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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가득 싣고 돌아오는 3월 기차 여행

등록 2018-02-28 09:16:57   최종수정 2018-03-05 1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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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선 아리랑 열차 내 열차 카페.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어느덧 3월이다. 도대체 언제 잦아들까 싶을 정도로 기세등등했던 동장군도 아제는 서둘러 퇴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사장직무대행 강옥희)는 날로 따스해지는 3월을 맞아 '열차 타고 봄을 맞으러 갈 만한 여행지'들을 선정했다.

아직 이른 듯하지만,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 봄을 조금이나마 더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그곳에서 귀 기울여 보면 그동안 각종 소음 탓에 들을 수 없었던 봄의 여신의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답답한 공기로 인해 느끼지 못 했던 여신의 숨결도 한껏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봄기운을 최대한 충전해 돌아오자, 그래서 봄이 완연해질 때까지 무슨 일을 하든 용기백배해 해내는 것이다.

◇정선 아리랑 열차(강원 정선군 정선역 일대)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린 강원 3개 지역 중 평창군과 강릉시보다 덜 주목받은 곳이 정선군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정선군은 '관광의 보고'다. 그 속으로 떠나는 열차가 바로 정선 아리랑 열차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해 종착역인 아우라지역에 도달할 때까지 많은 간이역을 거치며 '느림의 미학'을 일깨우는 관광 열차다.

지난 가을 숲을 이루던 억새가 사라지면서 다시 벌거벗은 모습이 오히려 정감 있는 민둥산, 전통시장과 아리랑 공연이 흥겨운 정선읍, 레일바이크를 타고 감상하는 아우라지 등 미처 몰랐던 정선의 멋, 맛, 흥 그리고 자연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열차는 높은 산봉우리 사이로 이어진 철길을 천천히 달린다. 제천역, 영월역, 예미역, 민둥산역, 별어곡역, 선평역, 정선역, 나전역…. 역마다 'A-train(에이 트레인)'이라는 사인이 관광객을 맞는다. 'A'라는 알파벳만 봐도 정선의 비경이 떠오른다.

관광객은 대부분 정선역에서 내린다. 정선역 도착 시간은 오후 12시30분께다.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는 오후 5시37분에 떠난다. 5시간 남짓 시간이 있다.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아우라지역까지 가야 하지만, 정선역에서 내린다면 정선 아리랑 시장으로 가자. 역에서 20분 거리인데 공기는 맑고, 봄 햇볕은 따스하니 걷기 좋다. 물론 봄 자외선을 막아줄 선크림은 필수, 모자나 선글라스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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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아리랑 관련 희귀 음반을 전시 중인 강원 정선군 아리랑 박물관.

장날은 끝자리 2·7일이나 관광객이 많은 토요일에도 장이 선다. 이런 적극성이 좋다. 각종 산나물, 약재, 곡류, 장아찌 등 정선의 산과 들에서 거둔 건강한 먹거리가 가득하다. 장터에서 곤드레밥, 올챙이국수, 콧등치기, 메밀전, 황기백숙, 수리취떡 등 별미를 맛보자.

식사를 마쳤다면 읍내를 돌아보거나 정선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병방치 스카이 워크, 아라리촌, 화암동굴, 소금강길, 몰운대, 아리랑 박물관 등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면 된다. 아리랑 박물관에서 오는 3월18일까지 희귀 음반 특별전 '아리랑, 아날로그의 매력'이 열리니 놓치지 말자.
 
정선 아리랑 열차는 객차 4량으로 이뤄진다. 1·4호 차는 일반석, 2호 차는 일반석과 열차 카페, 3호차는 일반석 외에 휠체어 석과 전동 휠체어 석, 휠체어 리프트 등으로 구성한다. 창이 넓어 1~4호 차 어디서나 전망이 훌륭하지만, 풍경을 감상하기에는 1호 차 전망 칸이 가장 좋다. 매주 수~일요일 각 1회 왕복 운행한다. 장날(끝자리 2·7일)이나 공휴일에는 월·화요일에도 운행한다.

정선아리랑열차 1544-7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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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동해선 열차.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동해선(경북 포항시 북구·영덕군 일대)

봄바람이 살랑거리는 이 계절에 살이 꽉 찬 대게를 맛보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지난 1월26일 운행을 시작한 동해선 기차가 '정답'이다.

포항에서 영덕까지 달린다. 소요 시간은 34분, 44.1㎞ 거리다. KTX와 동해선을 연계하면 서울에서 약 3시간10분 만에 영덕에 도착한다. 동해선 덕에 영덕 여행이 한결 편해진 셈이다. 오는 2020년에는 강원 삼척시까지 전체 166.3㎞에 이르는 동해선이 모두 개통할 예정이어서 기대감을 고조한다.

푸른 바다를 따라 달려서일까. 동해선은 놀이동산 기차처럼 앙증맞은 외관을 자랑한다. 3량이 전부인 이 기차의 안팎은 분홍색 복사꽃, 귀여운 대게,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 있는 '상생의 손' 등 영덕과 포항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알록달록 꾸며졌다. 기차에 오르기만 해도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포항역에서 출발한 동해선이 처음 정차하는 곳은 월포역이다. 동해선 기차역 중 해변에서 가장 가깝다. 역에 내려 걸으면 5분도 되지 않아 파도 소리가 들린다. 여름이면 북적일 월포해수욕장이 지금은 고즈넉하니 사색하기에 알맞다.

월포역을 지나 여러 터널을 통과해 8분 뒤 장사역에 닿는다. 근처에는 백사장이 길어 명명된 장사(長沙)'해수욕장이 있다. 이곳은 6·25전쟁 당시 인천 상륙작전 하루 전 북한군을 교란할 목적으로 시행한 장사 상륙작전이 펼쳐졌던, '구국의 현장'이기도 하다.
 
장사역을 다시 떠난 열차는 들판 가운데 있는 강구역으로 향한다. 역에서 차로 5분 정도 달리면 강구항이 나타난다. 강구항은 영덕대게 집산지이자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다. 항구 주변은 음식점마다 대게를 찌는 김으로 자욱하다. '영덕대게 거리'라는 이름이 실감 난다. 
 
좀 더 저렴하게 대게를 즐기려면 동광어시장에 가면 된다. 1층에서 대게를 구매해 2층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알뜰하게 먹을 수 있다.

3월에는 대게를 더욱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강구항 일원에서 '영덕 대게 축제'가 열리는 덕이다. 올해는 3월22~25일 거행한다.
 
참, 대게의 '대'는 '크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나무'를 뜻한다. 발이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 대게다.
 
배를 채웠다면 바다를 매립해 만든 해파랑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자. 강구항 바로 옆이라 가기에 편하다.

종착역인 영덕역에서 꼭 가볼 곳은 영덕 풍력 발전 단지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하얗고 거대한 풍력 발전기가 천천히 도는 풍경이 이국적이다. 주변으로 영덕 신재생 에너지 전시관, 영덕 해맞이 예술관, 영덕 조각공원, 정크&트릭 아트 전시관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가 있다. 이 중 영덕 해맞이 공원은 이름 그대로 '일출 명소'이지만, 동해의 아름다운 풍광 만큼은 아무 때나 가도 감상할 수 있다.

영덕 축산항과 바다가 어우러진 그림 같은 모습을 한눈에 조망하는 죽도산(87m), 고려 후기 문신인 목은 이색(1328~1396)이 태어난 곳으로 현재 영양 남씨 괴시파 종택(경북민속문화재 75호), 영해 경주댁(경북문화재자료 395호), 영덕 괴시동 해촌 고택(경북민속문화재 170호) 등 150~300년 된 한옥이 고스란히 남은 괴시마을도 들러보자.

 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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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제3땅굴로 내려가는 입구.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DMZ train(경기 파주시 장단면 희망로)

지구촌 유일 분단국가라 가능한, 안타깝지만 특별한 여행이 있다. 평화열차 DMZ(DMZ-train)를 타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땅인 비무장지대(DMZ)로 떠나는 도라산 안보 관광이다.

1950년 6월25일 북한 남침으로 시작한 6·25전쟁은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중단돼 65년이 지난 오늘까지 휴전 상태다.
 
정전협정에 따라 한반도에는 군사분계선과 DMZ가 설치됐다. 군사분계선에서 남과 북으로 각 2㎞, 총 4㎞ 폭으로 설정된 DMZ는 남북한 완충지대다. 본래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관광 열차 DMZ-train을 타면 다녀올 수 있다.

매주 수~일요일 오전 10시8분 용산역을 출발해 민간인통제구역과 DMZ를 둘러보고, 오후 5시54분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투어다. 서울에서 불과 두 시간 만에 북녘땅을 코앞에서 마주하는 것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다.

DMZ-train은 용산역 또는 서울역(예약 시 지정)에서 탑승할 수 있다. 용산역을 출발한 기차는 서울역에서 관광객을 더 태우고 오전 11시24분 임진강역에 도착한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는 마지막 역이다.

이곳에서 모두 내려 신원 확인과 인원 파악 절차를 마치고 다시 탑승하면 기차는 옛 경의선 철교 대신 옆에 건설된 새 철교를 건너 도라산역으로 향한다. 차창 밖으로 전쟁 때 파괴돼 교각만 남은 옛 경의선 철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비로소 분단 현실을 실감한다.
 
1906년에 개통해 서울과 신의주를 잇던 경의선은 전쟁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2000년부터 역사적인 복원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2월 도라산역이 들어서고, 임진강역까지 4㎞ 구간을 연결하는 공사가 끝났다. 이 역은 현재 남쪽의 마지막 역이지만, 언젠가 북한 개성을 지나 평양, 신의주까지 달려갈 첫 번째 역이기도 하다.

관광객은 이곳에서 관광버스를 타고 도라산평화공원, 통일촌, 도라전망대, 제3땅굴을 차례로 돌아본다. 문화해설사가 동행해 DMZ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도라산평화공원에는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조형물,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의 다양한 동식물을 3D로 만나는 전시관 등이 있다.

통일촌은 군사분계선에서 4.5㎞ 떨어진 최북단 마을로 민간인 400명이 거주한다. 이곳 식당에서 한식 뷔페(식대 별도)로 점심을 먹는다.

이어 서부전선 군사분계선 최북단 도라전망대로 이동해 북쪽 지역을 조망한다. 개성시, 송악산, 개성공단, 김일성동상, 기정동 마을이 육안으로 선명히 보인다. 망원경도 설치돼 더욱 편리하다.

끝으로 가는 곳이 제3땅굴이다. DMZ영상관에서 관련 영상을 관람하고, 안전모를 착용한 다음 땅굴 안으로 들어간다. 유사시 시간당 병력 3만 명을 남침시킬 수 있도록 북한이 파내려 왔다. 서울에서 불과 52㎞ 거리에 거대한 땅굴이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공포영화, 재난영화보다 두렵다.

열차는 오후 4시27분 도라산역을 떠나 오후 5시54분 용산역으로 돌아온다.

 레츠코레일 1544-7788(한국어), 1599-7777(영어) 코레일관광개발 1544-7755(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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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소무의도 마을 풍경.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천 무의도(인천 중구 대무의로)

한나절에 철길, 뱃길, 산길, 해안길을 모두 경험하며 초봄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공항철도에 몸을 싣고 가는 인천 무의도다.

직통열차는 서울역에서 인천공항1터미널역까지 약 43분이면 닿는다. 영종대교 구간을 지날 때면 창 너머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광활한 갯벌이 그 바다가 어우러지며 생명력 넘치는 아름다움을 표출한다.  

인천공항1터미널역에서 내려 자기부상열차로 갈아탄다. 자기력을 이용해 선로 위로 8㎜가량 떠서 운행하므로 소음과 진동이 적고, 쾌적하다. 무엇보다 SF에나 나옴 직한 열차를 탄다는 것이 신기하다.

용유역에서 내려 20분쯤 걸어가면 잠진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서해 특유의 냄새 속에서 봄 내음을 느끼며 10분 정도 배를 타면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무의(舞衣)는 '무희의 옷'을 말한다.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6m)이 남북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며 그 모습을 연출해낸다.

등산객은 주로 국사봉에 올랐다 호룡곡산을 거쳐 광명항으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를 택한다. 3~4시간 걸린다. 그냥 호젓하고 편안하게 즐기고 싶다면 호룡곡산이 무난하다. 산길이 완만해 바다를 보며 여유롭게 걷기 좋다. 널찍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섬 풍광은 '서해의 알프스'라 불리기에 충분하다.

광명항으로 내려오면 인도교 저편에 소무의도가 있다. 사람과 자전거만 오갈 수 있는 인도교에서 바다 위를 걷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인도교부터 명사의 해변길까지 소무의도를 한 바퀴 돌아보는 '무의바다 누리길'은 8개 구간, 총 2.48㎞다. 서해의 수려한 풍경을 감상하며 타박타박 걷는 1시간30분 힐링 기회다.

하나개 해수욕장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소문난 곳이다. 백사장 위로 방갈로 수십 동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남쪽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드넓은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은 당일치기로 온 사람들도 하루 자고 가게 할 정도로 로맨틱하다.
   
박대묵, 굴쌈장, 데침쌈밥 등 소박하지만 맛깔스러운 별미를 즐겨보자.

인천 중구청 관광진흥실 032-760-649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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