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 브러쉬일뿐인데~묘하네...정금형 '스파&뷰티 서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전시때마다 화제를 모으는 정금형 작가(37)의 기발함은 여전하다. 전시장을 '스파샵'처럼 둔갑시켜 거시기하고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작가의 특기는 섹시코드 전략. 그냥 물건하나 가져다놓았을뿐인데 이상하게 '19금' 분위기를 재생한다. 연극과 현대무용을 전공해 남다른 시각예술 연출력을 자랑한다. 진공청소기, 운동기구 등 사물을 의인화해 인간의 욕망을 투영하는 퍼포먼스, 영상, 설치 작업으로 눈길을 끌어왔다. 서울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개인전도 뷰티·바디케어 제품으로 색다른 전시를 선보인다. 흰수건을 몸에 두른 여성이 욕탕에 멍하게 앉아 있는 포스터를 전시장 입구에 내건 '스파&뷰티 서울'전이다.
이번 전시에서 정금형은 지난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던 작가의 사물 컬렉션 이후 새로 수집하고 제작한 소장품들을 소개한다. 바디 브러쉬인데, 바디 브러시같지 않게 보이는게 특징이다. 이는 2017년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의 'Tate Live: GeumhyungJeong'에서 선보였던 신작 'Spa & Beauty'를 송은 아트스페이스 공간에 맞춰 새로 구성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업이다. 작가는 각종 바디 브러쉬나 스펀지 등 신체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뷰티∙바디케어 제품과 제품 사용자와의 관계에 주목했다. 뷰티∙바디케어 제품들은 자신의 몸을 관리하고 스스로를 가꾸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사물이다. 작가가 종류별로 엄선한 사물들, 사물의 사용방법과 광고를 담은 영상, 손으로 오려 붙여 편집한 이미지, 사물의 생산과정을 보여주는 영상, 그리고 작가가 기존 제품을 결합하여 만든 사물들은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공간 안에서 여타 박물관에서 보여지는 자료와 같이 수집 및 진열의 형태로 전시된다. 전시장에 진열된 사물들은 일련의 내러티브를 형성하여 관객에게 신체와 사물 간의 관계를 탐험하게 한다.
2층 전시장 '스파&뷰티 그린'에서는 손과 손톱, 발, 전신에 사용하는 바디 브러쉬를 소개한다. 털의 질감과 색상을 비교하며 관찰할 수 있도록 유리 진열대 위에 올려진 브러쉬는 정금형의 브러쉬 선택 기준과 분류 방식을 보여준다. 진열된 브러쉬와 함께 작가가 수집한 제품 광고 영상 및 사용 팁을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다. 3층 첫 번째 공간의 '스파&뷰티옐로우'는 뷰티용품으로 수염 컬렉션을 다룬다. 수염용 발모제, 수염을 더욱 풍성하게 관리해주는 제품과 수염파우더, 다양한 색상과 크기 그리고 질감을 지닌 분장용 수염, 수염 이식 전후 모습을 통해 수염의 효과를 보여주는 마네킹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수염이식 수술병원의 홍보용 영상과 수염과 관련된 작가의 스크랩 자료를 선보인다.
4층에서는 '스파&뷰티옐로우 그린'이 전시된다. 정금형이 이전 공연과 전시를 통해 보여주었던 사물을 의인화시키는 방법(사물과 마네킹의 결합된 형태)은 이번 전시에도 적용된다. 턱수염과 가슴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박혀있는 손과 손톱 전용 브러쉬, 가슴과 다리 등에 심어진 드라이 브러쉬, 얼굴이 달린 욕조의 가슴팍을 채운 발 브러쉬, 전신 샤워를 위해 마네킹에 부착된 샤워볼과 스펀지 등이 인간 브러쉬로 재탄생됐다.
한편 이번 전시는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기획한 일곱 번째 국내작가 기획전이다. 송은 아트스페이스만의 공간을 활용하여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지원한다. 전시는 5월 26일까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