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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들, 회화를 액자에서 탈출시켰다...경기도미술관

등록 2018-04-18 13:34:49   최종수정 2018-04-30 09: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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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된 벽' 19일 개막...긁고 그을린 벽화展

彿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서 8인 작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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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앙 자카르, 그을음의 악보, 2018, 벽에 연소성 젤.
크리스티앙 자카르는 불을 이용하여 벽면에 그을음을 남김으로써 추상적인 패턴을 만들어 낸다. 불의 움직임이 벽과 만나 운율과 리듬감이 있는 추상회화를 새겨낸다. 이는 동굴 벽화와 같은 원시적 회화를 연상시킨다. 연소된 흔적과 그을음으로 가득 채워진 벽면에는 회화의 전통적인 재료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작업하는 과정에는 물감도 붓도 없으며, 오직 불의 타오름과 소멸만이 반복된다.  불의 연소과정은 시와 같이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방식으로 생의 명멸을 환기시킨다. 불에 타고 남은 젤의 화석화된 흔적과 재로 가득한 벽화는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떠올리게 하거나 타올랐던 순간의 에너지를 환기시킴으로써 제의적이고 숭고한 공간을 창출한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원없이 신나게 작업했다."

 경기도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올해 첫 국제전인 '그림이 된 벽' 전시를 진행하면서 지게차 8대를 동원했다. 지난 한달간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내한, 미술관을 화려하게 점령했기 때문.

 백인 작가들은 한국의 미술관에 매료됐다. 넓고 크고, 한마디로 '현대 미술관'이어서 영감을 받기에 충분했다는 후문.

 작가들은 조용하던 미술관을 흔들었다. 웬지 모를 위압감을 주는 '화이트 큐브' 전시장 고정관념을 깼다. 40대에서 80대의 다양한 연령의 프랑스 작가 8명은 전시장 벽을 화폭삼아 칠하거나, 긁고, 그을리며 작품을 탄생시켰다.

 프랑스 벽화 전시 '그림이 된 벽'전이 19일 경기도미술관에서 개막한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8명이 전시장에서 직접 제작한 벽화를 선보이는 전시다. 구상에서 추상에 이르기까지 프랑스 현대회화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일명 '회화의 해방'을 보여준다.

 액자속에 있는 회화, 그림을 밖으로 탈출 시킨 전시로, '회화의 본질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모르비앙주에서 케르게넥 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Domaine de Kerguéhennec)과 공동 기획했다.

 지난 2015~2016년 한불상호교류의 해에 경기도미술관은 단색화 소장품을 중심으로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과 협력하여 현지에서 '단색화'전을 성공리에 개최한 바가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도멘 드 케르게넥과의 국제 교류 지속 사업으로서, 프랑스에서 열렸던 한국의 단색화 전시에 상응하는 프랑스 추상미술 전시를 준비해왔다.

 최은주 관장은 "2015년 소장품을 보내면서 프랑스 추상미술은 어떤 현상들을 보이나, 추상미술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나를 살펴보던중 프랑스 미술이 70년대 표면과 구조를 연구한 사조하고 닿는 다는 걸 알게됐다"며 "2년에 걸친 협의의 과정에서 프랑스 현대회화의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담은 전시를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그동안 프랑스 미술이 국내에서는 주로 패션을 포함한 디자인이나 미디어아트 등의 장르, 또는 인상주의 회화를 중심으로 소개되어왔다면,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현대 회화가 집중 조명되는 전시다."

 '그림이 된 벽' 전시 타이틀처럼 이번 전시는 미디어 퍼포먼스가 강세인 현대미술흐름속에서 회화의 실험성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직접적으로 만나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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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기자 = 18일 경기도미술관은 서울 프레이저플레이스 호텔에서 '그림이 된 벽' 전시에 참여한 프랑스 작가들과 함께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40대에서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작가들이 한국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참여 작가들은 국제 비엔날레에 초청되거나 프랑스 현대미술사에 기록될 만큼 명성이 있는 작가들이다. 40대에서 80대에 이르는 연령대로 여러 선상에서 프랑스 현대미술을 보여준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초 프랑스에는 회화를 해체함으로써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탐구하고자 했던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urface)라는 예술운동이 있었는데, 그 영향의 안팎에서 프랑스의 현대미술을 이끌어 가고 있는 참여 작가들은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근원적인 성찰과 창조적인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1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 올리비에 관장은 "각각의 작가들이 한계속에 갇히지 않고 아이디어와 공간, 관계속에서 완성시킨 이번 전시는 다양한 소재로 탄생된 회화의 존재감을 볼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미술관은 프랑스 작가들의 회화적 실험을 벽화의 형태로 펼쳐낸다. 작가들은 건축적 규모의 회화나 드로잉으로 추상적이고 초자연적인 이미지의 세계를 창출하기도 하고, 도시적 삶의 기호를 담은 추상 벽화나 수수께끼 같은 형상으로 연극적인 공간감을 자아내는 벽화로 몰입을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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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셸 뒤포르, 회화를 떠나지 않은 형상 : 벽 배치, 2018, 벽 위에 채색 석고 부조와 채색 종이.추상적으로 배치된 색면들과 양감이 있는 부조들은 2차원적인 회화와 3차원적인 조각의 속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가는 직접 채색하고 오려 붙인 종이들과 채색된 부조들로 수직 수평으로만 이루어진 공간을 회화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불을 사용하거나 벽을 긁어내는 방식으로 전혀 새로운 회화를 선보이는 작품에서는 벽면에 타다 남은 재와 벽체의 균열로 생의 명멸이 담겨있다. 역설적이게도, 현대미술가의 실험적 작품이 담긴 이 벽화 작품들은 태초의 그림이 원시 동굴의 벽면에 새겨진 상이었듯이, 그림에 대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경기도미술관 전시장의 서로 마주 보거나 맞닿은 벽화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높이 9m, 각 작품당 최대 50m에 달하는 공간 안에서 어우러진 각 작가들의 창조적인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벽화 작품 페인트는 삼화페인트공업(주)가 협찬했다.

 벽화로서 전시 작품들은 전시 기간 동안에만 존재한다. 소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벽과 공간, 건축적 요소들과 긴밀하게 조우하며 한시적인 생명을 지니는 작품들로 미술시장의 자본주의에서 벗어난 작품들이다.

 전시 개막일인 19일 오후 2시에는 전시장의 벽화 사이에서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의 올리비에 들라발라드(Olivier Delavallade) 관장을 비롯한 전시 참여 작가들이 관람객들과 만나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전시장 안에는 전시 공간의 미니어처 구조로 관람객을 위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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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크리스티앙 로피탈, 마음의 일종 - 상상, 2018, 벽에 흑연 분말. 오로지 흑연만으로 벽면 전체를 채우는 크리스티앙 로피탈의 그림에는 기이한 식물, 또는 유령이나 외계 생명체와 같은 이미지들이 구름처럼 부유한다.

 

 회화의 기본 요소인 형과 색, 그리고 회화적 행위의 흔적을 벽화로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이 전시는 가상의 리얼리티와 각종 표상들, 범람하는 이미지로 가득한 요즘의 세계에서 이미지란 무엇인가에 대해 본질적으로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액자를 탈출한 그림은 해방감이 있다. 벽이 그림이 된 전시장에서는 작품들을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있고, 시야의 범위를 넘어선 큰 그림들은 그 사이를 거닐면서 미묘한 시지각적 경험을 할 수 있다. 6월 17일까지. 관람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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