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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독자에 대한 경의"...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등록 2018-03-05 09:23:42   최종수정 2018-03-12 09: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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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우리가 가장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말을 할 때란 비록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지 못해도 자기 안에 그 말을 듣고 제대로 이해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있을 때입니다. 자기 안에 자기와는 다른 말을 사용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있어 그 사람을 향해 말을 걸 때, 언어는 가장 생기가 넘칩니다. 가장 창조적이 됩니다. 언어를 지어낸다는 것은 내적인 타자와 이루어내는 협동 작업입니다."(35쪽)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쓴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가 국내 번역·출간됐다.

불문학 교수였던 저자가 정년퇴임 전 마지막 학기에 진행한 '창조적 글쓰기'라는 강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순한 글쓰기 강의를 넘어 읽기와 쓰기, 그리고 언어생활에 대한 그의 통찰이 담겼다.

"수십 년에 걸쳐 현명함과 어리석음이 뒤섞인 채 신물 날 정도로 다양한 글을 읽고 또 스스로 대량의 글을 써온 결과, 나는 '글쓰기'의 본질이 '독자에 대한 경의'에 귀착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실천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25쪽)

저자는 우리가 글을 쓸 때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프린트아웃'하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하는 것이라고, 이는 글을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체력을 소진하고 몸을 혹사하는 시간과 수고를 들여야 한다. 작품을 쓰려고 할 때마다 새로 일일이 굴을 깊이 파야 한다'고, 또 그렇게 '새로운 수맥'을 찾아내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에 열렬히 호응한다.

우치다 다쓰루 역시 창작이란 그저 머리로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신체적 실감이 동반된다는 점, 그리고 그 끝에 결국 어떤 흐름과 만난다는 점에 깊이 동의한다.

반년에 걸친 '창조적 글쓰기'를 향한 대장정은 '혼'이라는 키워드로 마무리된다. '신체의 깊은 구석에 있으면서 언제나 펄떡펄떡 맥박치고 있는 생명의 파동'이 바로 저자가 보는 혼의 이미지다.

그는 언어와 신체적 실감 사이의 불균형 상태에서 언어가 탄생한다고 했다. 또 언어는 '언어가 되지 못하는 것'을 모태로 생성된다고도 덧붙였다. 여기서의 '신체적 실감'이나 '언어가 되지 못하는 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혼'이라고 볼 수 있다.

굳어버린 기성의 언어와 아직 언어화되지 못한 생생한 그 무엇 사이의 간극을 확인하고, 생생한 그 무엇을 기어코 전달하고 말겠다고 간절히 바라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을 다해 이야기하는 것'이고 동시에 언어가 지닌 창조성의 실질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김경원 옮김, 320쪽, 원더박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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