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억해' 김희원 "스크린 첫 주연...뿌듯하지만 책임감 느껴"
'나를 기억해'(감독 이한욱)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배우 김희원(47)은 "주연 배우는 영화 흥행을 책임져야 하는데 '내가 믿고 보는 배우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규모나 분량 등을 신경 쓰지 않고 대본을 보고 출연을 결심했다"며 "그저 욕만 먹지 않으면 다행"이라면서 겸손함을 드러냈다. 김희원은 2007년 영화 '1번가의 기적'으로 스크린 데뷔했다. 영화 '아저씨'(2010)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계춘할망'(2016),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4) '의문의 일승'(2017) 등을 통해 신스틸러(Scene stealer·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로 활약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는 이번 작품에서 빛을 발한다. 영민한 배우답게 '오국철'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특이할 점은 '전직' 형사로 PC방을 운영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PC방이 요즘 젊은이들이 놀려고 할 때 가장 저렴한 곳으로 알고 있다. 이 배경 자체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아닌가 싶다. PC방 폐인을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그런 역할을 실제로 하게 돼 재미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이유영(29)에 관해서는 "평소 굉장히 깊이가 있는 배우로 봤다"며 "눈빛이 좋은 배우다. 가만히 있어도 연기하는 것처럼 얼굴에 드라마가 있다"고 칭찬했다. 성범죄 문제를 다룬 영화인 만큼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이 무겁고 불편하게만 느낄 수 있다. 김희원은 애드리브로 생생한 웃음을 만들어내며 극의 흐름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김희원은 "대사를 진짜 잘 외운다"며 "한 페이지도 15~20분이면 다 외운다. 캐릭터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한 애드리브는 처음부터 준비해간다. 거의 두 달을 준비한 준비성 애드리브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는 코미디를 해서는 안 되지만, 너무 진지하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그 수위를 고민했고 내 나름대로 애드리브를 만들었다. 상대방 연기에 방해가 안 되는 선에서 애드리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오랜 시간 극단에서 내공을 쌓았으나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1999년 돌연 호주행을 택했다. 그러나 공연장 페인트칠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망이 커져 2년여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배우 생활을)못 버틴 것이다. 하지만 돈을 못 벌지라도 연기하면 내가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돌아왔다"고 돌아봤다. 김희원은 배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평상시 연기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세우고 살아가느냐가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이 연기인 것 같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누군가가 캐스팅해줘야 하니 운도 따라줘야 할 것 같다." 그는 "마흔두 살부터 연기가 많이 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예전에는 외형적인 모습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나를 잘 가꿔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대중이 호평하는 자신의 연기를 짚었다. 연기 이야기를 할 때는 시종 진지했다. 그러다 결혼에 관해 질문을 받자 털털하고 유쾌한 면모를 보이며 기발한 위트로 화답했다. "어머니도 그런(결혼) 이야기는 안 해 잊고 지내는데 질문을 받으니 생각난다. 꼭 안 하겠다고 마음 먹지는 않겠는데 꼭 하겠다고 마음 먹지도 않겠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