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D-10] 커지는 '北인권' 압박…정상회담서도 논의될까
美, 북미회담 의제로 北인권 거론…비핵화 압박 의도인권 문제제기에 극도로 민감한 北…실제 의제에 포함될지는 미지수
미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겠다고 한 데 이어 일본인 납치 문제까지 거론할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북한 인권 의제화 압력도 덩달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헤어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최우선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도 "인권 문제는 일반적으로 미국이 매우 큰 차이를 갖고 있는 국가들과 마주 앉아 대화를 하게 됐을 때 언급해온 의제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며 북한 인권이 의제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11일에는 캐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이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일본인 납치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미국 고위관료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이 정상회담 의제로 일본인 납치를 포함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그동안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을 강하게 비판해 온 것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신속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 카드 용도로도 풀이된다. 북중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의 비핵화 구상은 한·미의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전제조건으로 한다. 비핵화 검증 단계별로 그에 상응하는 제제완화 등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선(先)비핵화-후(後)보상'을 해법으로 내걸고 있어 북한과의 간극이 크다. 따라서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로 북한을 압박해 자신들의 비핵화 해법을 최대한 관철시키려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북한은 인권과 관련한 문제 제기를 '내정간섭'으로 취급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대화 의제에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유엔인권이사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대해 지난 4일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을 훼손하고 신성한 사회주의제도를 해치기 위한 모략과 범죄적 계책의 산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인권결의안에 지지를 보낸 우리 정부를 향해서는 "아직은 모든 것이 시작에 불과한 현 정세 국면에서 대화상대방을 자극하는 '인권' 모략소동이 북남관계의 살얼음장에 돌을 던지는 것으로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위협했다. 성공적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할 입장인 정부는 일단 북한 인권 문제를 대화 의제에서 배제시키는 분위기다.
일본인 납치 문제의 경우도 지난 11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이 문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거론했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오는 5월 말이나 6월 초 열릴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징검다리와도 같다. 정부로서는 남북 정상 간 만남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최대한 이끌어내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가 끼어들면 판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미국과 다양한 채널로 긴밀한 소통에 나설 전망이다. 만약 인권 관련 문제가 실제 협상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북한 주민들의 인권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보다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이나 미국인 송환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미국도 대화의 판 자체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만큼 북한 인권 문제는 북미 정상회담의 기선제압용으로만 거론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