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두달 남기고 국무장관 교체…이유는?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적으로 북한에 대한 '온건파'였던 틸러슨 국무장관을 경질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지난 가을부터 국무장관 교체를 계획하고 있었으며, 향후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새 장관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맡기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3일(현지시간) NBC 방송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향후 대화와 여러가지 무역 협상들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새로운 팀을 구성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CN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가을부터 틸러슨을 교체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 왔으며 폼페이오를 차기 국무장관으로 원했다"고 밝혔다. 에너지업체 엑슨모빌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틸러슨 장관은 그동안 민감한 외교적 문제를 놓고 여러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부정적이었고 이란 핵협정도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시간낭비를 하고 있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국무부 엘리트 관료들의 사고 방식을 못마땅하게 여긴 트럼프 대통령은 틸러슨 장관도 이같은 '기득권적' 사고에 매몰돼 있다고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나는 틸러슨과 잘 지내왔지만 정말 사고방식이 달랐다"며 "폼페이오 (지명자)와 나는 매우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어 일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의 경질을 결심한 것은 '멍청이(moron)' 발언이 결정적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해 10월 미 국방부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외교안보 관련 회의에서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은 이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틸러슨 장관의 조직 장악력이 부족해 북핵 문제와 관련한 실수를 범했다는 말도 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비밀 대화를 제안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한 이유 중 하나라고 이날 보도했다. 틸러슨 장관의 제안이 한국 정부를 놀라게 해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항의 전화까지 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에 틸러슨 장관에게 경질 의사를 밝혔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틸러슨 장관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를 순방 중이던 틸러슨 장관이 지난 10일 케냐 일정을 취소했고, 귀국도 하루 앞당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이 이날 백악관의 발표 전까지 자신의 경질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말도 나온다.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NBC에 "틸러슨 장관은 오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보고 자신의 경질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