들이 민감하게 움직이는 만큼 현안 관련 소통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