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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평창 참가 '급물살'···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탄력 받나

등록 2018-01-03 15:54:56   최종수정 2018-01-09 09: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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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사진=뉴시스DB) 2017.06.29.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다시금 힘을 받는 모양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면서 촉발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리선권 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19분께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판문점 연락망 개통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전날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후속방안 지시를 내린 것을 김 위원장이 높게 평가하면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김 위원장의 판문점 연락망 개통 지시는 우리 정부가 전날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하면서 판문점을 통해 두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뒤 하루만에 나왔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신년사(1일)와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지시(2일)와 통일부의 고위급 남북당국회담 개최 제안(2일), 김 위원장의 판문점 연락망 개통 지시(3일) 등 이틀 사이에 평창올림픽 참가 논의가 급진전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넘긴 공을 다시 문 대통령이 받아서 넘기고 그 공이 재차 우리 정부에게 돌아오는 핑퐁게임 형태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양상이다.

 외교 당국에서는 물론 청와대에서도 북한이 이토록 빠르게 호응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감지된다.

 이에따라 평창올림픽을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창 구상'을 넘어 '한반도 운전자론'까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남북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권을 갖고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주요 대북정책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된다며 북한 문제야말로 우리가 주인이라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국제사회에 거듭 각인시켜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28일 취임 후 첫 워싱턴 순방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같은 정부의 의지를 설명하고 동의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후 7월 독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한·러 정상회담, 11월 동남아 순방, 12월 한·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상외교 속에서 반복해서 우리의 입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이 화성-15형 등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함께 6차 핵실험 등 끊임없는 도발하면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사장되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국제사회와의 공조 속에 대북 제재·압박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려 북한을 비핵화 테이블로 이끌어 내야한다는 미국 중심의 논리에 끌려다닌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노무현 정부가 제시한 '동북아 균형자론'의 아류작이라는 비판과 함께 완성단계에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상황 속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 이후 북한에 적십자 회담과 군사 회담을 제안했지만 그동안 외면 받아왔던 것도 '한반도 운전자론'이 힘을 얻지 못한 주요 원인이 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의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 낼 힘도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을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으로 만드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고 기다린 끝에 바라던 기회가 찾아왔다는 평가가 우선 가능해진다.

 다만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호락호락하게 끌려다니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은 이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논의를 희망한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하자고만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일정에 오른 북·남 관계개선 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뤄나가는가 하는 데 달려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 한다.

 북한 입장에서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직접적인 북·미 대화를 그렸으나 여의치 않자 기수를 남쪽으로 돌린 측면이 강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능력은 이제부터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우리 정부가 북한이 대남 유화공세를 펼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고 또 그에 대한 준비가 얼만큼 돼 있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6자회담 등 다년간 북·미 관계를 연구해온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역시 예상된 상황이었던 만큼 과연 우리에게 준비된 전략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면서 "공을 던진 북한만큼이나 미국과 우리의 국내상황도 그렇게 녹록치 않다. 이번 정부에는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동계올림픽까지야 어쨌든 평화적인 원칙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유화적 자세로 나올 수 있지만 올림픽 후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해야 하는 상황, 9월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등 도발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도 치밀하게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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