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사태]유령주식 501株 거래되기까지...시스템 구멍 숭숭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 2018명에 주당 1000원씩 총 28억원을 지급할 계획임에 따라 담당 직원은 지난 5일 전산에 다음날 6일 오전 9시 30분께 배당이 되도록 예약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이 전산상으로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이에 따라 배당이 배포된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께 한 주당 1000원씩 총 28억원이 아닌 112조원이 뿌려졌다. 담당 직원이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했지만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은 채 승인했고, 6일 오전까지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면서 대규모 주식이 잘못 입고된 것이다. 삼성증권은 당일 오전 9시 31분에서야 입력 오류를 인지하고 9시 39분에 부랴부랴 오류 사실을 직원들에게 전파한 후 9시 45분에 착오 주식 매도 금지를 공지했다. 회사의 경고에도 직원 16명은 당일 오전 9시 35분부터 10시 5분까지 착오 입고 주식 중 501만주를 주식시장에 매도했다. 즉 사건 전일 전체 거래량(51만주)의 10배 가까운 물량이 특정 시각에 쏟아진 것이다. 이에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 저점을 3만5150원까지 낮추며 11.68%(4650원) 급락, 변동성완화장치(VI)가 수차례 발동됐다. VI는 전날 종가 등과 비교해 10% 이상 주가가 변동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제도다. 6일 거래량은 2072만주가 넘어 전날 거래량 51만주의 40배가 넘었다. 마감장에서야 하락폭을 축소하며 1450원(3.64%) 내린 3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날 영문도 모른 채 주식 급락의 날벼락을 맞거나 덩달아 주식을 판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봤다. 삼성증권은 오류를 인지하고 37분가량이 지난 오전 10시 8분에서야 시스템상 전체 임직원 계좌에 대해 주문 정지 조치를 취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오전 10시 14분에는 착오 주식의 입고를 취소하고 배당금 입금으로 정정 조치를 완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입력 오류를 인지한 후 실제 잘못을 차단하기까지 37분이 소요되는 등 위기 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삼성증권이 매도를 차단하지 않았다면 16명보다 더 많은 직원들이 이게 웬 떡이냐 하며 팔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증권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메시지 및 매도 금지 요청에도 착오 입고된 주식을 주식시장에 매도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은 일부 직원의 전산 실수 차원이라기보다는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이 미비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발행회사로서의 배당업무와 투자중개업자로서의 배당업무가 동일한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게 돼 있어 언제든지 시스템상 오류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현금과 주식 배당을 입력하는 전산 창이 동일한 것도 문제의 소지를 높였다는 해석이다. 또한 우리사주 조합원에 대한 현금배당은 일반 주주와 달리 예탁결제원을 거치지 않고 발생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실제 발행되지 않는 주식이 착오로 입고될 수 있어도 걸러질 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발행주식수(8900만주)를 초과하는 수량(28억1000주, 약 31배)의 주식물량이 입고되더라도 시스템상 오류가 확인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시스템 구조도 이번에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되고 매매 체결까지 이뤄지는 등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