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순진 "원전하나줄이기, 서울시에 모세혈관처럼 퍼져"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은 서울시민 스스로 에너지를 아끼고 직접 생산해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양 만큼의 에너지(연간 200만TOE)를 대체하자는 정책이다. 윤 위원장은 26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갖고 원전하나줄이기 사업 평점으로 100점 만점에 95점을 부여했다. 그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은 2011년에 출범했고 목표 연도가 2014년 말이었는데 6개월 앞당겨서 2014년 6월에 목표치를 달성했고 8월부터 2단계 사업에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이어 "(태양광 발전이) 서울시 안에서 모세혈관처럼 퍼지고 있다"며 "특히 미니 태양광 사업이 가장 성공적이고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시민들에게 재생가능에너지를 직접 생산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니태양광을 설치하면 전력 사용량이 10% 정도 줄어든다. 그러니 '이거 되네?'하면서 체감하게 된다"며 "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함께하면 시각적 효과가 크다. 아파트 미니태양광 사업은 에너지 문제에 대한 민감성을 키우는 면에서도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윤 위원장은 원전하나줄이기가 서울시 아파트 문화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전하나줄이기는 단순한 에너지 사업이 아니다.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달라진다"며 "LED 교체 사업, 미니 태양광 설치사업 등 에너지를 절약하고 줄이는 활동을 함께 하면서 사람들 간에 서로 알게 되고 행복한 거주지가 되는 것이다. 에너지 문제에서 출발해서 인간관계를 바꾸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석관동 두산아파트는 에너지활동으로 연간 2억원 이상을 아꼈는데 그것으로 아파트 경비원 월급을 올려줬다. 그런데 같은 시기 압구정동 아파트에서는 반대로 거주자한테 모욕을 당한 경비원이 자살했다"며 "그런 점에서 원전하나줄이기는 정을 나누고 어려운 분들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주는 게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원전하나줄이기가 한국과 서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대만은 서울시를 벤치마킹하려 한다. 영국 브리스톨과 프랑스 파리에서도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소개하면 매우 신기해한다. 특히 브리스톨에 갔을 때는 자기들도 따라하고 싶다고 하더라"라며 "서울시의 변화는 우리나라 전국의 변화를 견인하지만 나아가 전 세계 도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하면서 난관이 없지 않았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 이 사업은 중앙정부와의 불협화음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윤 위원장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중앙정부는 '원전 여러개 늘리기'를 했다. 그런데 청와대 코앞에서 원전을 줄이자고 얘기하니 그때 정부가 이름을 바꾸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들었다"며 "그런데 박원순 시장이 이름을 고수한 것"이라고 비화를 소개했다. 그는 또 "예전에는 중앙정부가 에너지 전환 의지가 없었다. 오히려 원자력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에너지 전환을 위해 강력한 정책수단을 동원하지 않았다"며 "서울시가 아무리 잘 살아도 지방자치단체가 에너지정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중앙정부와 보조가 안 맞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윤 위원장은 내년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명운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좋은 사업이 전임자 지우기에 의해 변화를 겪는 데 대해 우리 사회가 굉장히 비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며 "원전하나줄이기가 성공하면 그 성과를 박원순 시장이 가져가나? 우리 사회가 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을 늦추려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에너지 전환으로 인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 일자리가 생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 전환은 성공하게 된다"며 "수레바퀴를 미는 사람은 그것으로 인해 먹고사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이 수레바퀴가 못 굴러가게 당기고 있나? 원자력이나 화석연료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게 다 일자리와 관련돼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회색일자리'에 있는 분들을 무조건 배제하면 안 된다. 이건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타자수의 비유'를 제시했다. 그는 "타자수들이 일자리를 잃는 문제를 두려워해서 컴퓨터를 보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컴퓨터가 확대되는 것은 역사적 흐름이고 추세"라며 "오히려 타자수가 컴퓨터를 잘 다루도록 교육하고 훈련하는 게 중요하다. 시일이 걸리는 문제고 인프라가 여전히 많이 존재해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에너지 전환에는) 일정한 시간이 흘러야하므로 그 사이에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했던 일을 회고하며 에너지 전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어 "이런 변화에 좀 더 힘을 실으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서울시가 이를 위한 창문을 연 것이다. 더 많은 변화의 바람이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서울시 사례가 좀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재생가능에너지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원자력이나 석탄화력을 압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가능에너지는 어느 분야보다 일자리를 많이 만든다. 독일이 왜 에너지 전환을 하는지 아는가? 바로 일자리 창출 때문"이라며 "독일이 단계적 탈핵을 결정했을 당시 원자력 발전 비중이 30%를 차지했는데 그때 원자력발전이 만들어낸 일자리가 3만개 가량이다. 하지만 재생가능에너지가 발전량의 30%를 차지한 최근에 재생가능에너지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36만개에 달한다. 원자력은 소수 사람이 일자리를 나눠 갖지만 재생가능에너지는 높은 임금의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태양의 도시, 서울' 계획을 통해 서울시를 선도적인 국제도시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서울의 성공은 대한민국의 성공이자 전 세계 대도시의 성공이 될 수 있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중심이 돼 역사의 수레바퀴, 에너지의 수레바퀴를 계속 앞으로 밀고 나가길 기원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영광스런 기분으로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