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장'이 장악한 비밀 결사체 경공모…시민단체 "아무도 몰라"
'경제개혁 운동' 기치 내걸면서 운영됐다는데주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 "전혀 못 들어봐"파주 행사 함께 한 단체도 "경공모 실체 몰라"비공개 온라인 카페서 4500명 넘는 조직으로위계 뚜렷하고 '추장' 드루킹 영향력 절대적"전쟁 때 인디언 추장은 생사여탈권 가져"예언서 강연하고 '옴마니밧메훔' 주문 읊어"미친듯 헌신 필요"…집단 거주촌 구축하려조직적으로 여론 조작 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경공모는 '경제개혁 운동'을 기치로 내건 단체임에도 통상의 사회 운동과는 달리 눈에 띄는 외부 활동이나 다른 단체와의 연대 행동 등이 거의 없었다. 이 단체는 신비주의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으며, 다소 맹목적인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에는 특정 지역에 폐쇄적 공동체를 만들려고 했던 정황까지 발견되면서 그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26일 뉴시스가 접촉한 다수의 시민단체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경공모는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이 불거지기 전까지는 사회운동 활동가 사이에서 아예 알려지지 않은 단체였다. 비슷한 운동을 하는 다른 단체를 찾고 다양하게 연대 활동을 벌여온 시민단체 주요 관계자들조차 경공모의 행적은 물론 이름조차 생소해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전혀 모른다. 온라인에 워낙 다양한 카페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였던 것 같다"며 "시민사회와의 교류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단체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시민단체 활동이 위축될 이유는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도 경공모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단체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며 "시민단체는 경공모처럼 활동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카페 중심으로만 활동했으니 다른 단체와 연대하려 했어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경제개혁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개혁이라는 말만 했을 뿐이지, 그런 활동을 한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면서 "최근 나오는 얘기를 보면 시민운동보다는 정치 서포터 활동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 개혁 활동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알려졌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공모가 기부금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도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경공모와의 접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민문연은 경공모의 기부를 일반 기부자의 후원 개념으로 생각했으며 연대 사업은 물론 전화를 통한 교류조차 없었다고 했다. 경공모가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아주 없지는 않다. 지난 2016년 경기 파주에서 열린 10·4 선언 9주년 행사에는 경공모와 함께 국민의명령·시민광장·참여네트워크·정의당 고양·파주 지역위원회·파주녹색당·파주시민참여연대 등이 주최자로 이름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행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단체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당시 경공모란 단체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이후 교류도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행사의 기획과 조직, 운영을 맡은 파주시민광장 측은 "경공모라는 곳이 찬조를 했기에 이름을 올렸을 뿐, 진행 과정에서 연대는 없었다"며 "경공모는 지역에서 아무 활동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파주 단체도 아닌 것 같다. 그 이후로도 교류가 있거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잘라 말했다. 당시 행사에 관여한 파주시민광장 관계자는 "2016년 6~7월께부터 10·4 선언 9주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시민광장 쪽 사람들 위주였는데, 점차 기존 참가자 지인이나 함께하면 좋을 것 같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대화방이 커졌다"고 떠올렸다. 그는 "그때 대화방 구성원 가운데 하나가 뜻이 비슷하고 후원할 만한 곳이 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구체적으로 누가, 어떻게 얘기했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행사를 알리는 과정에서 섭외가 됐던 것 같다. 그리고 찬조가 이뤄지면서 경공모 이름을 올려주자는 말이 오간 것으로 기억한다. 따로 연락하거나 본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행사 운영을 맡았던 다른 관계자 또한 "행사를 위해서 회의를 하거나 실제로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전혀 교류가 없었다. 경공모라는 단체 이름이 들어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며 "경공모가 행사를 통해 자신들을 알리고 그럴 생각이었다면, 스태프를 보내고 일을 돕고 그랬을 텐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외 파주녹색당, 참여네트워크 등 관계자들도 "전혀 몰랐던 단체다. 최근에 얘기가 나온 걸 보고 알았다" "이후 연대했던 행사가 없다" "전혀 모른다" 등 경공모라는 단체 자체를 몰랐고 행사 이후에도 교류가 전혀 없었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았다.
운영자인 드루킹 김씨가 본인의 블로그에 게시한 글에 따르면 경공모는 지난 2009년 1월5일 온라인 비공개 카페에서 시작했다. 이후 김씨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회원을 모집, 2011년 12월 즈음에는 회원 수가 230명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다. 경공모는 구성 1년 뒤인 2010년 경기 파주 4층 건물의 2층을 임대하면서 오프라인 활동도 벌인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는 같은 건물 1층을 추가로 빌려 '느릅나무 출판사'라는 개인 명의의 출판사업자 등록을 했다. 드루킹 김씨는 느릅나무 공동 대표를 맡았다. 경공모는 점차 회원 수를 늘려가면서 세를 불렸다. 온라인상에서의 거점도 비공개 카페에서 공개 카페, 경공모 카페 등으로 늘어났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공개 카페 4200여명, 비공개 카페 550여명, 경공모 카페 770여명 등의 아이디(ID)를 확보했다면서 중복 계정을 제외한 전체 경공모 회원 수를 4540명으로 추산했다. 늘어난 회원 수와 함께 구성원의 면면도 다양해 졌다. 경공모 조직 내 요직에는 회계사와 변호사, 정보통신기술(IT) 종사자 등 이른바 전문성 있는 회원들이 포진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공모 조직은 폐쇄적이며 위계가 뚜렷한 방식으로 운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원을 등급 순으로 '노비·달·열린 지구·숨은 지구·태양·은하·우주' 등 7단계로 나누면서 대화방을 구별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고 한다. 경공모 조직 내에서 김씨는 '추장'으로 불리면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의 의견에 반대하는 경우 회원 자격을 박탈당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회원 가운데 경찰이 있고 아는 조폭이 있다는 식의 언급을 하면서 조직에 등을 돌리는 행위를 엄격하게 관리했다고 전해진다. 추장은 조직의 정점이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와 관련해서 김씨가 '강한 위계'를 언급한 지점도 있다. 김씨 블로그 2014년 2월13일자 게시물을 보면 "추장은 수직적 서열관계의 꼭대기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카운슬러이며, 상담할 때마다 부족원이 배고프다하면 자기 것을 내줘야하는 그런 존재입니다. 다만, 전쟁의 때에만 인디언 추장은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수직적 힘을 갖습니다"라는 내용이 있다. 김씨는 경공모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미두수' 강연, '송하비결' 예언 풀이 등을 했다. 자미두수는 중국 도교의 점술 가운데 하나로 김씨는 이를 '우주방정식'이라고 지칭했다. 김씨는 2012년 5월부터 6월까지 경공모 회원을 대상으로 자미두수 오프라인 강연도 했다. 김씨는 조선 말기 예언서로 알려진 송하비결에 대한 풀이를 본인의 블로그에 여러 차례 게시했다. 그는 송하비결을 언급하면서 '일본 멸망' '남북 통일' '통일한국의 만주 점령' 등을 주창하는 글을 썼다. 경공모 회원들은 티베트불교에서 유래한 '옴마니밧메훔'이라는 주문을 반복적으로 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김씨의 권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산스크리트어 옴마니밧메훔은 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주문으로 육자대명왕진언으로도 불린다. 경공모는 경기 파주에 폐쇄적인 자신들만의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11년 12월 경공모 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글에 "이것은 시대적 요구사항입니다. 이 공동체는 감히 모든 회원들의 주거 문제, 취직을 포함한 사회적 활동, 육아, 교육 등 인생의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려고 디자인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쥐어짜서 계획을 세우고 여러 회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경제력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모두를 태우고 갈 수 있는, 그것도 가장 훌륭한 주거단지를 만드는 계획까지를 포함시켰습니다"라고 적었다. 지난 2014년 2월에는 "제가 말하는 공동체란 서구사회에서 말하는 '집단농장'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이것은 과거 어떤 가문, 집안이 가졌던 수직적 질서를 공동체라는 것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것뿐입니다"라며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위주의 사회시스템으로, 무너진 혈족, 씨족사회는 공동체시스템으로 복원하고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을 뭉쳐내어 국가를 바로 세우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경공모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혁명', '대업' 내지는 '거사'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회원들의 헌신을 요구하고 노력에 따른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는 것은 '노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게시글에서 "우리가 하려는 것은 이 사회시스템을 바꾸려는 것입니다" "오로지 미친 듯한 헌신만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의 노력의 대가를 돈으로 환산해서 거기에 맞는 수준의 일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여러분은 마음속 깊이 '노비'인 것입니다" "이 대업에 투신하는 여러분의 노력을 돈으로 환산하지 않겠습니다. 그 이상의 가치로 생각하고 내년 이후에 보상하고 싶습니다. 혁명은 올해에 시작해서 내년 초에 끝날 것입니다"라고 공언했다. 또 김씨는 지난해 6월6일 게시물에서 경공모가 본격적으로 재벌개혁 활동에 나선다고 밝혔으며, 경제 위기에 대한 예고와 함께 "새정권의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민세력"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게시물에 그는 "참여연대나 경실련이 그런 역할을 해낼 리 만무하다고 생각하고, 9년이나 준비한 만큼 재벌개혁을 이뤄내는 것은 '경공모'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라며 "오너일가의 인적 청산 없는 재벌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일 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이 점은 깊이 성찰하셔서 경제위기 극복의 카드로 시민세력을 잘 활용하시기를 바랄 뿐입니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경공모가 해왔던 가시적인 '경제개혁' 활동은 없었다는 것이 시민운동계의 일치된 증언이다. 오히려 이 게시물과 비슷한 시기에 김씨는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했으며, 경공모가 파주 지역에 세우려 한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 거주촌 '두루미 마을' 관련 내용이 있는 '경인국' 계정이 활동을 시작했다.
경공모 조직은 김씨의 신병이 구속된 이후에도 동력을 상실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 대화방에서는 여론 동향을 살피는 내용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수감 중인 김씨를 응원하는 글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 김씨가 옥중에서 서신을 통해 조직을 지휘하고 핵심 회원들에게 지령을 내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제히 비공개로 전환됐던 경공모 유관 카페와 블로그 등이 선별적으로 공개되는 과정도 김씨의 옥중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 증거 인멸을 방지하기 위해 김씨에 대해 피고인 접견 등 금지 결정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검찰은 김씨가 서신 등을 통해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