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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 조정 올해 결판날까…경찰 '총공세' vs 검찰 '설마'

등록 2018-01-01 13:50:00   최종수정 2018-01-09 09:3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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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달 28일 영화 ‘1987’을 함께 관람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2017.12.28.

여야, 사법개혁특위 6월까지 운영…수사권 조정 논의
文대통령 "인권보호 위해 꼭 필요…2018년 본격 추진"
경찰, 선제적 조정안 제시…"검찰은 기소·공소유지만"
검찰총장 "수사 권한 그대로 빼서 옮기는 건 부적절"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차라리 벽에 세계지도를 그려놓고 다트를 던집시다. 다트가 어느 나라에 꽃히든 그 국가의 방식대로 수사권을 조정합시다."

 한 경찰 고위 인사가 예전에 모 정권의 출범을 준비하는 인수위원회에 파견됐을 때 검·경 수사권 조정을 국정과제로 밀어붙이려다 검사들과 설전을 벌이면서 내뱉었던 작심 발언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수사기관 간 권력 분립과 상호 견제를 위해 수사·기소권을 분리한 현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15만명에 달하는 경찰관들의 오랜 숙원이자 반세기 넘게 풀지 못한 난제이기도 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새해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만큼 내년에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중립적 기구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사권 조정을 협상 테이블 위로 올리기 위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건 경찰이다.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검찰개혁이 수술대에 오른 만큼 이참에 수사권도 조정하자는 논리다.

 올해를 기점으로 검찰과의 수사권 싸움에 종지부를 찍고, 지휘를 받는 수직 구조가 아닌 대등한 관계에서 수사기관의 한 축으로 인정받겠다는 게 경찰의 구상이다.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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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재승 경찰개혁위원장과 이철성(오른쪽) 경찰청장이 지난달 7일 수사구조개혁 추진 권고안 발표 자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 2017.12.07.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해 12월 경찰개혁위원회(개혁위)가 발표한 권고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밑그림을 제시했다. 권고안의 핵심은 '수사는 경찰, 기소·공소유지는 검찰'로 압축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 및 직접수사권 폐지와 더불어 검사의 고유 권한인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청구권을 다룬 헌법의 관련 조항도 삭제·개정하자는 입장이다.

 경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수사권 조정 논의를 위한 기반을 꾸준히 다져왔다. 그간 경찰청이 외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켜 '인권 경찰'에 방점을 둔 다양한 권고안을 전향적인 자세로 수용한 데에는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불거질 인권 문제 시비를 차단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사전 정지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정치권이나 청와대의 기류도 경찰에 다소 유리해 보인다.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국정 핵심과제로 제시했고 수사권 조정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국회는 올해 6월 말까지 입법권이 부여된 사법개혁특위를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수사권 조정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신년사를 통해서도 수사권 조정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민주주의 기본 이념인 권력분립 원리에 따른 분권형 수사구조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기관의 권한보다는 국민의 인권과 권익 관점에서 국민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정의롭고 공정한 선진 수사 체계로의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 문제와 관련해 어느 때 보다 긴장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권의 추진력이 가장 강한 집권 초라는 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부작용을 양산했던 검찰을 이번에는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여전히 경찰에 수사권을 통째로 넘겨주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를 위한 전제로 자치경찰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도 예상된다. 자치경찰제는 경찰 내부적으로 실효성을 두고 이견이 분분한 사안이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시작했으나 최종안이 나오는 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수사 권한을 그대로 빼서 옮기는 것만으로는 국가 전체 수사 구조를 개혁하기에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만약 자치경찰제가 실효적으로 시행돼 민주적 통제가 이뤄진다면 사법적 통제보다 민주적 통제가 더 우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권 친화적 수사 과정이 얼마나 확립될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법무부의 한 검사장은 얼마 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비해 내부에서 본격적으로 뭘 준비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는 논의하는지 모르겠지만 외부 위원들끼리 회의를 열고 의논하는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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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난 9월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철성 경찰청장과 악수하는 모습을 문무일 검찰총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이 바라보고 있다. 2017.09.26. 

 대검찰청의 모 검사장도 경찰개혁위가 제시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원래 예전부터 해오던 주장이라 새로운 건 없다"고 평가절하하며 "어차피 그쪽(경찰개혁위원회)에서 하는 얘기지 우리(검찰)랑은 상관이 없다. 나중에 논의할 시점이 되면 그때 준비해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경찰과 검찰의 이견이 워낙 크기 때문에 올해 안에 과연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관측도 적지 않다. 국민들 여망이 충분히 무르익었다고도 볼 수 없다. 상당수 국민은 검찰과 경찰 두 기관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관점에서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수사권 조정 논의를 위한 무게중심이 정치권으로 옮겨진 만큼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도 앞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수사권 조정 난제를 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단 사법개혁특위 내 검찰개혁 소위원회에는 검찰 출신이 포함되지 않아 경찰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나아가 경찰은 이미 상당 기간 국회 내 지지 기반을 공들여 다진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본회의 '표(票)'싸움에 대비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수사·기소권 분리 필요성을 설명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경찰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수사권 논의가 시작되길 바라는 눈치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어 자칫 지방선거에 묻혀 불씨가 사그라들거나 선거 결과에 따라 현 정부의 추진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셈법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최근 경찰청에서 수사권 조정 관련 안(案)을 내놨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나 입장을 검찰이나 법무부로부터 전달받은 건 없다"면서도 "올해 안에 수사권 조정이 될지 말지 가능성을 미리 예단하지 않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을 상대로 필요성을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위에서 발표한 권고안도 법령 개정없이 자체적으로 규칙이나 훈련을 개정해 추진할 수 있는 건 선별해서 현장에 적용시킬 것"이라며 "수사권 조정은 국민들의 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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