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준비도 화학적 결합도 지지부진'…창당 한 달, 갈 길 먼 바른미래
서울시장 출마 저울질 안철수…"자기 정치만 하나" 비판도 '당선 유력 카드' 원희룡 거취 불분명…외부 인재 영입도 더뎌 비례대표 3인 '해당행위 투쟁'으로 당 전체 이미지 까지 훼손 정치·외교·안보 이슈에선 양분 된 메시지로 지지층 혼란 야기 "지방선거 전까지 고유 색깔 확립하면 선거 선전 기대할 수도" 【서울=뉴시스】이근홍 기자 = '제1 야당 교체'를 목표로 지난달 13일 새 간판을 내 건 바른미래당이 창당 한 달째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는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출마 후보 선정은 고사하고 당 내부 정리조차 되지 않아 여기저기서 파열음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이 현재 상태로 어떻게 지방선거를 치를 것이며, 최악의 경우 지방선거 이후 당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 최대 이슈인 지방선거 국면에서 바른미래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 후보들은 이미 여러 지역에서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지만 바른미래당에서는 대표적인 광역단체장 후보 한 명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원투수'로 언급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관망세를 유지하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와의 비공개 회담에서 서울시장 출마와 당무 복귀 제안을 받았지만 '더 고민해보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당 내에서는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 이슈의 중심에 서려면 안 전 대표가 빠르게 서울시장 출마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지나치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자기 정치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한 관계자는 "안 전 대표가 빨리 당의 전면에 서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야 하는데 결정이 너무 늦어지는 감이 있다"며 "최근 연찬회나 토론회 등에서 '안 전 대표의 조속한 복귀를 요청한다'는 요구들이 나오고 있는데 안 전 대표가 당의 미래보다는 이런 식으로 자기 몸값 키우기에만 열중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현재 당의 간판 격인 박주선·유승민 공동대표도 각각 광주시장과 대구시장에 나가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당사자들이 확실히 선을 그었다. 유 공동대표는 지난 13일 포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 당에서는 가급적 현역의원이 아닌 분들 중에서 후보를 찾고 있는 중"이라며 "저희 현역의원 30명 중에 지금까지 출마의사를 확실하게 밝힌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내 유일한 현역 광역단체장인 원희룡 제주지사 역시 여전히 거취가 불투명하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한 뒤 아직까지 바른미래당과 한 배를 타고 있지만 그를 둘러싼 무소속 출마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원 지사는 바른미래당 내에서 당선이 가장 유력한 광역단체장 카드인 만큼 그가 탈당할 경우 타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원 지사는 지난 12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원희룡 정치의 중심에 무엇을 놓고 갈 건지에 대한 내부토론과 정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종 결단은 조금 더 고민을 해보고 꺼내는 게 맞다고 본다"며 "조만간 분명하게 말씀드릴 시간이 올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합당을 했는데 저는 (거리상) 깊이 관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기나 과정 등에 다른 견해를 계속 개진했고 결과적으로 그것과 관계없이 일단 합당이 돼 버렸다"며 "조금 무리한 그리고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합당을 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혹시 좋지 않으면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움과 걱정은 여전히 하고 있다"고 탈당 여지를 남겼다. 특히 원 지사는 '한국당과의 야권연대는 절대 없다'는 당 지도부의 입장과는 달리 "야권의 견제 축이 건강해야 한다는 부분에선 특정 정당이 아니더라도 야권연대는 국민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남겨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이밖에 당 내 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손학규 전 국민의당 상임고문에 대한 활용법을 제시하고 있지 못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풀이되고 있다. 손 전 고문은 15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당을 위해 역할을 맡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직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내부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부 인재 영입 작업에도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유 공동대표는 "일단 지방선거가 90여일 남은 상황에서 좋은 후보를 찾는 일이 저희에게 가장 힘든 일"이라며 "그래서 지금은 서울시장이든 대구시장이든 찾을 수 있는 최선의 후보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선거운동을 잘하는 것도 일단 후보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후 기대했던 '화학적 결합'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당 출신 비례대표인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이 통합에 반발해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며 바른미래당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다른 당의 당직을 맡을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자 이 의원은 평화당 정책연구원장, 장 의원은 평화당 공동 대변인을 각각 맡았다. 박 의원은 지난 13일 'GM 군산공장 및 금호타이어 문제 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뒤 브리핑에서 "바른미래당 소속이라고 소개하지 말고 평화당 군산 GM 공장 대책위원회 간사로 소개해 달라"고 언급했다.
비례대표 3인방의 '해당행위 투쟁'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공존한다. 통합 전 유 공동대표는 비례대표들을 출당시켜줘야 한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지만 바른미래당 출범 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살림을 하는 비례대표들을 볼모로 붙잡고 있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통합에 찬성했던 나머지 의원들도 아직 노선 갈등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정치·외교·안보 등의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양분 된 메시지를 내놓으며 지지층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5~9일 전국 성인 2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확인)를 실시해 1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은 8.4%다. 이는 전주 보다 1.6%P 오른 것이지만 과거 바른정당 지지율과 크게 다르지 않아 사실상 통합 효과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유 공동대표는 "화학적 결합은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 아니겠나"라며 "먼저 서로 신뢰를 형성한 뒤 이번 공천 과정에서 확실한 원칙과 기준을 갖고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낸다면 갈등은 없어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이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세부적인 조율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통합에 따른 부작용, 당 내 갈등 등의 문제를 풀지 않고 무작정 지지만 호소한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한국당과는 차별화 할 수 있는 당의 색깔을 정립하고 신선한 인재를 영입한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예상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며 "단 선거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빨리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