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도 '미투' 바람 부나…"이젠 쉬쉬하지 말자"
조직 문화 등 이유로 추가 폭로 많지 않을 듯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야…당분간은 지켜봐야" 【서울=뉴시스】오제일 나운채 기자 =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에 검찰 내부의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검찰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되는 등 경직된 검찰 조직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 검사가 지난 29일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는 이날 오전까지 8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서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조직 문화 개선을 주문하는 글들이 대부분이다. 그간 불이익을 우려해 실명이 공개되는 게시판에 글을 남기기 주저했다는 자기고백 글도 있다. 한 검사는 게시글에 "선배님의 글에 댓글 하나를 다는 일조차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글을 쓰기까지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을 선배님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용기 내줘서 감사하다"고 댓글을 달았다. 다른 검사는 "한 번도 이런 글에 생각을 적어보지 못한 후배다. 많은 것들이 두려웠기 때문"이라며 "오늘 이 글을 쓴 용기를 보며 선배님이 더 이상 혼자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고 썼다.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많은 분이 더이상 쉬쉬하지 않고 함께 일어서 주면 좋겠다"는 댓글도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내부 고발성 글에 이처럼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 검사가 첨부한 소설 형식의 글을 통해 공개했듯 검찰 조직 내 성폭력 사례는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서 검사의 경우도 성추행 사실에 이어 인사 불이익이 계속되니까 떨치고 일어난 거 아닌가"라며 "지금 검사들은 게시판에 글을 쓸 엄두도 못 내고 있고, 댓글 쓰는 데 직(職)을 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 검사 게시글에 달린 용기 있는 수십개의 댓글을 보며 조직이 나아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든다"고 덧붙였다. 지방의 한 검사는 "실제로 동료 검사가 고민 상담을 했던 적도 있고, 풍문으로 들은 성추문도 여럿 있다"면서 "다만 당사자가 아닌 만큼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폭로하라고 주문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전했다. 이 검사는 "고민을 전해왔던 그 검사와는 서 검사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당사자가 용기를 내야 할 부분인데 추가 폭로가 이어질지는 당분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내다봤다. 미투 운동 확산 여부와 무관하게 검찰 조직내 성추행 등 비위 사실은 상당수 추가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은 이날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성추행 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을 꾸리고 진상 조사에 나섰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