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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0년 어제와 오늘]⑤저무는 양적 완화시대

등록 2018-01-02 05:55:00   최종수정 2018-01-09 09: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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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지속되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QE)의 시대가 저물고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의 긴축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은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통화정책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 경제권은 물론 신흥국들도 뒤따라 돈줄 조이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제로 금리에 양적완화까지 동원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줬다.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은 2008년 0.1%에서 2009년 -3.4%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흥국의 성장률은 5.8%에서 1.6%로 내려앉았다.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파산으로 시장의 자금 중개기능도 급격히 위축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금리 인하 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다.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선진 경제권은 기축통화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양적완화라고 불리는 통화 팽창 정책까지 동원했다.

 양적완화는 제로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내리고도 경기 부양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이 경우 시장에 유동성이 직접 공급되는 동시에 채권 가격이 높아지면서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007년 9월 5.25%였던 연방기금금리를 2008년 12월 0~0.25% 수준까지 낮췄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여전히 리먼 사태가 가져다준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이에 연준은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매입해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8년 11월부터 2010년까지 1조7000억 달러(약 1816조원)를 투입해 장기국채와 모기지유동화증권(MBS)을 매입했다. 2010년 11월에는 6000억 달러(약 640조원) 규모로 국채를 사들이는 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또 2012년 9월에는 매달 850억 달러(약 91조원)의 국채와 MBS를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까지 동원했다.

 유로존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을 병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08년 9월 4.25% 수준이던 기준금리를 2009년 5월 1.00%까지 인하했다. ECB는 이후 2011년 4월과 7월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리기도 했지만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경기 위축이 심각해지자 다시 완화 정책으로 전환했다. 2016년 3월까지 꾸준히 금리를 낮춰 제로금리(0.00%)에 도달했다.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마이너스 수준까지 금리를 내렸다.

 ECB는 2010년 5월에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경제위기를 겪었던 국가의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유럽 주요 523개 은행에 1%의 저금리로 각각 5000억 유로(약 641조원)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경기 부진이 지속되자 2015년 3월부터는 본격적인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월 600억 유로(약 77조원)규모의 채권 매입을 결정했고 2016년 3월 그 규모를 800억 유로(약 103조원)로 늘렸다. 현재까지 채권 매입 규모는 2조 유로에 이른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지속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저금리 정책과 양적완화를 병행하고 있었다.그러나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화 완화 조치가 더 과감해졌다. 일본은행(BOJ)은 2007년 2월 0.50%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2010년 10월 0%로 떨어뜨렸고, 2016년 1월에는 -0.10%까지 낮춰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했다.

 BOJ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101조 엔(약 959조원)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며 시장에 돈을 풀었다.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신조 내각은 '아베노믹스'라는 이름으로 더욱 공격적으로 경기 부양을 시도했다. 2013년 4월 연간 50조엔(약 475조원)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결정했고, 2014년 10월에는 연간 매입 규모를 80조엔(약 759조원)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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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성장세 본격화…유동성의 시대 저물다

 글로벌 경제는 약 10년간의 장기 침체를 마치고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국제통화기금은 2016년 3.2% 수준이었던 세계 경제성장률이 2017년 3.6%, 2018년 3.7%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선진국의 성장률은 2%대로 뛰어오르고 신흥국 성장률은 4%대 중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은행들이 풀었던 돈들을 회수할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경기 수준에 비해 금리가 지나치게 낮을 경우 물가가 급등하고 경기가 과열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증했던 기업·가계 부문의 부채를 그대로 두기에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미 연준이 한발 앞서 긴축에 시동을 걸었다. 연준은 지난 2015년 12월 기준금리를 0.25~0.50%로 한차례 올린 뒤 2016년 12월부터 지난 12월까지 4차례 더 금리를 올렸다. 현재 금리는 1.25~1.50% 수준이다. 올해도 3차례 정도의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2020년에는 금리가 3%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은 양적완화 프로그램으로 급격히 확대됐던 대차대조표 축소에도 돌입했다. 9000억 달러(약 962조원)에 불과했던 연준의 보유자산은 2014년 10월 양적완화가 공식 종료될 때까지 4조5000억 달러(약 4808조원)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이다. 연준은 지난 해 9월 자산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매달 100억 달러 규모로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와 MBS의 재투자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보유 자산을 축소한다. 3개월마다 한도를 상향해 국채는 매월 최대 300억 달러, MBS는 200억 달러까지 재투자 축소 규모를 확대한다. 이 경우 연준의 자산은 2021년까지 3조 달러대로 줄어든다.

 유로존의 경우 아직까지 미국에 비해서는 정책 전환이 더딘 편이다. ECB는 지난 10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제로금리 수준으로 묶어뒀다. 예금금리와 한계 대출금리도 각각 현행 -0.40%와 0.25%로 동결했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속도도 조절했다.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채권 매입 규모는 2조 유로 수준이다. ECB는 채권 매입 규모를 월 600억 유로에서 300억 유로로 줄이는 대신 매입 종료 기간은 2017년 말에서 최소 9개월을 연장하기로 했다. 필요할 경우 내년 9월 말 이후에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통화정책 전환에 가장 소극적이다. BOJ는 지난해 12월20일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현행 마이너스 금리(-0.10%)를 동결하고 연간 채권 매입 규모도 80조엔 규모로 유지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인 2.0%에 도달할 때까지 양적완화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 2017년과 2018년 경제성장률이 2% 대에 올라서면서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신호가 켜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내에서 발언권이 강한 독일 등도 통화 정책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가 최근 스위스 취리히대 연설에서 "저금리가 지속될 경우 금융완화 효과가 반전될 위험이 있다"고 말해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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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긴축 전환에 긴장하는 신흥국들

 선진국의 긴축 전환은 전 세계 경제에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정책금리 인상과 양적완화 축소를 시작하면 다른 시장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여러 나라들이 긴축 전환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6년 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캐나다와 영국, 멕시코, 체코 등도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신흥국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와 증시 급락이 나타나는 '테이퍼 텐트럼(긴축 발작)'을 겪었다.

 문제는 선진국의 정책 전환 속도다. 현재까지는 유럽과 일본은 물론 미국도 완만한 긴축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성장세가 완전하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에 이어 지휘봉을 잡게 되는 제롬 파월은 현재까지의 온건한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파월은 지난해 11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금리는 앞으로 다소 오를 것이고 대차대조표의 크기는 점차 축소될 것"이라며 "그러나 (통화)정책의 경로를 만드는 우리의 노력은 가능한 한 예측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상승률을 2% 대로 회복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임금을 보면 노동시장이 과열됐다는 징후는 없다. 더 많은 여유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의 경기 수준을 과열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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