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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3선 결심중…지방분권 헌법 안바꿔도 속도낼 수 있어"

등록 2018-01-02 07:00:00   최종수정 2018-01-16 09: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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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올해 R&D도시서울·테스트베드 등 추진과제 완성하는 시기될 것 
 평창동계올림픽, 북한참가 등 남북관계 개선 꾀하는 계기 삼아야
 4차산업혁명 뒤쳐지지 않게 홍릉바이오클러스터 등 플랫폼 조성 
 부동산안정 중앙정부와 맞손…'투기→주거' 패러다임 전환 작업중 


【서울=뉴시스】대담/이상택 사회정책부장, 정리/박대로 기자, 사진/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더 노련해졌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도 정작 본인은 말을 아끼고 있다. 거듭되는 3선 도전 질문에도 요령 있게 대응하며 애를 태운지 수개월이다.

 그러면서도 '잘생겼다'라는 위트있는 프로젝트로 2011년부터 6년간의 치적을 자연스레 소개하는가 하면 인기가수 지코와의 격의없는 대화로 젊은층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틈이 벌어졌던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극을 좁히며 더불어민주당내 최대계파인 친문재인계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게다가 박 시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서울 10년 혁명을 이뤄내겠다"고 선언, 3선 도전을 향해 또 한걸음 나아갔다. 박 시장을 직접 만나 3선 도전과 문재인정부와의 관계, 서울시정에 관한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봤다.   

 박 시장은 지난해 12월27일 시청사 내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결심을 굳혀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아직도 6개월이 더 남았다. 임기 4년중에 6개월이면 8분의 1이 아직 남은 것"이라며 "시민들이 누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서 뛰느냐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함부로 선언하면 (경선판이) 과열 가능성도 있다"고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이처럼 말을 아끼다보니 당 일각에서 '박원순 경남지사 재배치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 시장이 경남지사 자리를 꿰차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걸었던 지역구도 타파의 길을 따라야 한다는 게 요지였다. 이에대해 박 시장은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답했다. 그는 "진로는 과거와 현재의 토대, 그 연속선상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어떤 길이라도 시민과 국민이 원하고 납득하는 길이어야 한다. 무리한 정치공학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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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는 '3선에 도전하는데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에도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내 박원순계라고 부를 만한 국회의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박 시장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당내 경선을 치르기 전인 1월에 일찌감치 출마를 포기한 것 역시 당내 세력 기반이 취약했음을 스스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당내 박영선 전 원내대표, 민병두 의원 등 다선의원들이 도전장을 내미는 것도 박 시장의 이런 약점을 파고들려는 시도다. 그런데 박 시장에게 1년만에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박 시장은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가 높고 당원도 엄청 많이 늘었다. 당원들의 바람이 (서울)시민들의 바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반시민들의 마음과 당심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같은 박 시장의 자신감은 최근 윤곽을 드러낸 광역·기초자치단체장 선거 경선규칙 내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당 수뇌부는 일반유권자 여론조사 50%와 권리당원 투표 50%를 반영하는 경선룰을 유력하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시도지사 직무수행 평가 등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박 시장으로선 자신감을 가질 만한 상황이다. 

 박 시장은 "모든 것은 결국 시민의 마음에 달려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란 말이 있다. 시민들의 마음에 다 달려있다는 뜻"이라며 "시민들이 과연 나의 지난날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또 앞으로 서울의 운명을 맡길 만한지 판단하는게 내 결정에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두 정권동안 민주당 소속의 단체장으로서 서울을 수호하면서 내 역할은 모자람 없이 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승리했으며 메르스·세월호천막·촛불광장 등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켰다. 6·15 남북공동선언기념식과 10·4 남북정상선언기념식 등으로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이 이룩한 평화를 지켰다"며 "문재인정부 인재와 정책의 산실로서 민주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킨 셈"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서울시정의 연속성 측면에서 3선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미래는 단절이 아니라 연결과 연속이며 축적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도시 패러다임의 대전환기에는 정책의 연속성이 절실하다. 그래야 시민의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며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약 11년), 켄 리빙스턴 전 런던 시장(8년) 등 세계적 반열에 오른 도시들의 사례를 봐도일관된 철학으로 지방정부를 이끌어 간다는 것이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시장이 당내 경선에서 민심과 당심이라는 두 축중 당심을 휘어잡기 위해선 문재인정부와의 '콜라보' 능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문재인정부의 수립과 순항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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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는 "서울이 하도 빨리 변하니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지난해 겨울쯤에는 서울에서 세계 시민혁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혈 평화 시민혁명이 있었다"며 "서울시가, 특히 우리 서울시 공무원들이 우렁각시가 돼 시민 안전을 지켜내고 권력의 민주적 이행을 담보해낸 게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지난 6년간 시행해온 많은 정책들이 중앙정부의 밑거름이 돼 정책 싱크로율이 59%나 된다고 한다"며 "새로운 민주정부, 문재인정부의 긴 인수위원 역할을 한 게 보람차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대통령 비서실장 등 청와대 요직에 서울시 출신 인사들이 다소 영입됐다. 도시재생 등 서울시 정책이 중앙정부 정책으로 채택되는 사례도 빈번했다.

 박 시장은 "이제 (행정부처는) 웬만한 19세기적인 업무는 다 없애버리고 주민의 삶의 중심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 서울시가 그것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행인 것은 문재인정부가 우리들과 철학과 비전을 거의 같이 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우리가 강력히 뒷받침할 수 있고 성공을 반드시 견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이른바 적폐청산이라는 지난 7개월간의 과정에 이어서 올해부터는 시민들의 삶의 변화, 내 삶의 변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며 "그 핵심 내용들이 서울시가 추진해왔던 도시재생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등 정책이다. 그런 것들이 시행착오 없이 바로 전국화할 수 있는 것은 서울이라는 테스트베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자신감에 차 있는 박 시장이지만 가슴 한곳을 짓누르는 것은 시 공무원들의 잇따른 자살이다. 자신의 잦은 업무지시가 공무원들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마음고생도 심했다.
 
 박 시장은 "지난번 우리 예산담당관실에 김 주무관이 과로와 여러가지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이 있었다. 시민들의 행복을 위해 열심히 하다 보니 정작 공무원들, 우리 직원들의 삶이 흔들렸던 것 같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지속적이고 더 근본적인 여러 조치(조직문화 혁신대책)를 취했다. 사실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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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 시장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공무원 업무과중의 원인 중 하나로 미약한 지방분권 수준을 지목했다.

 그는 "그것(조직문화 혁신대책)을 하다 보니 여러가지 중앙정부의 규제나 간섭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예산이 몇배로 늘어났고 내가 취임한 후 과가 80개가 더 늘었다. 이렇게 업무가 많아지고 복잡해졌는데 공무원 수를 그대로 묶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이라든지 조직을 (서울시가) 마음대로 뗐다 붙였다 못하고 (공무원들은) 초과근무에 완전 시달리고 있다"며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부서의 재배치, 휴가 보장 등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모두 맡겨달라는 요구를 하고 싶다. 그러면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질 높은 시민들에 대한 서비스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방분권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헌법이 바뀌어야 하지만 헌법이 바뀌지 않아도 법률이 개정되면 가능한 것도 있고 심지어 법률이 개정되지 않아도 대통령령이나 장관의 의지만으로도 가능한 게 상당히 있다"며 "그걸 분류해서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장관이 결심만 해도 되는 게 조직권이다. 그것은 대통령령만 바꾸면 되니 국무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다"며 "장관의 결심으로 할 수 있는 것, 대통령의 결심으로 할 수 있는 것, 법률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것, 헌법 개정으로 할 수 있는 것 등 4가지로 분류해서 순차적으로 하면 어떠냐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제안했고 (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박 시장은 서울시의 각종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에 관해서는 "어떤 정책에 관해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있을 때 가능하면 그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딱 결정하는 것보다 조금 무리가 있더라도 그런 논의들이 있어야 나중에 그 정책이 결정되고 나면 잘 시행된다"며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그 불만이 또 튀어나오므로 과정 속에서 의견들이 다 솟아나게 하고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서로 충분한 논쟁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면 근본적으로 합의하게 되고 강력한 추진력이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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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그는 올해 중점 추진 과제에 관해서는 "서울시가 그동안 해왔던 정책들을 정리하고 완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완성이라는 것과 새로운 시작, 또 새로운 혁신이 시작돼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서울시가 추진해온 R&D도시 서울이라든지 테스트베드 서울, 또는 바이오메디컬 도시 서울, 관광 마이스 등 부분들이 좀 더 본격 추진돼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또 "내년은 지난 6년 동안의 많은 성취가 완성되는 해고 또 동시에 또다른 혁신과 새로움이 시작되는 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북한의 참가가 성사되기만 한다면 전 세계에 남북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향후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것 역시 서울시의 과제 중 하나다. 박 시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정보의 연결과 융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이를 통해 지식기반 신성장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서울의 다양한 인적·물적 자원들이 연계될 수 있는 플랫폼을 다양하게 조성하고 있다"며 홍릉 바이오 메디컬 클러스터, 양재 R&CD혁신허브, 마곡 산업단지 용산전자상가 ‘기술창업거점’, 서울창업허브, 서울창업까페, 캠퍼스타운, 다시세운 프로젝트 등을 예시했다.

 박 시장은 부동산정책을 둘러싼 중앙정부와의 호흡에 관해서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부동산 패러다임을 사는 것(투기나 증식)이 아닌 사는 곳(주거)으로 바꿔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낙후지역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공급을 활성화해 서민주거를 담보해야 한다는데 서울시와 정부가 뜻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시와 국토부는 핵심정책 TF를 열어 중앙정부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며 "도시재생 뉴딜 대상지 선정을 둘러싼 이견도 합의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도시재생이 주택시장의 불안요소가 아니라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객관적 지표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내년도 대상지 선정에서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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