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 논란 간호사 투신 사망…경찰·병원 조사 본격화
투신 간호사 남자친구 "태움이 벼랑 끝 몰고 가" 병원 "괴롭힘으로 사망 아냐"…감사팀 조사 착수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간호사들의 군기잡기 문화인 이른바 '태움'으로 인해 서울의 한 대형병원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경찰과 해당 병원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섰다. 19일 서울 송파경찰서 등에 따르면 경찰은 투신 사망한 대형병원 간호사 A씨의 컴퓨터 등을 조사해 정확한 사망 동기 등을 밝힐 계획이다. 박씨는 지난 15일 오전 10시40분께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설 연휴 동안 A씨의 유족과 남자친구 등을 1차 조사한 경찰은 A씨의 남자친구가 간호사 조직 내 '태움' 문화가 박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병원 관계자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종로구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족이나 남자친구가 병원 내 괴롭힘으로 인해 투신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사망 동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동료 등 병원 관계자의 진술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의 남자친구 B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통해 "제 여자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간호부 윗선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상시 저와의 대화에서도 '출근하기가 무섭다',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지' 등의 말을 했고 아직도 제 휴대폰에 내용이 저장돼 있다"면서 "여자친구는 부족함을 채우고 사수에게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에 하루에 잠을 세 시간씩 자며 공부해 살이 5㎏ 넘게 빠졌다"고 토로했다. 태움이란 간호사 사회에서 선배가 후배를 무섭게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에서 태움이란 용어가 나왔다. 생명을 다루는 직종이다보니 작은 실수로도 치명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측면에서 후배를 엄격하게 가르치는 관습이 생겼다. 그러나 도가 넘는 인격모독과 폭력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 간호 인력의 이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신규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33.9%에 달하고 평균 근속연수는 5년4개월에 불과하다. 연휴 기간 1차 조사를 마친 병원 측은 이날부터 감사팀을 주축으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병원 관계자는 "간호부를 비롯한 여러 부서에서 연휴 기간 동안 1차 조사를 한 상태"라며 "진상을 정확하게 파악한다는 차원에서 오늘부터 감사팀이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온라인 게시글에 따르면 중환자실에 근무하던 A씨는 지난 13일 환자의 배액관을 빠뜨리는 실수를 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다음날인 14일 저녁 수간호사와 면담을 했다. 이에 대해 A씨의 남자친구는 "수간호사 선생님과 사수를 보러 간다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는데 만나서 어떤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다"며 "안심을 시키기보다는 또 혼내지 않았을까"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병원 관계자는 "상담 과정에서 수간호사가 소송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걱정이 커 보여 병원에서 3일 간의 휴가를 줬다"며 "상담을 마친 후에도 불안해 하는 A씨를 보자 사수가 저녁을 먹인 후 기숙사까지 데려다줬다는 게 조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대학병원과는 다르게 여러 학교 출신 의료진들이 섞인 우리 병원은 선후배 개념이 느슨한 편이라 태움이 심하지 않다는 말을 직원들로부터 들었다"며 "다만 선배의 어투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낄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