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과 땅이름 그리고 숫자8···‘우주가 도와준다’
우주항공센터 소재지인 나로도(羅老島)를 역학으로 풀면 대행수유이간(大行雖有離間), 즉 큰 물체를 지구에서 우주공간으로 보낼 수 있는 섬이 된다. ‘나(羅)’자는 ‘그물’, ‘벌리다’라는 의미인데, 인공위성은 하늘에 그물을 치는 격이기도 하다. 종로에 귀금속점이 밀집한 까닭은 ‘종’의 금속기운이 작용한 결과, 을지로에 건축 자재상이 많은 이유는 ‘을지’, 그러니까 나무뿌리 때문이다. 화려한 명동 역시 ‘명’의 기운 덕분이다. 청계천은 기어코 ‘맑은 내’로 되돌아왔고, 파주 점원리(點元里)에는 남쪽에서 군사 분계선까지 4차로가 뚫렸다. 남북 국도 1호선 연결의 시발점이 되리라고 미리 내다본 작명인꼴이다. 심지어 명성황후 시해 직후 달아난 탁지부 대신 어윤중은 용인 인근 어사리(魚死里)에서 주민들에게 맞아 죽었다. 청주국제공항 활주로 끝은 비하리(飛下里), 항공기가 이륙하는 지점은 비상리(飛上里)다. ‘제비섬’은 조선 중기 이후 영종도가 됐다. 영종(永宗)은 ‘긴 마루’, 제비가 긴 마루 위로 날아드는 형상이 영종도다. 평창에도 적용되는 땅이름의 신비다. 평창(平昌)은 용비어천가 1장에 나오는 ‘해동 육룡이 나라샤’의 여섯 용 가운데 제1룡인 목조(穆祖) 효비(孝妃)의 고향이다. 조선 왕업의 기원이 된 곳이다. 옛적 평안역이라는 역참이 있던 평창은 평안창성(平安昌盛) 또는 평화창성(平和昌盛)의 준말이다. 평창의 고구려 때 명칭은 ‘성할 욱(郁)’자를 쓴 ‘욱오(郁烏)’, 통일신라 때는 ‘백오(白烏)’, 흰까마귀였다. 940년 고려 왕건은 이전의 명칭 ‘郁’과 천년의 길조이자 태평성대의 상징인 흰까마귀를 고려해 ‘백오’를 평창현으로 개칭했다. 이래 1078년이 흘렀다. 흰까마귀의 고장 평창은 1000년이 넘은 상서로운 지역이다. 훈민정음·갑골문 권위자인 박대종 소장(대종언어연구소)은 “남사(南史) 범운전에 따르면, 임금이 종묘를 공경히 받들면 상서로운 징조인 흰까마귀가 출현한다. 민족의 스승이자 성군인 세종의 치세 시절(1429)에도, 과연 우리나라에 흰까마귀가 나타났다”고 짚었다. 당시 상황을 세종실록은 이렇게 전한다. ‘역대의 융성기마다 반드시 비상한 상서(祥瑞)가 있었습니다. 이 희고 깨끗한 까마귀의 아름다운 상서가 드디어 문물 융성의 세대에 나타났으니, 이는 전고에 드문 일로써 응당 경사의 칭송을 사방에서 올려야 할 것입니다.’ 천자국 주나라가 시조인 후직의 어머니 강원을 존숭했듯, 조선 태조 이성계는 1392년 5대조 목조비(妃)의 본향 평창을 우대해 군으로 승격했다. 후한의 문자학자 허신은 설문해자(說文解字)의 소전체를 근거로 ‘우(亏)와 나뉠 팔(八)자로 이뤄져 있다. 말의 기세가 편안하고 순조로운 모습’이라고 평(平)자를 설명했다. 평의 구성자인 亏(于·우)를 ‘초월’이라고 보고, 소리의 기운이 장애를 초월해 능히 분산되니 어기(語氣)가 자연히 평화롭다는 것이다. 이처럼 平은 기운이 팽팽한 긴장의 반대, 릴랙스한 상태로 ‘평화, 화해’ 등을 나타낸다. 박 소장은 “창(昌)자는 겉보기에 일(日)자가 위 아래로 둘 써져 있는 글자 같지만, 아래의 것은 日이 아니라 ‘말할 왈(曰)’자다. 3000여년 전 갑골문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아래의 曰자는 입 구(口)자였다. 따라서 昌은 힘 넘치는 ‘방탄소년단’이 ‘소리 질러!’하며 기세를 올리듯, 소리지르는(曰) 기세가 떠오르는 아침 해(日)처럼 상승 혹은 성한 모습에서 ‘창성하다’라는 의미를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이렇게 평창의 평은 화합, 창은 융성을 지목하고 있다. 평창에서 국운 융성의 상징인 올림픽이 개최되고, 북한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박 소장은 “적어도 이번 올림픽 기간만큼은 화합 분위기가 조성돼 평창이라는 지명의 의미를 현실화하니 그러한 섭리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평창은 숫자도 잘 만났다. 평창동계올림픽 앞에 붙는 ‘2018’에서 8은 비즈니스, 성공, 부 따위를 상징한다. 지속, 반복 등을 대표하는 넘버이기도 하다. 극에서 극으로 꾸준히 순환하는 지구와 우주의 에너지도 뜻한다. 남녀, 생사, 명암도 된다. 음양이 조화를 이룬 궁극적 균형의 심벌이다. 8은 굴릴수록 커지는 눈덩이와도 같다. 한 바퀴 돌아갈 때마다 덩치를 키운다. 이러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완벽, 무한을 향해 나아간다. 8을 뉘어놓은 수학기호 ∞은 곧 무한대다. 8은 생로병사의 함축이다. 생후 8개월에 유치가 나고, 8세에 그 이를 잃는다. 16세(2×8)에 사춘기로 접어든다. 이후 원기왕성하게 살다가 8×8, 64세에 이르면 쇠약해진다. 이토록 8은 육체적인 동시에 영적이다. 육신의 한계를 초월한다. 8길상인(八吉祥印), 8괘(八卦), 8선(八仙), 8각 성수반(聖水盤) 등 각 종교에서 8을 흔히 볼 수 있는 이유다. 노아의 방주에 승선, 구원받은 인간 또한 8명이다. 예수는 8복(八福)을 강조한다. 8 없이는 예수를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제8일은 예수가 부활한 날이다. 사내아이는 태어난 지 8일째 되는 날 할례에 처해진다. 예수의 그리스어 ‘예수스’(IHΣOΥΣ)는 888이다. 이오타 10, 에타 8, 시그마 200, 오미크론 70, 웁실론 400, 시그마 200, 합이 888이다. 8은 개업에 좋은 숫자이기도 하다. 역술은 8을 예능·호텔·음식·외국 관련 일에 길상으로 본다. (모두 동계올림픽과 유관하다) 아울러 “8은 일단 사귄 사람이라면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진다. 선뜻 놔주는 법이 없다. 집착이 대단하다”고 봤다. (집요하게 매달렸고, 결국 성취했다) 8에 어울리는 색은 회색이다. 분홍과 하양도 좋다. 8에게 검정은 새로운 출발을 약속한다. 노란 옷은 8이 자신을 드러내고 싶을 때 입는다. (무채색 설원을 누비는 알록달록 겨울 건각들이 떠오른다) “성공한 여자 운동선수는 음력 8월생 가운데 가장 많다. 다른 달에 비해 커피숍 같은 서비스업 계통에 종사하는 음력 8월생 여자 역시 많다. 갈 지(之) 자로 걷는 이가 많다. 특히 음력 8월생 여자는 엉덩이를 몹시 흔들며 걷는다.” (스키장이 따로 없다) ‘88’ 서울올림픽에 이어 ‘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나라에서 열린다. 4통8달하는 지구촌의 4방8방에서 8방미인들이 8도로 몰려왔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