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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축구 인생을 바꿀 2018년

등록 2018-01-0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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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퍼드=AP/뉴시스】 손흥민(토트넘)이 시즌 5호골을 터뜨리며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비커리지 로드에서 열린 2017~2018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5라운드 왓퍼드 원정 경기에서 팀이 0-1로 뒤진 전반 25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1992년생, 만 26세의 그리 많지 않은 나이로 한국 축구의 중심으로 우뚝 선 손흥민(토트넘)에게 2018년 무술년(戊戌年)은 어느 해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롱런’을 위해 전 세계 축구 도사들이 모여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입지를 다져야 하고, 생애 두 번째 월드컵을 통해 4년 전 아픔을 씻어야 한다. 가을에는 향후 선수 생활의 향방을 좌우할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손흥민의 인생을 건 도전이 막을 올렸다.

△첫 번째 과제는 EPL 정복

2015년 8월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EPL로 향한 손흥민은 첫 시즌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각종 대회에서 8골을 넣었지만 분데스리가를 휘젓던 모습만큼은 아니었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는 이적설에 휘말렸다.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그의 진가를 알아본 볼프스부르크(독일)는 꽤나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누군가 자신을 원한다는 것은 물론 기쁜 일이지만 손흥민이 처한 상황을 놓고 볼 때는 썩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손흥민은 고심 끝에 더 큰 물에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페널티킥 없이 21골을 몰아치며 EPL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증명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의 EPL 이달의 선수상이라는 달콤한 보너스까지 얻었다.

우려를 딛고 연착륙에 성공한 손흥민은 2017~2018시즌 입지 다지기에 나선다.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지난해 6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던 중 오른팔 골절상을 당해 출발은 늦었지만 복귀 후 언제 다쳤냐는 듯 공격 포인트를 쏟아냈다. 4경기 연속골을 비롯해 9골을 터뜨리며 순항 중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홈과 원정 구분 없이 골 맛을 봤고, 10월23일 라이벌 리버풀을 쓰러뜨릴 때는 쐐기포를 터뜨렸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46)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은 많은 골을 넣고 있고, 훈련과 경기에서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서 “우리 팀 모두가 손흥민을 사랑한다. 플레이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 또한 그렇다”고 칭찬했다.

△브라질에서 눈물, 러시아에서는?

시즌을 마치면 ‘꿈의 무대’인 월드컵으로 향한다. 러시아월드컵은 6월14일부터 7월15일까지 열린다. 손흥민에게는 두 번째 도전이다. 첫 번째는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나섰던 손흥민은 골 맛을 보긴 했지만 팀의 추락은 막지 못했다.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해 16강 탈락이 확정된 뒤 눈물을 쏟는 장면은 여전히 축구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F조에 속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모두 우리보다 한 수 위의 팀들이다. 일각에서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 편성(멕시코·네덜란드·벨기에)을 연상케 할 정도로 빡빡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예년에 비해 기대치가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손흥민이 해준다면’이라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브라질 대회에 비해 기량이 한층 성숙해진 손흥민이 중심을 잡아준다면 1승, 나아가 16강 진출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외신들도 손흥민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미국 유력매체 뉴욕 타임스는 최근 월드컵 진출국의 전력을 소개하며 “(손흥민은) 여러 목적으로 쓰이는 토트넘 포워드”라면서 “대다수 팬들이 (월드컵을 통해) 알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EPL 무대를 누비며 이미 스타로 떠올랐지만 전 세계 축구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러시아월드컵을 통해 한 단계 더 올라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흥민은 두 번째 도전을 잔뜩 벼르고 있다. 그는 “난 아직도 브라질의 눈물을 기억한다. 어느 팀이든 우리보다 강팀이고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은 둥글다.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2014년 브라질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에는 우리 선수들과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인과 축구팬들이 하나가 돼서 후회하지 않는 월드컵을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쩌면 ‘더 중요한’ 아시안게임

러시아월드컵이 끝나도 쉴 틈은 많지 않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8월18일~9월2일)이 버티고 있다. 축구라는 종목으로 범위를 한정하면 아시안게임은 그리 큰 비중을 갖는 대회는 아니다. 23세 이하 선수들과 나이에 관계없는 3명의 와일드카드가 나서는 대회의 성격상 다른 국가들의 경우 유망주들의 국제 대회 경험 쌓기 정도로 규정한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무대다. 금메달을 따면 선수 생활의 최대 걸림돌인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손흥민에게는 월드컵보다도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다.

그동안 손흥민이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때는 대한축구협회가 손흥민의 발탁을 추진했지만 당시 소속팀이었던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이 차출을 거부했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인한 A매치가 아니기에 차출의 강제성이 없다. 동료들이 28년 만의 금메달로 환호할 때 손흥민은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토트넘의 동의를 얻어 와일드카드로 합류했지만 팀이 8강에서 도전을 멈췄다.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은 손흥민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얻지 못하면 2년 뒤 도쿄올림픽으로 눈을 돌려야하는데 메달권 진입 확률도 아시안게임에 비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전에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만일 자카르타에서 금메달 사냥에 실패하면 손흥민은 축구 선수로서의 최전성기를 군에서 보내게 될 수도 있다. 금메달로 홀가분한 신분이 되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이미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정상급 선수로 우뚝 선만큼 몸값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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