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뻔한 소재, 독특한 이야기 전개...영화 '레슬러'
'레슬러'는 맛깔스러운 요리 같은 영화다. 조미료(MSG)를 찾아보기 어렵다. 첫 장편영화 메가폰을 잡은 감독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김대웅(36) 감독은 단편 영화 연출을 통해 오랫동안 쌓아온 내공이 뭔지 보여줬다. '가족'이라는 보편적 소재를 다루면서 독특한 전개 방식을 취했다. 영화는 '귀보'(유해진)와 그의 아들 '성웅'(김민재)이 서로의 살을 부딪히며 레슬링 경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극 초반이나 영화 제목만 보고 감동적인 스포츠 영화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반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초중반에는 유해진의 코믹 연기에 웃다가 막바지에는 놀라운 반전과 감동에 마음이 찡할 수 있다. 성웅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갑자기 반항하고, 성웅의 소꿉친구 '가영'(이성경)은 귀보에게 엉뚱한 고백을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귀보 엄마(나문희)의 잔소리는 더욱 거세지는데, 소개팅녀 '도나'(황우슬혜)는 4차원 매력을 발산하면서 귀보에게 거침없이 대시한다. 설정은 흥미롭지만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이야기 전개가 자연스럽고 촘촘하다. 김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남다른 스토리텔링 능력을 뽐냈다. 하지만 어쩌면 뻔한 소재였다. 가족 이야기가 지루한 신파로 흐르지 않은 데는 김민재의 공이 크다.그가 아니면 어떤 배우가 이 역을 잘 소화해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실제 레슬링 기술을 한 달 반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3시간씩 연습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믹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아니다. 애끓는 부성애가 작품을 관통하는 메시지다. 아들이 좋아하는 것, 바라는 것을 위해 살아오는 동안 귀보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린 채 살아간다. 오로지 자식만을 위해 살아온 여느 부모와 별반 다르지 않다. 부모와 자녀 관계, 가족의 의미, 삶의 진정한 행복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5월9일 개봉, 110분, 15세 관람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